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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짠돌이 회사에 가다

by 김민식pd 2016. 5. 18.

2016-113 걷기의 재발견 (케빈 클린켄버그 / 김승진 / 아날로그)

 

작년 MBC 상암동 신사옥이 완공되면서 일산 드림센터로 출근하던 저는 상암동으로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신사옥에는 주차가 안 되더군요. 차는 마님께 상납하고, 저는 전철로 출퇴근하기 시작했어요.

집에서 회사까지 전철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데, 전철 탑승시간만 1시간이에요. 왕복 하루 2시간을 전철에서 보냅니다. 전철에서 버리는 시간이 너무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전철을 타면 무조건 책을 꺼내들었어요. 독서량이 확 올라가더군요. 가벼운 책의 경우, 출퇴근 길에 읽는 것만으로도 하루 한 권을 읽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 탓에, 더 불편한 것을 택했는데, 알고보니 그게 더 좋은 선택이더라는 거... 아, 이래서 인생은 재미있어요.

그러다 얼마전 '걷기의 재발견'이라는 책을 읽었어요.

 

'걷기는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돈 / 해외여행이 가고 싶은가? 외식을 더 자주하고 싶은가? 걸으면 이런 것들이 가능해진다.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를 갑자기 없애기는 어렵겠지만 조금이라도 변화를 주면 연간 4,000~5,000달러 (약 480만원~600만원)를 꽤 쉽게 아낄 수 있을 것이다. 

시간 / 상대적으로 지출이 줄어드니 돈을 더 벌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고, 따라서 직장 스트레스도 덜 받게 된다. 아울러 교통 체증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드는 대신 그 시간을 여가와 친교를 위한 시간으로 돌릴 수 있다.

건강 / 나는 하루에 평균 2마일 (약 3.2킬로미터)을 걷는데 250칼로리를 소모할 수 있다. 250칼로리는 가벼운 요깃거리나 맥주 한두 잔 정도에 해당하는데, 맥주 한두 잔을 자주 즐기는 나로서는 걷기가 내 허리둘레에 해주는 일이 무척 고맙다.'

(위의 책 뒷표지)

 

걷기 여행의 예찬론자로서 이 책이 더욱 반가웠던 것은, 일상에서의  걷기를 권하는 점이에요. 도시 내 이동수단으로 자전거 예찬론도 나옵니다. 저자는 출퇴근에 자전거를 이용해 재미를 보았다고 하더군요. 자전거로 갈 경우 의외로 빨리 갈 수가 있다고. 

저의 경우 집은 양재역 근처고(서울의 가장 남쪽) 회사는 상암동인데 (서울의 가장 서쪽), 이 거리를 자전거로 다닐 수 있을까? 머릿속에는 온갖 속삭임이 들려왔어요. 

'서울 시내 자전거 출퇴근은 위험하지 않나?

'괜히 자전거로 갔다가 녹초가 되어 회사에서 퍼지는 건 아닐까?'

'작가가 과장이 심하구먼. 어떻게 자전거가 전철보다 더 빨라?'

그런데... 저자가 책을 워낙 잘 쓴 탓에, 읽고 나면 한번쯤 시도해보고 싶더군요. (아, 이런 책을 쓰고 싶어요. 독서가 작은 실천을 이끌고, 결국 독자의 인생을 바꾸는 그런 책!)

날씨 좋은 하루를 잡아, 자전거를 타고 회사로 갔습니다. 자전거 타기 참 좋은 날이에요. 한강 자전거 도로, 곳곳에 꽃들이 줄지어 서서, 새벽부터 출근길에 달리는 저를 응원하는 것 같았어요.

한강 자전거 도로 이촌지구, 꽃이랑 청보리가 한창입니다.

 

회사에 도착해서 시계를 보고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어요.

"말도 안 돼!"

1시간 10분이 걸렸더라고요.

전철보다 자전거가 더 빠르다니... 책에서 읽었을 때는 안 믿겼는데, 실제 해보니까 진짜네요.

 

취미라고 하면 큰 돈이 들거나,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일상에서 늘 해보던 일을 조금만 바꿔보는 것, 기왕이면 돈 안 드는 방향으로 바꿔보는 것. 이것이 '무일푼 취미 교실'의 취지입니다. 매일매일의 통근을 운동을 겸한 취미 생활로 바꾸니 하루 하루 정말 즐겁습니다.

짠돌이인 저로서는 덤으로 전철비 하루 3000원씩 아끼게 되었으니 이게 더 반가워요. ^^ 한 달에 6만원, 1년에 70만원의 돈을 아끼게 되었네요. 이 돈으로 가족 여행이나 한번 더 가야겠어요~ 차를 타던 사람이 자전거 통근으로 바꾸면 수백만원을 아낄 수 있을듯!

 

회사에 가는 일이, 이렇게 즐거울 줄이야!

오늘도 짠돌이는 뿌듯한 마음으로 페달을 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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