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E일까? MAE일까?'
위즈덤하우스 박경순 편집장님에게 메일이 왔습니다.
어느 독자분이 출판사에 문의를 하셨는데요.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에서 제가 군대 시절 외운 회화책이 Michigan Action English (이하 MAE)라고 나오는데, 그보다 몇 년 전에 공저로 펴낸 <나의 영어 공부 이력서>에는 New Technology English (이하 NTE)라고 써놓았다고요. 착오가 아닌지 물으셨어요.
맞습니다. 저의 착오입니다.
대학 시절, 저는 돈이 궁해 회화 테이프를 사서 공부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친구에게 빌려서 공부한 게 Michigan Action English고요. 복학한 후, 친구에게 테이프를 돌려줬지요. 책은 다 외웠고요. 그런 다음 공대 어학 실습실에 가서 빌려서 공부한 게 New Technology English였어요. 어머니가 외판원의 영업에 넘어가 구입한 English Alive란 교재도 공부했지만 발음이 영국식이라 통째로 외우지는 않았어요. 그냥 ‘영국식 영어는 이렇구나.’ 하고 참고하는 용도로 봤지요.
<나의 영어 공부 이력서>를 공동 집필할 때는 제가 대학 시절 외운 교재가 New Techology English라고 생각했어요. 그 책을 비교적 더 최근에 외웠으니까요. 그런데 나중에 블로그에 본격적으로 영어 학습법에 대해 글을 쓰다 깨달았어요. 시점이 안 맞더군요. 87학번 동기인 친구가 신입생 때 산 교재를 2년 내내 한 번도 안 보다가 군대 갈 때 나한테 맡기고 갔거든요. 그렇다면 Michigan Action English가 맞아요. New Technology English는 1990년이 넘어서 나온 회화 교재니까요. 그래서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쓸 때, 내용을 정정했습니다.
독자 문의를 받고, 고민을 하다 깨달았어요. 그 시절, 내가 외운 회화 교재가 꽤 많았구나, 하고요. MAE와 NTE를 둘 다 끝까지 외웠어요. 그래서 기억이 정확하게 하나를 특정하지 못하는 거지요. 한 권을 외우라고 하지만 사실 저는 여러 교재를 외웠습니다. 책에서는 토플이나 토익 시험 준비를 위해 단권화 전략을 추천하지만, 저는 대학 시절, 토플 책을 여러 종류 공부했어요. 그러다 깨달았지요. 책들마다 앞부분만 새카맣고, 뒤는 안 보고 넘긴 게 많더군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 한 권을 정해서 반복해서 공부하는 전략을 짰지요. 영어 회화도 다양한 교재를 보는 것보다 한 권만 작정하고 외우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내가 외운 회화 교재의 이름을 왜 제대로 외우지 못할까? 불가에는 그런 말이 있습니다. 강을 건너기 위해 배를 탔다면, 강을 건넌 후에는 배를 버려라, 고요. 강을 이미 건넜기에 어떤 배를 탔는지는 기억에 남지 않은 것 같아요. 다만 수십 년이 지나도 뚜렷이 기억에 남은 게 있습니다. 그건 넓은 영어의 바다를 배를 타고 건너기 위해 무수하게 저었던 노질의 기억입니다. 제 팔뚝에는 그 노질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매일 한 과씩 외우면서,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더 수월하게 외울 수 있을까, 고민했던 시간이 그대로 남아 있어요. 운동장을 돌면서 큰 소리로 미친 사람처럼 혼자 섀도잉하던 기억이 남아 있어요.
그 기억 덕분에 나이 마흔이 넘어서도 새로운 외국어를 배우면서 두려움이 없어요. 아무리 넓어 보이는 강이라도 꾸준히 배를 저으면 반드시 건너편에 가 닿는다는 믿음이 있으니까요. 이제는 MAE도 NTE도 사라진 세상입니다. 교재나 방법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시절은 아닌 것 같아요. 다만 부족한 건 시간일 뿐이지요. 그걸 알기에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쓸 때, 습관을 만드는 법, 시간을 만드는 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교재보다 중요한 건 마음입니다. 뜻이 없지, 길이 없는 건 아니니까요. 모쪼록 여러분의 영어 공부가 더욱 즐거워지길 소망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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