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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0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 2016-223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 홍한별 / 반비) 1999년 4월 20일, 에릭 해리스와 딜런 클리볼드는 총과 폭탄으로 무장하고 콜럼바인 고등학교로 갑니다. 학생 열두 명과 교사 한 명을 살해하고, 스물네 명에게 부상을 입힌 다음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요. 역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이었어요. 딜런 클리볼드의 어머니가 이 책의 저자입니다. 읽기가 조금 힘이 듭니다. 너무 마음이 아파요. 그래도 끝까지 부여잡고 읽었어요. 영화로도 여러 편 만들어지고 ('엘리펀트', '볼링 포 콜럼바인'), 이후 유사한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원조격으로 언급되는 사건입니다. 도대체 이런 일은 왜 일어날까요? 우리는 흔히 이런 사건의 가해자들이 가정 폭력의 피해자일거라 생각합니다. 가정에서 원인을 찾.. 2016. 11. 7.
절망의 시대, 공동체의 회복 2016-222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 (우치다 타츠루, 오카다 도시오 / 김경원 / 메멘토) 1980년대 이후, 일본에서는 공동체의 가치가 흔들립니다. 전통적인 가족의 유대관계가 약해지고, 마을 공동체가 약화되고, 기업의 종신고용제도가 무너집니다. 고도 성장기에는 물질적 풍요를 누릴 수 있었기에 공동체가 사라져도 아쉬운 줄 몰라요. 필요한 것은 전부 시장에서 살 수 있거든요. 그런데 장기 경제 침체와 동일본 지진 이후, 이제 일본은 풍요롭지도 안전하지도 않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절망적일만큼 저임금인 데다 잠잘 시간도 확보하기 어려운 지경이랍니다. 젊은이들의 고용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요. 이런 절망의 시대를 어떻게 건너가야 할까? 그 고민을 두 사람이 대화로 풀어갑니다. 한 .. 2016. 11. 4.
이건 누구의 인생이지? 2016-221 데미지 (조세핀 하트 / 공경희 / 그책) '모든 것을 가진 남자가 아들의 연인과 사랑에 빠지면서 파멸하는 이야기', 간단하면서도 강한 로그라인이지요. 영화를 보면 이 정도만 기억에 남습니다. 사랑의 이유도 주인공들의 비주얼을 통해 이해하지요. '그래, 줄리엣 비노쉬라면 끌릴 만 하지. 그래, 제레미 아이언스 정도 되는 중년 남자라면야, 뭐.' 소설을 읽고 나니 비로소 제대로 '데미지'라는 작품을 이해한 느낌입니다. 제레미 아이언스의 기억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요. 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탁월하거든요. 나이 들어 바람피우는 남자는 젊어서 바람둥이였을 거라 생각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어요. 어려서 모범생에 서울대를 나온 어떤 사람이 있어요. 지방에 있는 기업에 취직했는데, 회사 사장이 지방 .. 2016. 11. 3.
공부가 취미가 되는 삶 2016-220 청년 백수의 자립에 관한 한 보고서 (류시성 송혜경 외 13인의 청년백수 지음 / 북드라망) 우리가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은, 능력을 키워 일을 구하기 위함입니다. 취업이 공부의 목적이라면, 취업 불가의 시대에 공부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옛날 선비들에게 공부는 입신양면의 기회이자 수신의 방편이었습니다. 글을 읽고 몸을 다듬는 것, 그 자체로 정신수양의 의미가 있지요. 취업을 강요하기보다 공부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편이 우리 시대에 더 필요한 가르침 아닐까요? '세상에 이런 책 한 권은 있어야 한다. 청년백수가 어떻게 자립하면서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책. 이 과정에서 온갖 고난을 겪는 이야기. 백수들로 넘쳐나는 시대에 이런 책 한 권 없다면 이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한데 놀랍게도(!).. 2016.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