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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언어 없는 삶

by 김민식pd 2016. 9. 21.

2016-205 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칼라니티 / 이종인 / 흐름출판)

오키나와 여행 갈 때, 전자책 리더기에 어떤 책을 넣어갈까 고민하다 고른 책입니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의사가 되었으나, 암에 걸려 서른여섯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폴 칼라니티의 이야기입니다.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새겨봅니다. 여행을 통해 일상을 되돌아보듯, 죽음이라는 잣대가 있어야 삶의 의미가 더 분명해지거든요.

암 선고를 받은 저자는 의사에게 자꾸 물어봅니다. '제게 얼마의 시간이 남았나요? 10년이 남았으면 의사로서 계속 살고, 1년이 남았으면 책을 쓰고 싶어요.' 라고. 우리는 아무도 몰라요.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날들이 남았는지. 그걸 모르기에 저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즐겁게 살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후회가 없어요.

영문학을 전공한 후, 의학대학원을 나왔고, 의사와 환자, 양쪽의 입장을 다 경험할 수 있었기에, 그는 자신이 겪은 일을 글로 풀어낼 수 있었어요. 뇌신경 전문 외과의인 그가 들려주는 다양한 뇌수술 이야기를 읽다보면, 우리가 살면서 당연하게 여기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기적처럼 소중한 기능들인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언어의 기능이지요.

'뇌의 피질 중에서 가장 침범해선 안 되는 곳은 언어를 관장하는 부분이다. 보통 좌뇌에 있는데, 베르니케 영역과 브로카 영역이라 불린다. 전자는 언어의 이해를, 후자는 언어의 표현을 담당한다. 브로카 영역이 손상된 환자는 남의 말을 이해하더라도 본인은 말을 하거나 쓸 수가 없다. 베르니케 영역이 손상되면 말은 할 수 있지만 언어를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환자가 하는 말은 서로 무관한 단어, 구절, 이미지의 나열이 되어버린다. 의미 없는 문법이 되는 것이다. 두 영역이 모두 손상되면 환자는 인간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을 영원히 빼앗긴 채 고립된다. 환자가 두부외상이나 뇌졸중을 앓은 뒤 이런 영역이 파괴되면 환자를 살리겠다는 외과의의 의욕도 크게 저하되는 경우가 많다. 언어 없는 삶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전자책 49%)

저는 일본 여행을 좋아합니다. 일본문화도 좋아하고요. 일본 소설, 만화, 드라마 다 재미있어요. 예전엔 일본 여행을 2,3년에 한번씩 했는데 동일본 지진 후 이번에 처음 왔습니다. 물론 본토가 아니라 오키나와지만요. 한동안 전혀 쓸 일이 없었는데도, 이곳에 오니 10년전에 외운 일본어 문장의 기억이 다시 살아나더군요. 정말 신기했어요. 나의 머릿속 어딘가에 숨어있었던 겁니다. 하나의 모국어로도 충분히 살 수 있지만, 몇 개의 외국어를 하게 되면, 인생은 몇 배나 풍성해집니다. 비록 과정은 힘들지만, 암송으로 머릿속에 꼭꼭 쟁여놓은 표현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댓글부대 여러분,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파이팅!)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나눔으로써, 질병과 죽음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합니다. 건강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잊고 살 때가 많잖아요? 끝이라고 생각될 때, 고난과 시련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인간으로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암 선고를 받은 후, 그는 많은 고민 끝에 아내와 아기를 갖습니다. 비록 아이의 한 살 생일도 보지 못하고 떠나지만요. 마지막으로 그가 딸에게 남긴 메시지를 올립니다.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라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 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

(전자책 78%)  

 

우리 모두는 하나하나가 다 누군가에게 아빠가 되고, 엄마가 되는 순수한 기쁨과 즐거움을 안겨준 고귀한 사람입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하루도 귀한 사람답게, 즐겁게 보냅시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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