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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딴따라 글쓰기 교실

다 블로그 덕분입니다.

by 김민식pd 2018. 7. 23.

드라마를 연출하는 중에도, 새 책을 꾸역꾸역 찾아서 읽고, 매일 글을 한 편씩 올립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요?"라고 묻는 사람도 있어요. 즐거우니까요. 글을 쓰는 일이. 물론 글쓰기가 처음부터 즐겁진 않았어요. 어떤 일이든 즐거워지려면, 힘든 과정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영어 공부도 그랬거든요. 힘들게 문장을 외우는 과정을 거친 후, 영화 감상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그랬어요. 즐거워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립니다.

블로그 글쓰기가 즐거워진 건 7년 넘게 하다보니, 이제 글을 쓰는 게 자연스럽고, 글을 안 쓰는 게 불편해진 탓입니다. 드라마 연출하는 동안에는 블로그를 쉴까 생각했는데요. 그 순간, 서운하더라고요. 이 재미난 걸 몇 달을 쉬어야 하다니... 그래서 다시 마음 먹었어요. 일단 하는 데 까지 해보자. 하다가 정 힘들면 그때가서 쉬자. 그런데 힘든 줄을 모르겠어요. 매일 글을 올리는 게 재미있고요. 촬영하다 틈틈이 여러분들이 달아주시는 댓글을 보며 또 기운을 얻고 긍정의 힘을 충전합니다. 드라마 연출도 재미있지만, 블로그하는 재미도 끊지는 못하겠네요. ^^


글쓰기가 어려운 건 자신감이 부족한 탓일지도 몰라요. 저도 처음엔 자신감이 부족했는데요. 블로그 덕분에 자신감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강원국의 글쓰기>(강원국 / 메디치)를 보면, 글쓰기 자신감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나옵니다.


글쓰기 자신감을 높이는 방법 

1. 내 글에 호의적인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이다.

2. 매일 글을 쓰는 것이다.

3. 글로써 목표를 이루겠다고 마음먹는 것이다.


블로그를 7년째 하다보니, 매일 아침마다 찾아와서 댓글로 응원해주시는 고마운 인연을 만납니다. 같이 사는 아내는 내 글에 관심이 없지만, 섭섭이님은 제 글에 무한 애정과 지지를 보내주십니다. 독자로서는 섭섭이님이 아내보다 더 고마운 인연이지요. (이런 글을 대놓고 쓰는 건, 아내가 제 블로그 글을 안 본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런 거지요. 나름 간 큰 남자~^^)

강원국 선생님은 매일 글을 쓸 때, 일정 시간이 아니라 일정 분량을 쓰라고 하십니다. 


하루 1시간씩 쓰지 말고 하루 원고지 5매씩 쓰자고 다짐해보자. 시간은 일정하기 때문에 지루하다. 원고지 5매는 다르다. 어느 날은 금세 써지고 어느 날은 온종일 걸린다. 변화가 있다. 오늘은 빨리 써질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단, 분량은 최소한으로 정하자. 많이 쓰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감을 얻는 것이 긴요하다.

(<강원국의 글쓰기> 19쪽)


저도 그랬어요. 블로그 초기엔 분량이나 시간 제한없이 하루 한 편 포스팅을 목표로 삼았어요. 때론 짧은 글도 있고, 내키면 긴 글도 쓰고요. 일정 분량을 꾸준히 쓰라는 충고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작가 지망생에게 하는 말이기도 해요.


끝으로 구체적인 목표가 중요합니다. 저는 퇴직 후 전업 작가가 된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평생을 책을 읽으며 살았어요. 언젠가는 소비 주체에서 생산의 주체로 가고 싶다는 원대한 희망이 있어요. 저의 경우, 목표는 단순합니다. '매일 아침에 1편씩 글을 올리는 사람이 되자.' 

베스트셀러를 쓰자, 혹은 인기 작가가 되자, 이런 목표는 아닙니다. 그건 제 영역 밖의 일이거든요. 내가 원한다고 써지는 것도 아니고, 될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다만 매일 한 편씩 글을 올리는 것, 이것은 내가 마음 먹고 이룰 수 있는 일입니다. 제게 있어 목표란 그래요. 상대적 평가가 아니라 절대적 기준입니다.


생각해보니, 글쓰기 자신감을 키운 것도, 작가의 꿈을 이룬 것도, 다 블로그 덕입니다. 내 글에 호의적인 독자를 만난 것도 (내 책을 내겠다는 출판사의 편집자도 블로그를 통해 만났어요.) 매일 글을 쓰게 된 것도 (블로그라는 온라인 아카이브 덕분이지요.) 글로써 작가의 꿈을 이룬 것도. 

그러니, 제가 이 재미난 일을 여러분께 권하지 않고 배기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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