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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지름신 퇴치용 퇴마술

by 김민식pd 2016. 10. 6.

저는 교보 전자책 리더기 '샘'을 씁니다. 처음 샀을 땐 완전 열광했지요. 59000원에 전자책 100권이 딸려온다니! 그런데 요즘은 좀 아쉬운 점이 더러 있습니다. 샘 구독 서비스라고 1달에 9900원을 내면 책 3권을 대여해서 6개월간 볼 수 있는 서비스가 있어요. 매달 결제일마다 돈이 빠져나가고 다음날 책 대여권수 3권이 추가됩니다. 전자책을 읽기에 좋은 방법인데, 읽고 싶은 책이 있어 검색해보면, 샘 서비스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전자책으로 구매는 가능한데 대여는 되지 않는...


그래서 샘보다 요즘은 동네도서관을 애용합니다. 어지간한 책은 도서관에 다 있어요. 없는 책은 상호대차 서비스를 통해 인근 도서관에서 빌려옵니다. 인근 도서관에 있는 책을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어요. 대출중이면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걸고, 신간이면 구매신청을 넣습니다. 물론 도서관에서 구비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지요.


바로 읽고 싶은 신간의 경우, 샘 스토어에서 찾아보는데 없는 경우가 많아요. 아마존의 회원제 서비스인 '킨들 언리미티드'의 경우, 매달 9.99달러만 내면 60만 권 이상의 전자책과 수천 권의 오디오북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던데... 아직은 서비스되는 전자책이 적은 게 '샘'의 약점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여행 갈 땐 꼭 '샘'을 챙깁니다. 여행 기간이 한 달이면 적어도 열 권 이상의 책을 들고 가야하는데 그러면 짐이 너무 무겁잖아요? 저는 심한 활자 중독이라 읽을 책이 없으면 불안해집니다. 이북 리더기 하나를 챙기면 그 안에 전자책 수백권이 들어있으니 활자중독자의 불안도 사라집니다.

최근에는 '샘'을 오래 써서 수명이 다하는지 활자가 가늘고 흐려져서 해변처럼 눈부신 곳이나 어두운 배 안에서 읽기는 많이 불편하더군요.

'아, 갈아타야하나? 크레마도 좋고, 리디북스 페이퍼도 좋다던데, 아니 이 참에 킨들을 질러?'

순간 새로운 쇼핑의 기대감에 온 몸에 전율이... 인터넷 쇼핑몰에서 검색해보니 다들 가격이 만만치 않군요. 샘은 5만원대라는 가격에 끌려서 샀는데... 음... 고민을 하다 문득 '샘' 리더기의 메뉴 화면을 띄워봤습니다. 서체가 있더군요. 나눔 고딕이나 다른 서체를 선택했더니 갑자기 글씨가 뙇! 하고 두껍고 선명해지더군요. '뭐야, 고장난게 아니었어?'

전자책을 다운 받으면 기본서체로 표시되는데, 그게 절전 모드라 그런지 글씨가 작고 희미했던 겁니다. 서체를 바꾸니 가독성이 확 올라가더군요. 메뉴 설정 하나 바꿨더니 갑자기 지름신이 퇴치되어버리는군요... 이런... 저 멀리 사라지는 지름신...

'아...
새거 지를 알리바이가 사라졌네...'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돈이 굳은 게 어디에요. 다시 즐겁게 '샘'으로 책을 읽습니다.

 

생각해보니 우리 인생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살면서 우리는 각종 인간관계에서 힘들어하죠. 회사나, 친구나, 애인이나...
'에이, 이 참에 확 새거로 갈아탈까?' 할 때가 많습니다.
심지어 다른 회사, 다른 친구, 다른 애인을 슬쩍슬쩍 곁눈질할 때도 많고요.
새로운 관계를 생각하면, 에누리닷컴의 검색창에서 무수한 대안과 구매조건이 펼쳐지듯 눈앞에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그 순간 흥분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런데요...

물건이든 인간 관계든...

새로 사는 것보다 고쳐쓰는 게 싸게 먹힙니다.


그리고, 사용자 불만의 많은 원인은, 상품의 결함이 아니라 사용자 미숙이라네요. (부부 관계가 특히 그래요. ^^)

AS 신고 접수건의 70퍼센트가 기계 결함이 아니라 사용자 조작 미숙 탓이란 얘기도 있어요. 

 

헌 것 버리고, 새 것 갈아타기보다는,

기왕에 쓰던 거, 고쳐서 잘 써보는게 어떨까요?

설정만 살짝 바꿔줘도 완전 새것처럼 쓸 수 있거든요.

그게 물건이든 인간관계든 말입니다.

뒤에 스티커 하나를 붙여줬더니, 새 것을 지른 기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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