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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세계여행

몽골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by 김민식pd 2014. 8. 18.

여름방학을 맞아 두 딸과 함께 몽골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8월 초 열흘 정도 다녀왔는데요, 피서로는 딱인것 같습니다. 몽골의 8월 날씨는 한국의 초가을 정도 됩니다. 낮에는 선선하구요, 밤에는 약간 추울 정도지요. 여름 무더위를 피해 떠나는 여행으로는 몽골이 딱이군요.

 

 

 

첫날 묵은 게르 캠프입니다. 왜 하필 몽골로 가냐는 아내의 물음에 이렇게 말했죠.

"우리가 다른 나라에 가서 보는 게 뭐야? 기껏해야 다른 문화 정도겠지? 몽골은 말이야, 다른 문명을 본다구. 농경 문명의 일원으로서 정주형 생활만 하던 우리가, 유목문명을 체험하는 기회지. 아이들에게 새로운 자극과 경험을 준다는 면에서 이런 기회도 없다구." 

 

게르 캠프에서 자는 건 정말 독특한 체험이에요. 이것이야말로 진짜 오리지날 캠핑이죠.

 

 

 

도착한 다음날 2일차에는 승마 체험이 있었어요. 게르에서 문을 열어두니, 그날 우리가 탈 말이 바깥에서 기다리는게 보이네요. 게르 문을 열어두고 바깥에 펼쳐진 초원을 보며 책을 읽는 맛! 정말 끝내줍니다. 눈이 닿는 그 어디에도 사람이 없다는 것..... 정말 신기하더군요.

 

 

 

몽골 전통 의상을 입은 민지. 가보고 정말 놀라는게요, 몽골 사람들이랑 우리는 정말 닮았더라구요. ^^

 

 

  

3일차 오전에는 모래 언덕에 가서 썰매를 타고 놀았어요. 모래 썰매가 이렇게 재미난줄 몰랐어요. 모래에서 뒹굴며 놀다보니 다들 금세 친해지더군요.

 

 

 

여덟살난 민서도 혼자 모래 썰매를 탔어요. 제 눈에는 늘 늦둥이 애기였는데... 이번에 여행가서 보니 용감무쌍 모험소녀더군요. 혼자서 모래 썰매도 타구, 말도 타구, 낙타도 타구. 아이랑 여행을 다니면 평소 모르던 아이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어 좋아요.

 

 

 

명색이 스노보드 광인데, 서서 썰매타기에도 한번 도전해봤지요.

 

 

금방 자빠졌어요. 완전 쪽팔리게...

 

 

딸들이 보는 앞이라, 여기서 포기할 순 없다! 다시 일어나 도전했습니다.

 

 

바닥에 가서 또 속도를 이기지못하고 자빠졌지요. 통렬하게 전사!

(자빠지고 그래도 아이들에게 자꾸 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넘어져도 죽지는 않아!' 라는 걸, 아빠가 몸으로 보여주는 거지요. ^^

 

 

민서가 그걸 보고 따라하더군요. 역시 아이들은 부모를 흉내내며 커가나 봐요.

 

 

타고 내려온 썰매를 끌고 다시 모래언덕을 오르는 민서, 힘들게 올라가서는 다시 쌩 하니 내려오고 말것을.... 스릴을 즐기는 꼬마의 뒷모습, 완전 귀여웠어요. 놀이에 열중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내가 잃어버린 무언가를 생각해봅니다.

 

 

3일차 오후에는 낙타를 탔어요. 여기서는 말이고 낙타고 한번 타면 기본 1시간은 갑니다. 1시간 정도 흔들흔들 낙타 등에 올라앉아 멋진 풍광을 감상합니다. 그 아름다운 풍경 속에 귀여운 딸들의 모습도 보이죠. 나도 모르게 절로 외쳐봐요.

'이것이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 행복이랴!'

 

 

얼마전 DSLR을 시작했어요. 딸들 더 크기전에 이쁜 사진 많이 찍어두려고.

