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새 글 올리는 것이 뜸하다가 갑자기 요며칠 미친듯이 쓰고 있다. 블로그 문 연지 몇 년 되니까, 할 얘기가 떨어진 것 같아 한동안 잠수모드였다. 그러다 문득 헐리우드에서 배트맨이나 엑스맨같은 프랜차이즈 영화를 리부트 하는 걸 봤다. 같은 콘텐츠지만 포맷이 달라지니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는구나. 그럼 내 블로그도 리부트 한번 해볼까?
그래서 공짜 영어 스쿨을 새로 시작했다. 독학으로 영어를 공부하려는 어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실질적인 방법을 알려드리려고. 시작은 영어 조기 교육 무용론이다. 영어를 잘 하는데는 조기 교육이 필수라고 믿으면, 어른이 되어 아무도 시작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늦었는데, 뭐.' 공부에는 동기부여가 가장 중요하다. 어른들의 영어 공부 동기 부여를 위해, 외국어 조기 교육을 맹렬히 반대하고 있다. 이해해주시라. ^^
외국어 조기 교육에 반대하는 세번째 이유. 아이의 자긍심 함양을 위해서다.
세상을 사는데 가장 소중한 밑천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영어는 내가 즐겁게 인생을 살게 된 소중한 거름이었다. 만약 초등학교 6학년 여름에 아버지에게 배운 영어가 전부였다면, 나는 그냥 운 좋게 영어 선생님을 아버지로 둔 사람에 불과하다. 영어 선생 아들이라고 다 영어를 잘 하지는 않는다. 많은 영어 선생님들이 정작 본인의 아이를 가르치는 일은 정말 힘들어한다. 자칫 하면 사이만 나빠진다. 남의 아이를 때리면 체벌로 신고되지만 내 아이는... 물론 내 자식이라도 이제는 때리면 안 된다. 두고두고 아버지를 원망한다. 내가 그랬다. 나이 마흔이 넘도록 아버지와 사이가 나빴다. 아버지를 보는 게 스트레스였다. 그러다 큰 딸이 중학생이 되고, 내가 아버지를 미워하게 된 그 나이의 아이가 되었다. 민지는 부족한 게 하나도 없는데도, 보면 부모 욕심에 잔소리를 하게 되더라. 그제야 깨달았다. 이게 부모 마음이구나. 그제야 아버지와 화해하게 되더라. 나이 50이 다 되어서. (그나마 아버지 살아 생전에 마음을 고쳐먹어서 다행이다.) 어쨌든 아버지가 영어를 가르친 덕분에 우리 부자 관계는 깨질 뻔했다는 거. 근데 주위를 보면 이런 집안 많다는 거.
유치원생을 영어학원을 보내면, 아이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한국어로도 의사소통이 힘든 아이인데 영어로 듣고 말하라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다급하면 입에서 절로 한국어가 나온다. 그러면 혼만 나고 벌점을 받는다. 여덟살 아이가 모국어를 한다고 혼내는 나라다. 아이가 학원에서 스트레스 받으면, 학원 다니기 싫다고 떼쓴다. 실력도 느는 것 같지 않다. 엄마가 그걸 보고 또 스트레스 받는다. '옆집 아이는 주재원 아빠 따라 외국 몇 년 다녀오더니 발음이 혀위에 빠다 구르는 듯 하더만. 우리집 웬수는 영어 학원 보내는 것 갖고도 비싸다고 난리니...' 결국 아이의 영어 스트레스는 엄마 아빠의 싸움에 불을 붙인다. 결국 아빠도 폭발한다. '알았어, 돈 대 줄테니까 나가. 애 데리고 미국 가면 되잖아.' 이렇게 또 이산 가족이 탄생한다.
외국어 조기 교육으로 아이가 즐겁고, 부모가 행복하다면,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사자에게 정말 큰 스트레스다. 이렇게 큰 돈 내고 스트레스 받는 일도 많지 않다. 돈 한 푼 벌려고 받는 스트레스만 해도 어딘데, 비싼 돈까지 들여 스트레스를 받나.
아이에게 못한다는 스트레스를 안겨주기보다, 잘 할 수 있다는 자긍심을 길러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다.
작가 교육원에서 드라마 작가 양성반 강의를 맡은 적이 있다. 나는 작가 지망생들에게 성공의 기억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성공이란 극본 공모 당선 같은 상대적 성공이 아니다. 드라마 극본 공모는 기본 경쟁률이 수백대 1이다. 내면 일단 떨어진다고 봐야한다. 100 대 1에서 떨어졌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이 얼마나 잘 썼는 지 알 수가 없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99명중에 나보다 잘 쓰는 사람이 한 명도 없겠는가. 이걸 인정해야 마음이 편하다.
