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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기하급수 시대가 온다

by 김민식pd 2016. 12. 14.

2016-241 기하급수 시대가 온다 (살림 이스마일 등 / 이지연 / 청림출판)

 

2013년에 어떤 이가 아르헨티나의 세차장 매출을 살펴보니 10년간 50퍼센트나 감소했대요. 경제가 나쁜 것도 아니고, 고급 차량 판매도 꾸준히 증가세인데, 왜 세차장 이용은 줄었을까? 세차장 매출에 영향을 줄 외부적 제도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알아보니, 컴퓨터의 연산 능력과 데이터가 증가한 덕분에 10년 동안 일기예보의 정확성이 50% 개선되었습니다. 비가 올 것을 아는 운전자들은 당연히 세차를 건너뛰었고, 그러다보니 세차장을 찾는 횟수도 줄었다는 거지요. 이처럼 정보화된 환경 변화로 인해 전통적 산업들에게 파괴적 혁신이 임박했답니다. 

다음소프트의 송길영 부사장은 책의 추천사에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해마다 20만 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만약 그들의 꿈이 공무원이 되는 것이라면 합격자 발표 후 수험생들 앞에는 두 가지의 비극이 놓이게 되는 셈입니다. 불합격자는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된 것이고, 합격자는 매우 젊은 나이에 꿈을 이루게 된 것이죠. 이때 인생의 단계에서 너무 이른 시기에 꿈을 이룬 자는 이후 동기가 부여되기 어렵기 때문에 미래에 특별한 희망을 품지 못하고 세월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IMF 이후 고용안정성이 급격히 무너지면서 부모 세대는 너나없이 '평생 직장에다 연금까지 보장되는 공무원이 최고야'라고 말합니다. 지금 현재의 불안을 30년 후, 직업인으로 살아갈 아이들에게 투영합니다. 어린 나이에 평생의 진로를 결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바뀔 지 알 수가 없으니, 지금 이 순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면 됩니다. 

 

'볼드'의 저자, 피터 디아만디스는 서문에서 '6D', 즉 디지털화 Digitized, 잠복기 Deceptive, 파괴적 혁신 Disruptive, 소멸화 Dematerialize, 무료화 Demonetize, 대중화 Democratize를 이야기하는데요.

'어떤 기술이든 일단 디지털화되고 나면 성장 잠복기에 들어간다. 기하급수적 성장의 초기에는 아주 작은 숫자를 계속 두 배씩 키워봤자 (0.01, 0.02, 0.04, 0.08) 그냥 다 '0'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하급수 곡선이 일단 무릎 지점을 지나고 나면, 그때부터는 두 배씩 10번만 하면 1000배가 된다. 두 배씩 20번이면 100만 배, 30번이면 10억 배가 된다. 이런 급격한 성장을 나타내는 말이 바로 '파괴적 혁신'이다. 어떤 기술이 파괴적 혁신을 겪고 나면 '소멸화'된다. 우리는 더 이상 GPS 장비나 캠코더나 손전등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 모두 다 스마트폰의 앱 형태로 '소멸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멸화되고 나면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는 '무료화'된다. 우버는 택시를 무료화했고 온라인 중고 장터는 신문사의 지면 광고를 무료화했다. 이 모든 과정의 마지막 단계는 '대중화'다. 30년 전에 10억 명의 고객에게 연락하려면 100개국에 직원을 가진 코카콜라나 GE쯤 되어야 했다. 하지만 작업실로 개조한 창고에 앉아 몇몇 대형 플랫폼에 앱만 올리면 누구라도 수십억 인구와 접속할 수 있다. 전 세계 인류와 연락할 방법이 대중화된 것이다. (...)

다가올 새로운 세상처럼 기술을 똑똑하게 활용하고, 새로운 것에 빠르게 적응하고, 많은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에 대한 비전을 세우고 변화해야만 할 것이다. 

그 비전이 바로 '기하급수 기업'이다.'

기하급수 기업을 만들고 키우는 열쇠는 디지털 문화에 친숙한 20대에게 달려있습니다. 청년들의 창업과 취업을 돕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지요.

'살림 이스마일이 대기업 CEO들에게 권하는 사항 중 하나는 회사에서 가장 똑똑한 25세 청년을 찾아내서 그림자 리더 역할을 시키라는 것이다. 세대 격차와 기술 격차를 줄이고 경영의 학습곡선을 끌어올려주고 역멘토링을 해줄 수 있게 말이다. 지금은 젊은 리더들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시장의 움직임에 대처해야 하는 새로운 기술의 세상에서는 우리가 늘 정의해온 경험이라는 것이 회사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구글 자동차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유다시티의 CEO 서배스천 스런은 최근에 이런 말을 했다. "요즘 직원을 채용할 때는 경험보다는 상상력을 훨씬 중시한다."

(276쪽)

구글, 에어비앤비, 테슬라, 샤오미... 순식산에 기업가치 1조 이상이 된 기업들, 그들은 무엇이 다를까요? "소유하지 말라! 접근하고 공유하라!"고 책은 말합니다.  앞으로는 기하급수적 성장을 보여주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입니다. 비용은 0에 수렴하고, 수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책을 읽으면서 현기증을 느꼈어요. 기술의 발전이 정말 빠르군요. 며칠 전에 만난 배우는 극장에 영화 관객이 줄어 걱정이라는 얘기를 하더군요. '영화보다 현실 정치가 더 자극적이어서 그런 거 아닌가? 드라마 작가들도 요즘 걱정이야. 정치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막장이라서...' 그랬는데요. 정치적 현안 말고도 영화 산업을 위협하는 게 또 있다는군요. 지금의 10대, 20대는 2시간 동안 스마트폰에 접속하지 못하면 힘들어한대요.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은 즐거우나, 2시간 동안 SNS에 접속하지 못하는 건 불안을 야기한다고...

스마트폰을 통해 수시로 일기예보를 확인하면서 세차장의 매출이 급감했습니다. 앞으로 영화나 공연 산업의 최대 경쟁자는 스마트폰에서 울려대는 알람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누군가에게는 위기가, 누군가에게는 기회입니다. 과거의 성공 경험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무언가를 위해 마음껏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사람, 그가 바로 기하급수적 성장을 보이는 미래형 인간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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