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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짠돌이 종합운동장에 가다

by 김민식pd 2016. 5. 3.

사놓은지 벌써 5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틈만 나면 들여다보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 여행' 서울 수도권 편입니다. '한나절 걷기 좋은 길' 52개 코스를 소개하는데, 주말마다 다녀도 다 돌아보는데 1년이 걸립니다.

이 책을 처음 블로그에 소개한 것도 5년 전입니다.

 

2011/08/11 - [짠돌이 여행예찬] - 공짜 관광 안내 책자 모으기~

 

2014/05/24 - [공짜 PD 스쿨/짠돌이 독서 일기] - 주말이 기다려지는 삶

 

걷기 여행이 인기를 끄는 덕에 이 책에 소개된 많은 코스가 이제는 서울 둘레길이나 북한산 둘레길, 동작 충효길로 새롭게 태어났어요. 교통편이나 길이 그새 많이 바뀌었지만 지금도 가끔 책을 들여다보며 서울 인근 새로운 산책 코스를 찾아봅니다.

이 책의 마지막에는 서울에서 즐길 수 있는 궁극의 걷기 여행 코스가 나옵니다. 바로 100킬로 걷기.

'덤벼보자, 백 킬로미터'

여의나루역 -(한강) - 종합운동장 - (양재천) - 양재 시민의 숲(찍고 반환) - (양재천) - 종합운동장 - (한강) - 광진교(건너) - 뚝섬 유원지 - 서울 숲 - (중랑천) - 장안교 - 응봉역 - (한강) - 양화대교(건너) - 행주대교 (반환점) - 여의나루역

이게 총 100킬로미터인데, 이 코스를 25시간내에 걷는 것이 바로 서울 울트라 트레킹이랍니다.

 

오래전부터 이 코스에 도전하는 게 꿈이었어요. 하지만 막상 시도하려고 하면, '아이고, 서울 둘레길부터 걷지 뭐.' '에이, 요즘은 남산 벚꽃이 좋은데, 거길 걷지 뭐.' 해서 자꾸 밀렸어요. 그러다 이 길에 도전하게 된 건 작년에 블로그에 올린 올해 목표 때문입니다.

 

2015/12/26 - [공짜로 즐기는 세상] - 2016년, 나에게 준 선물

 

올 한 해, 독서 기록과 만보계 기록 갱신이 목표랍니다. 4월 중순 어느날 보니, 새해 들어 책을 90권 가까이 읽었더라고요. 4월말까지 100권을 채운다면, 연말이면 300권도 거뜬히 읽겠더군요. 한해 최다 독서 기록이 스물 두살에 세운 200권인데, 나이 50을 바라보는 지금 그 기록을 넘어선다면 이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만보계 기록도 4월 중에 갱신하고 싶은데, 서울 둘레길은 아무리 걸어도 한 코스에 3만보 정도밖에 안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비장의 코스, 100킬로를 꺼내들었어요. 물론 전 25시간 연속으로 걷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내가 드라마 연출하면서 제일 싫어하는 게 밤샘 촬영입니다. 일할 때 밤을 새는 것도 억울한데 굳이 밤을 새워 운동할 생각은 없어요. 그래서 꼼수를 부렸지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100킬로를 2번에 나눠서 걸으면 어떨까?

 

아침 먹고 전철 타고 옥수역으로 향했습니다. 옥수역은 자전거로 갈 때나 걸어 갈 때나, 한강 시민 공원 산책로 진입로로 아주 좋습니다. 경의중앙선으로 환승하러 가는 길 왼편에 한강 시민 공원 진입출구가 있어요. 내려서 한강 시민 공원 산책로를 따라 서울숲 방면으로 걸었습니다. 중랑천을 만나 왼쪽으로 꺾어 장안교가 나올 때까지 또 걸었어요.

 

 

장안교 위에서 찍은 반환 인증샷입니다. 이번에는 다시 한강으로 향했어요. 중랑천의 경우, 청계천으로도 통하는 왼쪽은 도보길이 잘 되어 있어 걷기 쉬웠는데, 반대편은 자전거 길로 조성되어 있어 라이더들을 피하는 게 좀 신경이 쓰이더군요. 책의 지도에는 장안교에서 건너라고 했지만, 자전거 길이 조성되기 전인 2008년에 나온 책인지라... 지금은 장안교에서 다시 돌아와 응봉교에서 건너는 게 안전합니다.

걷기 기록 갱신을 위해 가볍게 나선 터라, 물도 간식도 준비하지 않고 맨몸으로 걸었습니다. 편의점이 있는 뚝섬 한강 시민 공원에서 가볍게 요기를 했습니다.

 

뚝섬 시민 공원은 자전거를 타고 양평으로 갈 때, 늘 지나치는 곳인데도 이곳에 정원이 잘 조성되어 있는 줄은 오늘 처음 알았어요. 자전거길과 산책로가 나뉘어있거든요. 역시 교통 수단이 달라지면 보이는 풍광도 달라집니다.

 

늘 다니는 곳에서 교통 수단만 바꿔도 새로운 풍광을 만나는 여행의 시작입니다. 전철타고 다니며 보이는 한강, 그곳을 자전거로 가거나 걸어가기만 해도 즐거운 여행이 됩니다. 지난번에 자전거로 갔던 광진정보도서관까지 간 후, 거기서 다시 반환점을 찍고 잠실 철교를 건너 한강을 걸었습니다.

오후 2시가 넘어가자 다리가 아파왔어요. 오전에 속도를 무리하게 올린 탓인지 근육이 당기더군요. 그래도 꾹 참고 계속 걸었습니다. 오후 3시 스마트폰에 진동이 울렸어요. 보니 만보계 새로운 기록 갱신을 알리는 알람!

 

 

"멋져요!" 기계가 해주는 칭찬이지만, 감사히 받습니다. ^^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40킬로 정도 걸었습니다. 종합운동장이 보이기에 그곳을 종점으로 삼았습니다. 종합운동장에서 저희 집까지 전철로 몇 정거장 안 걸려요. 전철로 간다면 30분도 안 걸릴 거리지만, 하루종일 걸어서 여기까지 왔네요.

 

친구들에게 100킬로 울트라 트레킹 이야기를 했더니 다들 묻더군요.

"그걸 왜 해?"

"산티아고도 가고 싶고, 히말라야도 가고 싶지만, 매일 거기에 갈 수는 없으니까. 정말로 트레킹을 좋아한다면, 한강 트레킹도 하고 동네길부터 걸어야지."

 

세계일주도 좋지만, 한강 일주도 재미나고 신나는 경험이었어요.

여행은,

지금 이 순간,

내가 있는 여기 이곳에서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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