성과는 상대적인 평가가 아니라 절대적인 목표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극본 공모에 응시하는 것, 그 자체가 대단한 성과다. 기승전결을 갖춘 이야기의 틀을 짜고, 3장 짜리 기획안을 만들고, 등장 인물 소개와 줄거리를 작성한 후, 33쪽 대본 4부를 완성했다는 얘기다. 작가 지망생에겐 이것이 바로 성공이다. 나만의 드라마 대본을 완성시켰다는 것. 이러한 자신감이 작가로 인생을 시작하는 밑천이다.
20대는 세상에 나가 다른 이와 경쟁을 준비하는 시기다. 10대 때 학교에서 경쟁하느라 힘들었지? 세상에 나가봐라. 공부하면서, 돈 쓰면서 하는 경쟁보다 더 무서운 게, 돈 벌려고 하는 경쟁이다. 30에 본격적인 인생이 시작되기 전에, 20대에 인생을 잘 준비해야 한다. 그 준비로는 성공의 기억만한 게 없다.
대학 입시 까지의 공부는 남들 다 하니까, 누가 시키니까, 안 하면 안 될 것 같으니까 한 공부다. 스무살이 되면 이제 자신을 들여다보고 스스로 절대적 기준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나는 3년 내 공무원 시험에 합격 할 것이다, 이런 목표 말고. 이건 상대적 기준이다. 나 혼자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나는 1년에 책을 100권 읽겠다. 나는 1년에 북한산 둘레길 20코스를 완주하겠다. 나는 3년 내에 영어를 정복하겠다. (응?^^) 이런 거.
영어를 잘 하겠다고 마음 먹는 것은 나 자신과의 약속이다. 상대평가와 달리 영어 공부는 본인이 마음만 먹으면 분명히 잘 할 수 있다. 이걸 해내면 큰 성취감을 느낀다. 열 살 이전에 아이가 영어를 잘 하는 것은 운 좋게 좋은 환경을 만나거나 열성적인 부모를 만난 결과다. 아이가 혼자 노력해서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결과물 (영어 사용 능력)을 어린 시절에 값비싼 선물로 주지 말라. 가족을 희생하고 (기러기 아빠), 노후 자금을 희생하고 (비싼 사교육비), 아이의 자율성을 침해하여 (아이가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시간), 영어 조기 교육 하나 얻기에는 비용이 너무 크다.
통역대학원 다닐 때 친구들이랑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 나라에는 영어 잘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모든 사람이 영어 공부 한다고 스트레스 받을 필요가 있을까? 소수의 의사소통 전문가들이 잘 하고, 나머지는 그냥 여행 나가서 즐길 수 있는 정도의 기초 회화만 하면 안 될까?"
자신의 인생에 영어 실력이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은지는 아이가 어른이 되어 직접 판단해도 늦지 않다. 스무살에 영어 공부 시작해도 절대 늦지 않다.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노력하여 이뤄낸다면, 그 성공의 기억이 아이가 인생을 사는 최고의 밑천이 될 것이다.
지난번 아버지 모시고 미국 여행 갔을 때, 샌프란시스코 인근 교외를 지나치다 호박밭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 것을 보고 차를 세웠다.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가족들이 호박밭에 열린 시장에 와서 직접 장식용 호박을 고르고 있었다.
이 아저씨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할로윈도 아닌데 혼자 인크레더블 복장을 하고 호박 따러 왔다. 헐... 저건 뭐지?
앞을 보니, 한 꼬마가 똑같은 코스튬을 입고 호박밭을 누비고 다니더라. 그제야 옆을 보니...
임신한 엄마도 같은 차림으로 나온 게 보였다. 가족이 모두 저러고 나왔구나. 아빠는 아이를 쫓아다니며 핸드폰으로 찍느라 정신 없었다.
아, 나같으면 쪽 팔려서 저러고 못 다닐 것 같은데...
그러다 느꼈다. 아, 저 아빠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구나. 세상의 기준에 내 아이를 맞추는 게 아니라, 아이의 기준에 나를 맞추고 사는구나. 아이를 완전히 믿는구나. '네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아빠도, 엄마도 같이 해보자.' 이렇게 말하는구나.
아이를 완전히 믿어주는 부모가 아이의 자긍심을 길러주고, 그것이 아이가 인생을 사는 소중한 밑천이 된다.
독학으로 영어 고수가 되는 비법, '공짜 영어 스쿨'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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