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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중년의 방황

by 김민식pd 2016. 7. 18.

2016-169 소비를 그만두다 (히라카와 가쓰미 / 정문주 / 더숲)

저자는 벤처투자회사를 하면서 5억엔을 들여 20여개 회사에 출자했는데, 몇 년 만에 그 모든 회사가 문을 닫습니다. 유명 IT경영자와 컨설턴트가 모인 투자위원회가 심사숙고해서 투자를 했는데도 그렇습니다. 은행 융자를 얻어 재기에 도전한 저자는, 리눅스카페라는 새 사업을 시작했는데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나는 바람에 세를 든 건물이 붕괴 위험 판단으로 사업을 접습니다. 사무실 공간 리모델링하느라 투자한 2억엔을 날리지요.

인생이란게 이렇습니다. 돈 벌기가 이렇게 어렵습니다. 돈을 버는 게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대안은 돈 쓰기를 그만 두는 것입니다. 저자가 소비를 그만두게 된 사연도 이해가 갑니다.

마트에서의 대량 소비 대신 동네의 작은 가게를 이용하자고 하는군요.

 

2016-170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 (모타니 고스케 NHK 히로시마 취재팀 / 김영주 / 동아시아)


기존의 소비 행태를 바꾸자고 말하는 대목은 이 책에도 나옵니다.


'자신을 위한 소비(명품 브랜드나 고급품)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유대소비(가족이나 지역, 사회와의 유대를 확인할 수 있는 물건)를 원하며, 새로운 물건을 손에 넣는 소유가치가 아니라 지금 있는 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사용가치에 중점을 두게 되었다. (중략)
1990년대의 거품경제 붕괴를 계기로 싹을 틔우고 수면 아래에서 조금씩 성장해온 것이 리먼 사태로 한 순간에 표면화되고 동일본대지진으로 가속화된 것이다. 2012년은 '소비의 뉴노멀화' 원년이 되었다. 이것을 조용한 혁명이라 부르는 사람이 있다.'

(위의 책 178쪽)

 

여기서 말하는 유대소비란, 다시 말해 얼굴을 가진 소비랍니다. 물건을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서로의 얼굴을 알아보는 소비. 대형 마트만 이용하면 모든 가게 주인이 마트 계산원이 되지만, 동네 작은 가게를 이용하면 소상공인의 삶에 희망이 생긴다는 군요. 얼굴이 있는 소비, 소중한 변화입니다.

일본에서는, 동일본 대지진과 리먼 사태 이후,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많습니다. 자연재해나 미국발 금융위기도 문제지만, 일본 내 생산 인구 감소가 변화를 강제하고 있군요.

'소비를 그만 두다'는 대안으로 소상공인의 삶을 권하고,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는 귀농을 권장합니다. 변화의 징조는 일본 사회 곳곳에서 읽힙니다. 변화하지 않는 사람은 방황하기도 합니다. 세상의 변화에 깃발처럼 나부끼는 거죠. 그런 일본 중년 남성들의 세태를 그린 책도 있습니다.

 

2016-171 남성표류 (오쿠다 쇼코 / 서라미 / 메디치)

 

나이 50 다되어 회춘을 위해 호르몬 치료를 하고, 그로인해 성기능이 강화되자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나고, 그 결과 평생 쌓아올린 가정과 인생이 흔들립니다. 탈모나 주름 치료를 통해 젊음을 되찾으려고 노력하는 중년 남자들이 있는데요. 이건 굴착기랑 삽질 대결 하는 것이랑 같죠. 의미가 없습니다. 세월을 이길 수도 없고요, 이겨서 또 뭐합니까.

고미숙 선생님의 벙커원 특강 '공부의 목적' (     http://www.podbbang.com/ch/11371     )을 들어보면, 인생은 춘하추동 사계절입니다. 사춘기의 봄, 청춘의 여름을 즐겼다면, 이제 중년의 가을과 노년의 겨울도 기꺼이 받아들여야지요. 봄 여름만 계절인가요. 가을 겨울도 내 인생인데.

 

예기치 못한 성공은 독이 되기도 합니다. 너무 큰 인기나 너무 높은 직위가 그래요. 지금의 중년 세대에겐 예기치 못한 성공이 왔어요. 30년이라는 수명 연장의 혜택이 그것이지요. 길고 긴 인생이 남았는데, 어떻게 살아야할까. 다시 청춘으로 돌아가 연애를 하자니, 가정이 흔들리고, 청춘의 몸을 얻자고 수술과 약물 치료를 하자니, 건강이 흔들리고, 100세 시대에 부모님을 모시자니, 효도가 흔들리고, 오래도록 계속 돈을 벌자니 직장이 흔들립니다. 

30년의 수명 연장은 참으로 귀한 선물입니다. 인생을 한 번 더 살 수 있는 시간이잖아요.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공부 속에서 그 답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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