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진짜 빠르게 변하네요. 챗GPT가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챗GPT를 활용해 영어 공부하는 방법에 대한 책까지 나왔어요. 뭐 누군가 유행에 발빠르게 반응했구나, 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데요. 이 분, 고수이십니다. <오이스터 영어교육법> <하루 10분 영어 낭독> 등 다양한 교재를 쓰신 영어 교육 전문가 조이스 박님이 책을 냈어요. 얼마전에 소개한 <행복의 나락>을 멋지게 번역한 그 분이지요.
<챗GPT 영어공부법> (조이스 박 / 스마트북스)
'한국인의 영어공부에 최적화된 챗GPT 영어학습 가이드.
30년차 영어교육 전문가, 영어 선생님들의 선생님인 조이스 박이 작정하고 만든 챗GPT 영어학습서.
여행 회화를 익히고 싶은 분, 비즈니스에 영어가 필요한 직장인, 대학생, 엄마표 영어를 하는 부모님, 영어 수업을 준비하는 교강사분들까지, 챗GPT에 끌려가는 영어학습이 아니라 기존 한국 영어학습의 틀 안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제시한다.'
라는 소개글이 전혀 부족함이 없어요. 책을 읽으며 내내 혀를 둘렀어요. 이런 기능도 있다고? 챗GPT에? 구글 크롬에서 'Talk to Chatg-GPT'라는 대화형 확장앱을 검색해 깔면 챗지피티랑 대화도 가능하답니다. 영어 스피킹이나 리스닝에 자신이 없는 분들이 회화 연습하기 딱 좋네요. 마치 탁구장에서 제게 공을 주는 로봇처럼, 내가 아무리 버벅거리고 헤매도 챗GPT는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말을 받아줍니다. 공부하는 사람의 인내심이 바닥나는 게 더 빠르겠지요. 이 책에서 소개하는 프롬프트(명령어)를 이용하면, 챗GPT가 더 쉬운 영어로 말을 하고, 설혹 여러분의 영어가 말이 좀 느리고 발음이 좀 서툴러도 더 잘 알아듣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책 43쪽을 보면, 챗GPT에게 이런 식으로 프롬프트를 줍니다.
'너랑 대화하고 싶어. 모의 회화를 해 보자. 서울발 뉴욕행 비행기 안에 나란히 앉아 있다고 가정해 봐. 나는 한국인 관광객, 너는 뉴욕에 사는 뉴요커. 네가 먼저 말을 시작하고, 대답을 2~3문장보다 길게 하지 마.'
라고 했더니 여행 떠나기 전 암송하면 딱 좋을 문장들을 챗GPT가 뽑아주는군요. 와우, 이렇게 신박한 기술이라니! 영어로 프롬프트를 만들 때, 다양한 변주를 시도할 수 있어요.
Let's have a conversation simulation.
Suppose (상황). I'm a (역할), and you are a (역할). You start talkin, and don't make your answers longer than 2 or 3 sentences.
영어 리스닝 훈련을 위해 유튜브 영어 영상을 보시는 분도 많지요? 내가 좋아하는 주제를 찾는 게 쉽지는 않은데요. 챗GPT에게 유튜브 요약을 시켜도 잘 해줍니다. 구글에서 'YouTube Summary with ChatGPT'를 검색하고 크롬에 추가해보세요. 저 책 읽다가 진짜 놀랐어요. 세상에 챗GPT에 이런 기능도 있다고?
책 123쪽에 나오는 비즈니스 회화를 위한 프롬프트를 보면서도 감탄을 거듭했는데요. 업무상 영어를 쓰시는 분들은 이제 챗GPT를 원어민 회화 교사로 활용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시키는 대로, 내가 원하는 주제, 원하는 난이도에 맞춰서 문장을 만들고 연습시켜 줍니다.
책벌레인 제게 반가운 대목도 나와요. 챗GPT에게 재미난 읽을거리를 뽑아달라는 주문도 가능하다는 거죠.
Plz make a list of 10 famous short sories in the public domain.
public domain, 즉 저작권이 없는 작품을 말합니다.
그럼 챗GPT가 열 개의 목록을 뽑아줍니다. 그중 읽고 싶은 작품을 골라요.
Plz give me the full text of (작품명)
그럼 소설 원문이 뜹니다. 그걸 독해 공부삼아 읽는 거죠.
제가요, 1992년 대학생 여름 방학 때면 혼자 셀프 유학 캠프를 떠났거든요? 한국에서 혼자 영어 공부 몰입환경을 만들고는 미국에 유학 온 척 생활한 거죠. 회화 테이프를 늘어지도록 듣고, 받아쓰기로 원고도 적고 그랬거든요? 독해 공부한다고 용산 미군부대 앞 헌책방 순례하며 2000원짜리 페이퍼백 스티븐 킹 소설도 모았고요. 1990년에 영어 공부를 하려면 자료를 모으는 게 일이었어요.
여러분,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이제 챗GPT는 원어민 회화 선생에, 에세이 감수자에, 독서 자료 제공자에, 번역 선생까지 해줍니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더욱 놀라운 건, 영어 실력이 초급이든 중급이든 고급이든, 각자의 상황에 맞춰 자신만의 학습법을 만들 수 있다는 거지요.
영어 공부의 신세계가 열렸어요. 이제 시간이 없어 공부 못한다고는 해도, 돈 없어서 공부 못한다는 못 할 것 같네요. 뜻이 있는 분들에게 길이 열렸어요. 영접하시어요, 챗GPT를 활용한 영어공부법. 영어도 배우고, 그 와중에 인공지능을 다루는 기술도 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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