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 무더위를 잊게 해줄 책을 찾아봤습니다.

 

2016-161 일곱명의 술래잡기 (미쓰다 신조 / 현정수 / 북로드)

'괴담의 집'으로 여름밤을 서늘하게 해준 미쓰다 신조의 책입니다. 어린 시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 (일본에서는 '다루마가 구룬다!')를 하던 아이들이 하나 둘 사라집니다. 책을 읽다보면, 아이들의 술래잡기가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 하고 등골이 오싹...

호러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참 독특합니다. 

'호러 미스터리는 모순입니다. 미스터리는 합리적인 이야기지만, 호러는 부조리한 것을 다루니까요'
96쪽


스토리텔링은 저글링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조리와 합리라는 두 개의 공을 던졌다 받았다 하면서 이야기를 키워가죠. 무서운 책이랑 웃기는 책이랑 저글링하듯이 교대로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2016-162 방과 후는 미스터리와 함께 (히가시가와 도쿠야 / 한성례 / 씨엘북스)

유머 미스터리 작가,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책을 읽었습니다. 고교생 탐정이 학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을 추리 소설의 기법으로 풀어갑니다. 알콩달콩 소소한 사건과 기발한 트릭이 모인 코믹 추리 단편집입니다. 에피소드 중심이지만 주인공은 이어지기에 장편 같기도 합니다.
예전에 일본 드라마의 원작이라는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도 찾아 읽은 적도 있는데, 그때도 그렇고 이번도 그렇고, 약간 좀 아쉬웠어요. 웃음이 '야개, 야개...' (약해, 약해...) 

웃기는 작가를 찾아서...
 

2016-163 여왕마저도 (코니 윌리스 / 최세진 등 / 아작)


유머러스한 SF계의 수다쟁이, 코니 윌리스를 이어읽었어요. The Best of Connie Willis를 번역한 두번째 책입니다. '화재감시원'을 재미있게 보셨다면 이 모음집도 추천. 다만 영국식 유머는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는 게 함정입니다.

아, 무더위를 싹 잊게해줄 정도로 제대로 웃겨주는 작가 어디 없나? 하다가...


 

2016-164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이기호 / 마음산책)


예전에 '최순덕 성령충만기'와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로 빵빵 웃겨주신 이기호 작가가 생각났어요. "그래, 우리에겐 이기호가 있지!"하며 찾아봤더니, 와우, 올해 초 새로 나온 따끈따끈한 신간이 있군요.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도서관 열람실에서 책을 읽다가 접었어요. 전철에서 읽기도 좀 민망하더군요. 나도 모르게 빵빵 웃음이 터집니다. 아, 정말 이런 책은 혼자 어디 산에 가서 읽어야겠어요. 간만에 제대로 웃겨주는 책을 만났습니다. 중간중간 짠한 대목도 많네요. 웃음과 눈물이 때론 생뚱맞게 연결되어요.

무척 짧은 소설을 여러편 모아뒀어요. 과자 종합선물 셋트에서 하나 하나 빼먹는 즐거움! 

 

'짧은 소설을 묶은 책이니까, 작가의 말도 시조 형식으로 적어보겠다.

짧은 글 우습다고 쉽사리 덤볐다가

편두통 위장장애 골고루 앓았다네

짧았던 사랑일수록 치열하게 다퉜거늘'

(위의 책, 작가의 말 중에서)


예전에 어떤 드라마 작가의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단막극이나, 미니시리즈나 이야기를 만들 때 들이는 공은 비슷해요. 짧으니까 쉽게 쓸 것 같지만, 결국 주인공의 캐릭터를 만들고, 메인 플롯을 짤 때 힘든 건 다 똑같거든요."


 

2016-165 차남들의 세계사 (이기호 / 민음사)

이렇게 믿음직한 작가를 만나면 전작 읽기에 도전합니다. 책의 발간순서를 역으로 짚어가는거죠. 그러다보면 언젠가 예전에 읽은 책까지 만나게 됩니다. 단편도 좋지만, 장편소설 '차남들의 세계사'도 좋네요. 전두환 정권 시절, 교통사고를 신고하러 경찰서를 찾았다가 간첩으로 몰리는 어수룩한 택시 기사의 이야기입니다. 책의 앞부분은 낄낄거리며 읽다가 뒤로 갈수록 좀 시무룩해집니다. 나중에는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후기를 보니 작가님도 1부는 빨리 썼는데, 2부, 3부로 가면서 진도가 느려져서 고생많이 하셨다고... 2009년에 쓰기 시작한 소설을 마치는 데 5년이 걸렸답니다.

“작년에는 소설을 마무리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굉장히 아픈 현대사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데 나는 자리에 앉아서 그걸 소설화시키고 있다는 게 스스로 비겁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도 소설을 쓰면서 변했어요.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니, 이런 시대일수록 소설가들이 어떤 의미를 잡아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용기를 냈습니다. 저도 많은 선배 작가들의 소설을 읽으면서 힘을 얻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운 적이 꽤 있었으니까요.”

(경향신문 인터뷰 중에서)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8172133115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뉴스타파의 최승호 피디가 만들고 있는 영화 '자백'이 떠올랐어요. 탈북자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룬 영화인데요. 간첩 조작은 인간에게 행해질 수 있는 가장 잔인한 행위이인데, 예나 지금이나 그 대상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없는 사람들입니다.

예전엔 재일 교포 유학생을, 그리고 요즘엔 탈북자를 간첩으로 조작하는 이유가 뭘까요? 가족이 없으니 사라져도 찾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죠. 몇 달을 가둬놓고 고문과 협박으로 회유할 수 있어요. 1980년대 군사 독재 시절에 행해지던 일들이 아직도 일어나고 있다는 이 기막힌 현실... 세상을 거꾸로 돌리는 건 순식간이군요.

 

웃기는 이야기를 찾아 떠난 모험이, 결국 우리 시대 가장 아픈 이야기로 향했다는 거.

그렇지요, 뭐... 그런게 인생이지요..... 뜻대로 되지 않아요, 절대로.

 

이기호 작가님의 소설은 정말 강추입니다. 모국어로 글을 쓰는 이렇게 유쾌한 작가를 가진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피서는 독서가 최고다!"

라고 외치며, 올해도 책 속에서 여름나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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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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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첨밀밀88 2016.07.12 07: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자백이라는 영화 참 기대됩니다. 한편으론 이런 영화가 나올수 있을 정도로 민주화 된것도 같고. 한편으론 설마 아직도 이런일이 있나 싶기도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