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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세계여행

네팔에서 제일 좋은 것?

by 김민식pd 2014. 3. 3.

봄방학 2주간 딸과 함께 네팔 여행을 다녀왔다. 아이를 위한 초등학교 졸업선물이었지만, 지나고보니 아이 핑게로 내가 더 즐기다 온 기분이다.

 

꼼꼼이 짠 일정대로 2주 동안 아이와 함께 네팔의 하이라이트를 즐겼다.

 

박타푸르에 가서 14세기에 지어진 왕궁을 둘러보며 역사 유적도 탐방하고 

 

 

 

(물론 민지는 왕궁의 화려한 건축 양식보다 지나다니는 동네 개들에게 더 관심을 보였지만...)

 

 

 

3200미터 높이의 안나푸르나 푼힐 전망대에 올라 히말라야의 해돋이도 감상하고

 

 

(조카와 딸을 데리고 산에 오른 나를 보고 누가, '현지 셸파이신 줄 알았다'고 하더라...)

 

 

 

치트완 국립공원에서는 코끼리 등에 타고 정글 사파리하며 코뿔소랑 악어도 만나고

 

 

(아이들에게 자꾸 '부모님은 어디 계시니?'하고 묻는 건, 나를 현지인 가이드로 안다는 거?)

 

 

 

포카라에서는 사랑꼿에 올라 히말라야 설경을 보며 패러글라이딩으로 하늘을 날았다.

 

 

(민지에게 하늘을 나는 즐거움을 선사해주신 프랑스 할아버지 라이더.)

 

이 모든 액티비티를 마치고, 여행 마지막 날 야심차게 물어봤다.

"민지야, 그동안 네팔 여행 중 뭐가 제일 좋았어?"

"음....

 

 

잠 자는 거?"

 

 

엥? 이게 무슨 소리야. 내심 정글 사파리나 트레킹, 패러글라이딩을 예상하고 물었는데, 기껏 잠자는 게 제일 좋았다니...

 

여기엔 아이만의 사정이 있다. 민지는 대한민국의 초등학생답게 평소 밤 11시가 넘어야 잠자리에 든다. 일주일에 3번 가는 수학 학원의 경우, 수업 끝나는 시간이 밤 10시다. 학원 다녀와서 학교 숙제하고 누우면 밤 11시가 넘는다. 아침에는 7시면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해야한다.

 

그런데 네팔은 전기 사정이 좋지 않은 나라다. 수도인 카트만두에서도 매일밤이면 정전이라 저녁만 되면 할 게 없다. 안나푸르나 트레킹할 때 들르는 간다룩이나 푼힐 아래 산 마을의 경우, 해가 떨어지면 사방이 캄캄하다. 태양전지로 돌리는 전기는 너무 약해서 책 한 권 읽기 쉽지 않다. 그래서 네팔에 있는 2주 동안, 해가 떨어지면 잠자리에 드는 원시 시대, 자연의 삶을 즐겼다.

(한국에 돌아와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타면서 민지가 했던 말.

"와, 여기 엘리베이터 안이 네팔 호텔 방안 보다도 밝아!")

 

나는 늙어서 새벽잠이 없다. 그러니 꼭 새벽 2~3시면 깨어 스마트폰으로 전자 책을 읽었다. 내겐 여행이 독서를 보충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아이는 매일 꼬박 12시간 씩 정말 잘 자더라. 그러니 '네팔에 와서 제일 좋은 건 잠을 푹 잘 수 있다는 거에요.'라는 말이 나올 수 밖에. 밤에 늦게 들어온 아이를 아침마다 학교 가라고 깨우는 게 늘 미안했는데, 여행 와서는 마음껏 자도록 놔둘 수 있어서 나도 좋았다.

 

배낭 여행 와서는 하루 24시간을 내 맘대로 쓸 수 있다. 늦게 일어나도 아쉬울 게 하나 없다. 아이랑 하루 종일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낸다. 어쩜 내가 아이에게 준 최고의 선물은 2주간의 자유가 아닐까?

 

아이랑 여행을 다니며 다시한번 깨달았지만, 역시 육아는 부모 맘대로 되는 게 아니다. 똑같은 걸 봐도, 부모가 느끼는 거랑 아이가 좋아하는 건 다를 수 밖에 없더라. 2주간 아이와 함께 생활하면서 아이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고 아이의 생각을 이해하게 되는 것. 어쩌면 이번 여행에서 아빠로서 내가 얻은 선물은 그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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