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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우리는 '빈곤 세대'입니다

by 김민식pd 2016. 12. 12.

2016-240 우리는 빈곤세대입니다 (후지타 다카노리 / 박성민 / 시공사)

 

지역내 생활 빈곤층을 지원하는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저자가 가난한 노인의 실태를 취재하고 쓴 책이 '2020 하류 노인이 온다'입니다. 부자 나라 일본에 사는 가난한 노인들. 평생 열심히 일을 하고 돈을 벌었지만, 가족 제도의 붕괴, 건강 악화, 일본 경제 침체라는 악재를 만나 노후 파산에 빠진 이들이 많아요. 그 후지타 씨가 노후빈곤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청년 빈곤이라고 말합니다.

일본의 노인들은 고도 경제 성장기를 살며, 노동의 기회, 자아실현의 기회, 성공의 기억을 누릴 수 있었지만 지금의 청년은 그런 기회조차 없다고요. 요즘 일본 내 이슈는 취업난에 빠진 청년 세대를 착취하는 '블랙 기업' 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저자는 아무리 일을 하고 싶어도 아무 일이나 하지는 말라고 합니다.

 

'안심하고 일할 수 없는 고용이 계속 늘어가는 사회에서 노동에 대한 의욕이 솟아나지 않는 청년들이 생겨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내가 그런 청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무슨 일이든 상관없으니 일단 시작하고 보자는 마음으로 일에 뛰어드는 것만큼은 절대로 피하라는 것이다.

열악한 노동환경이라도 사람들이 모여든다는 것을 알면 그 기업의 노동자에 대한 대우는 언제까지나 나아지지 않는다. 직업이 없는 상태라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라면 열악한 노동환경이 이렇게까지 퍼지지는 않을 것이다.'

(100쪽)

청년들에게 무슨 일이든 해보라고 등을 떠미는 건 시대착오적인 생각이에요. 옛날처럼 일을 하면 승진과 사회적 성취가 보장되는 시대가 아니에요. 아무 일이나 막 하다 보면 그냥 일회용품처럼 소모되기 십상입니다. 오히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주는 관행이 정착되고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야 합니다. 모든 부모가 '무슨 일이든 불평하지 말고 해!'하고 아이들을 등 떠밀면, 기업의 노동 착취는 오히려 기승을 부릴 겁니다. 취업지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노동 환경 및 임금 구조 개선입니다. 이를 위해 저자는 노동조합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합니다.

 

'왜 지금 이때 노동조합이 중요한 것일까?

"노동자들이 일하는 환경이 급격히 열악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정사원이라고 해서 안정된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에요. 퇴직을 권유받을 때도 있지요.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그만두게 할 때도 있고, 노동자에게 일하고 싶어도 계속 일하지 못하는 사정이 생길 때도 있어요. 흔히 말하는 '블랙기업 문제'가 표면화되었는데, 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유니언)을 결성하여 기업과 교섭하고 노동방식을 개선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55쪽)

 

최순실 청문회에 불려나온 재벌 2세들의 수난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분들이 부당해고로 길거리에 나앉은 노동자들의 고통에 얼마나 안타까워하는지는 모르겠어요. 내가 재벌이 아닌 이상, 우리 아이가 재벌 2세가 될 확률은 0, 제로입니다. 내 아이가 노동자가 될 확률은 거의 100%지요.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재벌들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 게 아니라, 노동자가 일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노동교육은 무엇일까요? 부모가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노동절날 받아온 선물을 아이들에게 주고, 노동절 행사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직장 동료들에게 인사도 시켜주고 그래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노동조합에 호감이 생기니까요. '나는 노동자지만, 너는 노동자 하지 마라. 너는 공무원이나, 판검사나, 전문가가 되어라.' 하고 말한다면... 그 아이가 훗날 고위 공무원이나 판검사가 되어도 재벌 편에 서지, 노동자 편에 서지는 않을 겁니다.



'노후파산' 등의 책을 읽고 노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사실 더 큰 문제는 아이들의 미래지요. 지금의 2,30대는 '여차하면 편의점 알바나 대리 기사를 하지 뭐.'라고 말하지만, 이제 '아마존 고'-무인 점포-가 나오고 '우버'에 '자율주행 자동차'가 옵니다. 지금 10대 아이들의 경우, 노동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아요. 

일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그 고민은 다음 책에서 다시 이어집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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