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을 쓰는 중입니다. 사람이 어느 순간 변했나 봐요.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가 그랬을까요? 옛날엔 드라마를 끝내면 항상 혼자 휴가를 떠났어요. 드라마를 만드는 동안 저는 많은 사람들과 일하면서 조금 지쳐요. 그래서 아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떠납니다. <비포앤애프터 성형외과>가 끝났을 땐, 베트남 앙코르와트 여행, <내조의 여왕> 종영 후엔 캐나다 밴쿠버 여행, <글로리아> 다음엔 인도 네팔 여행, <여왕의 꽃> 이후엔 남미 여행 등등. 늘 혼자서 한 달 가까이 배낭여행을 다녔지요. 이번엔 달라요. 여행을 가지 않고 방학을 맞은 민서와 둘이서 집에서 지냅니다. 다음에 만들 드라마를 구상하고 내년에 낼 여행 책 원고를 쓰고 있어요. 어쩌면 <이별이 떠났다>를 만드는 과정이 그만큼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즐겁게 일했어요. 7년만의 연출복귀라는 게 일하는 내내 좋은 흥분과 설렘을 주기도 했고요.
휴가를 가는 대신 낮에는 드라마를 보고, 아침저녁으로는 글을 쓰고 있어요. 이번에 낼 책은 더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런 욕심에 찾아본 책이 <왓더북>입니다.
살면서 누구나 무언가를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책을 쓰면 됩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뒷표지의 책소개를 보는 순간, 읽지 않을 도리가 없더군요.
어떤 사람이 작가가 될까요? 많은 고통을 겪은 사람이랍니다.
거의 모든 작가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점... 한결같이 새로운 모험, 아픔, 상처, 사랑, 공부에 자신을 쏟아부은 사람들이다.
사실 우리가 존경할 만한 어떤 사람의 생애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는 반드시 우리보다 더 많은 고통을 감내한 사람이다. 우리보다 더 많은 고통을 감내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 사람을 존경할 마음이 별로 생기지 않는 법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 삶에 기꺼이 고통을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엉뚱한 핑계를 댄다.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시간이 부족해서, 연애가 잘 안돼서... 뛰어난 작가들 역시 바로 그와 같은 이유로 글을 썼는데 말이다!
(위의 책 20쪽 소설가 이만교)
문득 새 책을 쓰고 싶은 이유를 생각해봤어요. 왜 나는 여행에 대한 책을 쓰고 싶은 걸까... 살면서 저는 마음의 상처를 받아요. 마음이 여린 탓에 그 고통이 큰데요. 그걸 극복하기 위해 어딘가로 떠납니다. 여행이 주는 치유의 힘을 믿어요. 이제는 글쓰기가 주는 치유의 힘도 믿어요. 힘들 때, 여행을 떠나면 어떻게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지, 그에 대해 쓰고 싶어 진거지요. 책을 쓰기 전, 제가 하는 루틴은 글쓰기나 책쓰기에 대한 책을 계속 읽는다는 겁니다.
나는 고통스럽거나 절망할 때, 갈팡질팡할 때 그 상황을 그대로 풀어내 보는 글쓰기를 시도한다.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나?’,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 때문에, 누구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나?’,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나의 돈과 시간을 어디에 투자하고 있나?. 기승전결을 생각하지 않고 무턱대고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글은 처음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 뛰고 저리 헤맨다. 하지만 계속 써 내려가다 보면 이상하게 엉뚱한 데서 새로운 길이 발견되는 경험을 여러번 했다. (중략) 내게 글쓰기는 인생 컨설턴트다.
(위의 책 52쪽)
제게도 그래요, 글쓰기는 스스로 찾아가는 인생의 길잡이입니다.
오르한 파묵은 노벨 문학상을 받는 자리에서 자신을 소설가로 만든 비법을 만천하에 공개했답니다.
책들로 둘러싸인 방에 자신을 감금하는 것입니다.
저도 그런 과정을 통해 새 책을 쓰고 싶어요. 책을 쓰고 싶은 분이라면 권해드립니다.
<왓 더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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