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나이 오십에 접어드는 요즘, 저의 가장 큰 관심사는 노후대비입니다. 2014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퇴직 연령은 52.6세이고, 52세 성인 남녀의 기대 여명 평균값은 33.2년입니다. 즉 퇴직하고 평균 30년을 더 산다는 말이지요. 그렇다면 은퇴자금은 얼마나 모아야 할까요? 서울 거주 2인 가구 월평균 생활비가 230만원이니까 거기에 360개월을 곱하면 82800만원이 나옵니다. 이래서 은퇴 자금으로 10억은 필요하다는 말을 하나봅니다. 하지만, 10억 모으기가 어디 쉽나요? 퇴직할 때 빚만 없어도 다행입니다. 만약 은퇴자가 매월 10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또 매달 100만 원의 국민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면 은퇴 시점에서 필요한 돈은 0원입니다. 어떻게 해야 퇴직 후 100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까요?

 

저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초등학교 시절에 담임선생님이 급한 볼일이 생기면 저를 부르셨어요. 선생님이 안 계시는 동안 교단 앞에 서서 책에서 읽은 이야기를 반 친구들에게 들려주었습니다. 요즘도 저의 취미는 동화 구연입니다. 아이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동화책을 읽어줍니다. 둘째는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이라 혼자서 책을 곧잘 읽지만, 잠자리에 들 때면 항상 책을 읽어달라고 조릅니다. 저는 책을 읽을 때 엉뚱한 개그를 곧잘 넣거든요. 아이가 까르르 자지러질 때 마다 이야기꾼으로 사는 보람을 느낍니다. 동화구연이라는 저의 취미를 노후 대책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예전에는 대리 운전을 하려면 대리 회사에 가입비를 내고 수신기를 받아 콜마다 수수료를 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휴대폰의 위치 기반 서비스와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발달해 어플만 깔면 누구나 대리운전을 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 드라이버카카오 파머같은 서비스를 보면 앞으로 온라인 장터에서 자신의 재능을 파는 것이 더욱 쉬워지리라 생각합니다.

 

카카오 리더카카오 친정 엄마같은 서비스는 어떨까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동네 할아버지가 있다고, 아이를 잘 봐주는 할머니가 있다고 알리는 겁니다. 주말에 집으로 아이를 데려와 책을 읽어줄 수도 있고요, 동네 도서관 유아 자료실이나 공원에서 만나 2시간 동안 옛날이야기를 해 줄 수도 있지요. 시간 장소만 맞으면 언제 어디서나 달려오는 온라인 친정 엄마 서비스, 일하는 엄마들에게 주말 오전 꿀 같은 휴식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콜택시 어플의 장점은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가 서로에 대해 만족도를 평가할 수 있다는 겁니다. 매너가 나쁜 택시 기사나 손님에게 코멘트를 달 수도 있어요. 아이를 봐주는 서비스도 같은 기능을 제공하면 부모와 노인 돌보미 모두에게 믿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 댁에 동화책이 많아 아이가 좋아하네요.’ ‘체력이 달리신다면 이 아이는 다른 분께 양보하세요.’ 등등 쌍방향 리뷰가 가능합니다.

 

퇴직 후, 한 달에 100만원만 버는 게 저의 꿈입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심은 없어요. 돈은 좀 적게 받더라도 일은 반드시 재미있어야합니다. 돈이 적은 데 재미도 없다면 퇴직 후에 굳이 일을 할 필요가 없지요. 요즘 저는 매일 아침 블로그에 글을 올립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고 누가 돈을 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이라면 공짜로도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래야 언젠가는 적은 돈을 받고도 신나게 일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은퇴 문제에 대한 최고의 해결책은 은퇴하지 않는 것입니다. 평생을 이야기꾼으로 살고 싶어요. 노후에도 책 읽어주는 동네 할아버지로 소일하며. 큰 욕심내지 않고, 책 읽는 재미를 아이들과 나누며 사는 것, 그게 제가 꿈꾸는 노후입니다.

 

(월간 '에세이' 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공짜로 즐기는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호호, 메리 크리스마스!  (53) 2016.12.24
너무 열심히 일하는 게 탈이다  (10) 2016.10.19
이야기꾼의 노후대책  (2) 2016.10.12
지름신 퇴치용 퇴마술  (7) 2016.10.06
왕따도 즐거운 세상  (17) 2016.09.13
세상은 그냥 좋아지지 않는다  (3) 2016.09.12
Posted by 김민식p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첨밀밀88 2016.10.12 08: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앞부분은 저번에 해주신 얘기라서 잠시 어리둥절 했는데요. 오늘의 본론은 피디님의 노후이군요. ㅋ

    저도 딱 백만원만 버는 초밥집이 어떨까 생각했었는데요, 지금은 그냥 차리지말고 주방장만하자고 생각하는 중이거든요. 창업의 위험때문에. 그러다보니 100만원은 더벌것 같고. 일고 그만큼 더할것 같네요.

    일할 팔자를 타고났는지, 더 안벌고 100만원만 버는것도 쉬운목표가 아닌것 같아요. ㅋㅋ

    저도 아이들도 좋아하고 동화구현 나름 잘하는데..피디님과 공통점이 있네요. ㅋㅋ 저는 동화구현을 거의 연극 수준으로 몸까지 써서 ㅋㅋ. 전에 놀이방에서 2주정도 선생님을 해봤는데 5살짜리 애들이 엄청 좋아하데요.
    아마도 아들에게 해줬던게 밑바탕이 된듯해요.

  2. 섭섭이 2016.10.12 09: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내용 잘 봤습니다. 지난번 퇴직후에 하시려는 것에 연장선 내용이네요.. (http://free2world.tistory.com/1144)

    "영어로 진행하는 서울 드라마 촬영 명소 나들이" 도 와~~~ 재미있겠다 생각했는데
    "책 읽어주는 동네 할아버지 " 이것도 좋은 직업 같아요..

    부럽습니다... 벌써 2 가지를 찾으셨으니. ^^
    저는 아직 저만의 컨텐츠가 없어서 퇴직 후엔 뭘 할지 쉽게 떠오르지 않네요.. 퇴직후에 뭘할지 계속 찾아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