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드라마 해외 촬영을 위해 대만 가오슝을 다녀왔습니다. 가오슝의 아름다운 풍광을 드라마 화면에 담기 위해, 사전답사도 1주일 다녀오고 현지 촬영에만 2주일을 쓰는 등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제가 사랑하게 된 도시, 가오슝을 향해 애정을 담은 헌사를 남깁니다.
대만의 부산 가오슝.
태어난 곳이 부산이고, 지금도 해운대 앞바다에 어머니가 사시는 관계로 부산에는 종종 내려갑니다. 갈 때마다 갈맷길을 걷고 오는데요, 가오슝은 대만 제2의 도시이자, 항구 도시로서 부산과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심지어 '라이프 오브 파이'나 '와호장룡'을 연출한 이안 감독이 이 지방 출신이라 부산처럼 영화의 도시이기도 해요. 두 도시가 쌍둥이처럼 닮았다는 느낌.
만약 가오슝 당일치기 여행을 준비하신다면 나름의 추천 일정을 올려봅니다.
먼저 아침에 전철을 타고 시즈완 역으로 갑니다. 역에서 나오면 근처에 자전거 대여점이 있습니다. 신분증을 맡기면 (저는 없어서 호텔 카드키를 맡겼습니다. ^^) 대만돈 90원 (한화 약 3500원)에 하루 종일 자전거를 빌릴 수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먼저 아이허 (愛河 Love River 말그대로 '사랑의 강')를 찾아갑니다. 도로 한 쪽에 오토바이 /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어 그리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아이허 강변 산책로를 따라 쭉 상류까지 올라갑니다. 강줄기가 땅속으로 사라지는 지점에 가면 공원이 있는데요, 여기서 주어잉 역으로 향합니다. (시내 주행도 너무 겁먹지 말아요. 오토바이 전용도로로 가면 무섭지 않아요.) 주어잉 역 철길 위로 난 다리를 건너가면 롄츠탄이라는 커다란 연못이 나옵니다. 자전거로 한바퀴 돌기 딱 좋지요. 용호탑 앞에서 기념사진도 찍구요. (아이허에서 롄츠탄까지 자전거로 가는 게 어려울 수 있는데, 그렇다면 전철로 가도 좋습니다. 역 근처에 자전거는 잠궈두고요.)
그런 다음 다시 아이허를 따라 바다로 내려갑니다. 부둣가가 나오면 뽀얼 거리를 찾아갑니다. 옛날 부둣가 창고를 예술인의 거리로 바꿔놓은 곳이 있습니다. 폐창고에 갤러리며 작업 공간을 만들어 다양한 조각과 예술품을 진열하고 있습니다. 철로길을 따라 조성된 공원으로 자전거도 달리고 산책도 즐기고 책도 읽고, 아무튼 놀기 참 좋은 젊음의 거리입니다.
이제 가오슝의 또다른 명소, 영국 영사관을 찾아갑니다. 언덕 위에 있어 바다 전망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짬이 난다면 옆에 있는 중산대학 캠퍼스에 들어가 거닐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중산대학 도서관 꼭대기 층 열람실에서 본 바다 풍경이 참 좋았습니다. 신분증을 맡기면 출입증을 대여해줍니다. 학생이 아니라도 저처럼 중년의 외국인 관광객도 도서관에 들어갈 수 있어요. 다음에 다시 오면 이곳에서 며칠씩 머물면서 책이나 실컷 읽었으면 좋겠어요. 이제껏 여행하면서 본 도서관 중 뷰가 최고였으니까요.
영국 영사관에 올라보면 바다 건너 하얀 등대가 보입니다. 자 이제 그 등대를 찾아 배를 탈 시간입니다. 시즈완에는 치진으로 가는 페리항이 있습니다. 페리에는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갖고 탈 수 있어요. 요금은 15원, 동전으로 바로 넣습니다. (오토바이 소지시 추가 요금 있어요. 우리 돈, 몇백원 정도. ^^) 배삯이 우리 돈 500원이니 참 싸죠? 대만의 물가는 한국보다 저렴합니다. 저같은 짠돌이도 즐겁게 여행할 수 있었어요. ^^
치진으로 가면 먼저 치진 해변 공원으로 향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제주 올레길 못지않은 풍광이라고 느꼈어요. 검은 모래 해변이라 낯설 수도 있지만 호젓하고 분위기가 좋아요. 산책로도 잘 되어있고, 자전거를 타고 바다를 끼고 몇킬로씩 달리기도 참 좋습니다.
한국에 한파가 몰아닥친 2월 13일에 치진 해안 공원에서 찍은 풍경입니다. 겨울 여행으로 대만 남부 가오슝, 추천합니다. 따뜻해서 참 좋아요. ^^ 인적이 드문 한적한 바닷가에 저렇게 군데군데 쉼터가 있습니다. 늘어져서 파도 소리 들으며 낮잠을 자도 좋고 책을 읽어도 좋아요.
해변 산책을 즐겼으면 치진 페리항으로 돌아가서 아까 본 등대를 찾아갈 시간입니다. 가오슝에서 가장 아름다운 뷰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치진 등대인듯 합니다. 꼭 한번 찾아보시길. 등대를 본 후에는 다시 페리를 타고 시즈완으로 돌아갑니다. 아마 해질 무렵이 될 듯 한데, 이제 자전거를 반납하고 전철을 탑니다. 그런 후, 메리다 역에 가서 리우허 야시장을 찾아가 현지인들과 여행자들 사이에서 떠들썩한 저녁을 먹으면 가오슝 당일 관광은 풍요롭게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시즈완 - 아이허 - 롄츠탄 - 뽀얼 거리 - 영국 영사관 - 치진 해안 공원 - 치진 등대 - 리우허 야시장 순입니다. 자전거와 페리를 이용해 하루에 돌아볼 수 있는 코스에요~
이번에는 촬영차 가느라 가오슝 밖에 못 봤지만 언제 시간이 나면 타이뻬이서부터 가오슝까지 기차 여행을 가고 싶네요. 저는 이번 출장을 통해 대만을 사랑하게 되었거든요. 그동안 혼자 공부해온 중국어를 연습하기도 좋았고요. 외국어 공부와 해외 여행은 서로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최고의 공부이자 도락인듯 합니다.
글을 읽으면서, 여행 갈 시간도 없는 사람에게 무슨 염장이냐, 하시는 분이 있다면, 네, 그 아쉬움 달랠 길이 있습니다.
3월 14일 첫방송되는 MBC 주말 특별 기획, '여왕의 꽃'에서 가오슝의 아름다운 풍광을 만나실 수 있으니까요. ^^
그럼, 여행기를 빙자한 드라마 홍보는 일단 여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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