같이 간 친구가 찍어준 사진. 네, 이마에 달고 있는건 고프로 카메라입니다. 말타고 달리는 동영상을 찍느라 가져갔지요. ^^

 

낙타와 어느새 친해진 민서, 혼자 가서도 구경하고 놀더군요. 역시 여행은 아이들이 자연과 친해지는 좋은 기회 같아요.  

 

4일차에는 13세기 몽골의 수도 하라호름을 방문해 에르덴쥬 사원을 보았어요.

천년전 징기스칸이 겨우 10만 병사를 이끌고 세계를 정복할 때 세워진 도시. 8살 민서에게 이곳은 어떤 느낌일까요?

 

5일차에는 본격적으로 말을 탑니다. 말을 타며 딸에게 그랬어요.

"민지야, 새로운 운동을 하는 건 새로운 리듬을 몸에 익히는 일 같애. 승마는 말의 리듬을 배워, 그 리듬에 내 몸을 익숙하게 하는 일이지."

그랬더니 중1인 민지 왈,

"조금 있으면 시 쓰겠다?"

....... 이제 좀 컸다고 말로 개기는군요.......

 

몽골 여행 가신 분들에게는 승마 체험 권해드려요. 기본 패키지 외에 가이드에게 부탁하면 자유시간에 더 탈 수도 있어요. 추가 비용은 한 시간에 1인당 1만원~1만5천원 정도 합니다. 놀이공원에 가면 고삐잡고 트랙 한바퀴 도는데 5천원이잖아요. 광활한 초원을 마음껏 달리는 비용으로 이정도라면 완전 저렴한거죠. 저는 몽골와서 누리는 최고의 호사가 승마라고 생각합니다. 조선시대 태어났다면 양반이나 장군이 아니라면 감히 타보지도 못했을 말을! 

 

 

독수리와 함께 기념사진...

직접 해보겠다고 나선겁니다. 제가 시킨거 아닙니다. 전 돈 주고 이런 거 안 찍습니다.

그런데 따님이 워낙 용감하셔서... ^^

 

자, 그럼 몽골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어디일까요?

 

몽골에서 미니버스를 타고 이동하다보면 가장 큰 어려움이 화장실이 없다는 점입니다. 게르 캠프는 다 시설이 좋아서 핫 샤워도 할 수 있어요. 다만 이동중에는 딱히 화장실을 찾을 수가 없어요. 몽골에서는 화장실 간다는 표현을 '말 보러 간다'고 합니다. 그냥 초원에 있는 말들 사이에서 일을 보는거지요.

 

같이 여행을 다닌 일행 중 여자분이 갑자기 '말을 보고(?)' 싶은 거에요. 그런데 주위에는 그냥 광활한 초원만 계속 펼쳐지고... 한참을 참으셨죠. '화장실은 언제나 나오나요?' 현지인 가이드의 놀란 표정. '몽골에는 그런 거 없어요. 저기 가서 보시면 되어요.' 네, 숱한 남정네들의 시선을 두고 들판에 가서 일 보기 쉽지 않겠지요. 한국 같으면 나무 뒤나 모퉁이 뒤에 숨으면 되는데, 몽골은 끝없이 펼쳐진 평원이어서 버스에서 내려 지평선에 한 점이 될 때까지 달리지 않고서야 시야를 벗어날 길이 없답니다.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차를 세운 남자들이 우루루 내린 것은. 차도 반대편으로 넘어가 한참을 달리더니 일렬로 서서 오줌을 누는 거예요. 그렇죠. 사람들이 차에 앉아 있으면 아가씨가 혼자 내려서 일을 보기 힘들었겠죠. 마렵지도 않은데 모두들 차에서 내려 뿔뿔이 흩어졌지요. 

 

네, 제가 몽골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집단 방뇨의 모습이었어요. 진한 인류애를 느낄 수 있는! ^^

 

삼총사의 구호지만,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다 새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One for all, all for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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