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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세상은 그냥 좋아지지 않는다

by 김민식pd 2016. 9. 12.

지난번 글 '세상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허핑턴 포스트의 스티븐 핑커 기사를 읽다 그의 테드 강연을 봤습니다.

 

https://www.ted.com/talks/steven_pinker_on_the_myth_of_violence

 

강연에서 스티븐 핑커는 물물교환, 즉 경제 활동이 활성화하면서 인류의 복지가 개선되었다고 말합니다. '저 사람이 나와 사냥감을 놓고 싸워야할 상대가 아니라, 서로에게 부족한 것과 남는 것을 교환할 수 있는 상대구나' 하는 걸 깨달으면 생존 가능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집니다. 협업이 인류 문명 발전의 핵심입니다. 

인간이 공감할 수 있는 범위의 확대가 수명의 연장을 가져왔습니다. 원시 사회에서는 공감의 대상이 가족과 친구에 한정되어 있었지요. 그러다보니 가족간의 분쟁 ('OK 목장의 혈투'같은) 마을간의 분쟁, 국가간의 분쟁이 잦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공감의 범위를 확대해가면서 점차 문명이 발전하고 사망률도 줄었어요. 공감의 범위가 발전한 방향은, 마을 - 씨족 - 부족 - 국가 - 타인종 - 양성 - 다른 생물종이랍니다.

저는 강연 중에 저 순서에 주목했어요.

타인종 - 양성 - 다른 생물종

원문으로는

other races - both sex - other species

화면을 일시정지시키고 가만히 저 순서를 머릿속에 그려봤습니다. 역사의 관점에서 보면 양성 평등은 인종 평등보다 더 늦게 일어난 일이군요. 남자끼리는 국가가 다르고 인종이 달라도 무역이나 외교의 상대로 인정해줬거든요. 하지만 여성에 대해서는 비슷한 지위 향상이 이뤄지지 않았어요. 긴 역사를 놓고보면, 양성 평등 움직임이 시작된 건 불과 몇십년 전의 일입니다.

세상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이 좋아진 세상이 그냥 좋아졌다고 믿지는 않습니다. 노력한 사람이 있으니까 좋아진 거지요. 영화 '서프레제트'를 봤습니다. 여성 참정권이 그냥 얻어진 게 아님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수십년간 '여성에게도 투표권을 달라'고 평화적 시위를 벌이지만, 조롱과 멸시와 폭력만 돌아옵니다. 그래서 그들은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운동을 이끕니다. '희생과 행동만이 변화를 가져온다'고요.

 

세상에 감사하는 마음도 좋지만,

이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희생한 분들께도 감사하는 마음도 중요합니다.

양성 평등을 위해 희생하고 노력해온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 딸들이 보다 나은 미래를 살 수 있도록 해주신 분들이니까요.

 

양성 평등, 이제 겨우 시작입니다.

 

다음엔 이 책을 읽어보려고요. 딸을 멋지게 키우고 싶은 아빠에겐 필독서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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