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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더 외로워야 덜 외롭다

by 김민식pd 2016. 7. 9.

2016-158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김정운 그리고 쓰다 / 21세기북스) 

 

방송 출연에 집필에 강연에, 잘 나가던 김정운 교수님은 어느날 교수직을 던지고 일본으로 훌쩍 떠납니다. 혼자 일본에서 4년을 생활하며 전문대에서 미술 공부를 해요. 그러고 돌아와서 내신 책 제목이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잘 살려면 때론 외로워야 한답니다. 특히 창작자에게는 고독의 순간이 필수라고 말하네요. 혼자 어디론가 훌쩍 떠나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요.

드라마 연출을 하면서 가장 고민되는 순간은 대본 초고를 보고 나서 작가와 수정 회의하기 직전입니다. 무언가 방향을 잡으려면 대본 단계에서 잘 해야합니다. 대본이 인쇄된 후에 방향을 수정하기 쉽지 않아요. 연습을 하고,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하는 과정에서 바꾸는 건 쉽지 않아요. 대본을 읽은 후 걸리는 장면이 있다고 무조건, '이 장면 뺍시다', 그러면 안 되요. 대안이 있어야지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저는 MBC 드림센터 사무실을 나와 회사 앞 일산 호수 공원을 혼자 걸었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 뚫어져라 대본을 볼 때는 나지 않던 생각, 걷는 순간, 문득 떠오르더군요.

 

'창조적 사고에 관한 선구적 연구자인 영국의 사회심리학자 그래함 월러스는 창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그 문제로부터 몸과 마음이 일시적으로 떠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해결이 안 되는 심각한 문제로부터 잠시 떠나 전혀 다른 생각에 몰두하고 있을 때, 문제 해결을 위한 통찰이 불현듯 찾아온다는 것이다. 마치 닭이 알을 품고 있는 부화의 시간처럼, 창조적 해결을 위한 침묵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옳다. 안 풀리는 문제를 계속 끌어안고 있어봐야 아무 도움이 안 된다. 풀리지 않는 문제로 괴롭고 힘들면 무조건 그 문제로부터 잠시 벗어나야 한다.'

(위의 책 100쪽)

 

김정운 교수는 독일에서 10여년간 생활하며 박사 학위를 따고, 다시 일본에서 4년간 미술을 공부했습니다. 2차대전 추축국인 독일과 일본 두 나라에서 다 살아본 그의 통일론이 인상적입니다.

'통일은 새벽 도둑처럼 온다'에서 한 대목.

'통일된 독일을 살펴보니 분단의 상처는 분단의 시간만큼이 지나야 치료된다. 70년 분단 시간을 보냈으면 또 다른 70년이 지나야 심리적 상처까지 아문 진정한 통일을 이룰 수 있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갑자기 많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는 일본이 분단되었어야 옳기 때문이다. 전쟁의 책임으로 독일이 동서로 나뉘었듯이 일본도 동쪽 섬 두 개, 서쪽 섬 두 개로 나뉘었어야 옳다. 일본은 큰 섬이 네 개라 나누기도 아주 편하다. (중략)

통일된 독일이 유럽연합을 주도적으로 이뤄내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분단의 상처를 성숙하게 견뎌냈기 때문이다. 우리의 분단이야 억울하기 그지없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 분단의 상처를 자기파괴적 분노와 적개심으로 풀어내서는 안 된다. 이 고통의 시기를 창조적으로 견뎌내야 우리에게도 새로운 리더십의 기회가 온다.'

(위의 책 210쪽)

삶이란 그런 것이에요. 때론 내가 저지르지 않을 악행에 대해 업보를 받는 순간도 있어요. 그럴 때, 고통을 잘 견뎌야 새로운 기회가 온답니다.

 

이번 주 주말 외부 강사 특강,  김정운 교수의 '시사인' 인터뷰를 첨부합니다.

'한 번밖에 없는 인생 더 외로워야 덜 외롭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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