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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삶은 띄엄띄엄 이어진다.

by 김민식pd 2016. 5. 16.

어떤 분이 비밀글로 물었어요.

 

상사에게 성차별적이고 모욕적인 언사를 들어 마음이 괴로운데 어떻게 해야하나요, 하고.

글을 보고 처음엔 어이가 없었어요.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런 나쁜 상사가 다 있다니! 하지만 글은 주말동안 곰곰히 생각한 후에 올리겠다고 했어요. 어려운 문제거든요. 일하는 분의 입장을 여러모로 살펴야하는...

 

3가지 관점에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 공적인 개선 노력을 먼저 해보시라.

 

회사 내에 여사원 협의회, 노동조합, 인사과 성차별 방지 센터 등이 있다면, 찾아가서 문제에 대한 논의를 해보는 게 좋습니다. 그 분의 높은 직급을 생각하면, 조직 내에서 견제를 받기 쉽지 않기에, 다른 많은 여직원에게도 비슷한 피해가 가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 회사 내에 그런 기구가 없다면, 문제는 좀 어려워집니다. 있어야 할 것이 없을 때는 그만한 사정이 있는 거거든요. 그럴 땐 동료 여사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떨까요? 이번 사례가 지엽적인지, 지속적인지, 부분적인지, 전체적인지 한번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 모욕은 받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저자인 엄기호 선생이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불교 초기 경전인 빠알리경에 나오는 이야기다. 부처가 죽림정사에 계실 때 브라만인 악꼬사까가 자기 가문의 한 브라만이 부처에게 출가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처님을 찾아와서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 그 욕을 듣고 부처는 악꼬사까에게 당신의 집에 친구나 동료들이 방문하러 오는지를 물었다. 그가 그렇다고 하자 부처는 그들에게 다과나 음식을 대접하는지를 물었다. 어떤 때는 대접한다고 하자 만일 그들이 그 음식을 받지 않는다면 그 음식은 누구의 것이냐고 또 물었다. 그가 자기가 대접한 이들이 음식을 받지 않으면 그것은 자기의 것이라고 대답하자 부처는 악꼬사까에게 당신이 준 욕을 내가 받지 않았으니 그 욕은 모두 당신의 것이라고 대답했다.'

 

'선물과 모욕'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뽑은 글입니다. 원문을 보시려면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8102127455&code=990100

 

그 이사님의 발언은 자신의 수준을 보여주는 말이지, 절대 님의 수준을 깎아내리는 말이 아닙니다. 그 폭력적인 말은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마음으로 외치세요. "반사!"

 

3. 삶은 띄엄띄엄 이어진다.

 

어제 읽은 손아람 작가의 '디 마이너스'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강의 첫 시간에 창밖 내리던 비를 바라보던 교수가 그럽니다.

"빗줄기라는 표현은 틀렸어요. 빗방울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한줄기처럼 보여도 띄엄띄엄 내리지요. 실은 세상 모든 게 띄엄띄엄 존재합니다."

한때 제 옆에 있는 어떤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오래도록 제가 마음 고생을 심하게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사람의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아서 그 사람을 볼 때마다 괴로운 마음이 올랐거든요. 사실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한 건 스쳐지나가는 찰나였습니다. 그 말을 붙잡고 있는 저만 오래오래 괴로웠던 거지요.

늘 불행한 것같은 인생에서도 불행은 실은 띄엄띄엄 일어납니다. 그 불행을 계속 부여잡고 있으니 연속되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지요.

그 상사는, 세상에 숱하게 많은 사람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그 말은, 그가 내뱉은 숱하게 많은 말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불가에서는 그런 분을 역행보살이라고 부릅니다. 그렇게 살면 안 된다는 가르침을 주기 위해 현신한 보살님이라고요. (알아요, 보살 대접해주긴 쉽지 않죠. ^^)

 

'내가 나중에 저 위치에 오르면 절대로 저렇게 살지는 않겠다.' 그렇게 하시면 됩니다. 

 

역시 아무리 고민해봐도 명쾌한 답은 없네요. 답은 순간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을 통해 꾸준히 이어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말에 지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답이 아닐까요?

 

월요일이군요. 주말 동안 가족의 품안에서 꿀같은 휴식을 취하셨나요? 또 한 주를 살아야할 시간입니다.

직장인 여러분,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가족간의 즐거운 추억도 띄엄띄엄 일어납니다. 사진의 기능은 그 추억을 오래오래 붙잡아두는 것이지요. 그래서 아빠의 역할은 사진사인가봅니다. 순간을 오래오래 잡아두는 사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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