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 4일차


아버지를 모시고 떠난 사이판 여행, 마지막날 일기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선선할  산책이나 할까 싶어 동네 구글맵을 열심히 뒤졌어요. 지도에 '카토리 신사'라는 이름이 뜨네요. '여기에 신사가 있어?' 궁금한 마음에 찾아봅니다. 1912년에 지어졌고 2 대전  소실되었다가 1980년대 다시 지었다네요. 어째서 100년전 사이판 일본 신사가 지어졌을까요?



신사의 입구를 장식하는 붉은 문. 이제는 일본 문화 센터라고 불리는군요.




안에는 빨간 증기기관차가 있어요.  좁은 섬에  기차일까요? 여기에도 일제 식민지 수탈의 역사가 있어요..



공원 안에 설탕왕 마쓰에 하루지의 동상이 서 있어요. 그의 이력이 특이합니다.  1876년생인데요. 젊어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납니다. 100년도 전에! 1905 미국에서 공학석사를 취득한 

미국 설탕 공장에서 일하다 일본에 귀국하여 제당 회사에 취직합니다. 대만에서 일하던 중, 새로 일본 식민지 편입된 괌과 사이판에 가보고 열대 지방의 이 섬들이 사탕수수를 재배하기 적합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본토에서 수천명의 일본인 노동자를 동원하여 사탕수수 농장을 만들어요.




근대화란, 봉건제 왕들이 사라진 후, 새로운 왕들이 나타난 시기가 아닐까 싶어요. 철강왕, 석유왕, 철도왕 등등. 결국 자본주의 시대에는 자본가가 왕이란 뜻일까요?



첫날  영상의 수수께끼가 있어요. 사이판에 미군이 진주했을 때, 수많은 일본 민간인이 만세 절벽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습니다. 알고보니 사탕수수 공장 때문에 온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이군요.




만세 절벽은 사이판의 북쪽 끝 지점입니다. 미군에 대항한 일본 주둔군이 최후의 항전을 펼친 곳이지요. 



저 절벽으로 8천명이 몸을 던져 자살했다고 나와있네요.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요? 전쟁기념관의 영상을 보면, 미군이 확성기를 통해 항복을 권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도 일본군과 민간인은 스스로 절벽에서 뛰어내립니다. 미군이 섬을 점령하면 모든 민간인을 잔인하게 학살할 것이라고 일본은 선전했습니다. 그래서 군인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처절하게 저항하고 패색이 짙어지자 민간인들은 절벽으로 몰려가 몸을 던집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게 일본군의 방식이었으니까요. 일본군은 난징 대학살 당시 수십만명의 무고한 중국인 민간인을 학살했습니다. 자신들이 무자비하게 민간인을 도륙했으므로, 미군도 똑같이 할 것이라 생각한 거죠. 항복을 해도 죽을 것이라 생각한 일본군은 끝까지 결사항전합니다. 대검을 총에 꽂고 육탄돌격도 불사하고요. 당시 미군은 결사항전하는 일본군의 기세에 많이 놀랐다고 합니다. 사이판 진주 당시 의외로 큰 희생이 나는 걸 보고, 미군은 일본 본토 상륙 작전에도 피해가 따를 것이라 판단하게 됩니다. 



결국 사이판의 결사항전과 자살공격이 본토 상륙 작전 대신 원폭 투하를 선택한 배경이 되지요. 난징 대학살이 아니었다면, 사이판 일본군의 저항이 그토록 격렬했을까요? 결사항전과 절벽 투신이 아니었다면 미군이 원폭 대신 상륙작전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봅니다.


미군은 사이판을 점령한 후, 사이판 섬에서 5킬로 떨어진 티니안 섬에 B-29 수송기를 위한 활주로를 만듭니다13개월 후, 에놀라 게이가 이곳에서 원폭을 싣고 일본 본토를 향해 날아갑니다.





타인이 내게 잔인할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은, 어쩌면 타인에게 늘 잔인한 사람이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옛날 성인들이 모르는 타인에게 친절하라고 권한 것은, 그래야 타인도 내게 친절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료 사진) 



그로토 해중 동굴. 세계3 다이빙 스폿인데요. 스노클링을 즐기는 사람이 너무 많아, 목욕탕에 온 느낌이었어요. 중국인 단체 여행객들이 줄을 지어 오는군요. 역시 어느 여행지든 너무 뜨기 전에 가야... 




사이판 여행을 마치며... 

개인적으로 물가가 비싸고, 중국인 여행자가 많아서 자유여행으로 즐기기엔 아쉬움이 많았어요. 더 저렴한 동남아 여행지가 나을 것 같아요. 제 개인적 느낌이고요. 사람마다 평가는 다를 수 있지요. 올해 추석에는 아버지를 모시고 어디를 갈까? 벌써부터 고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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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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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ORA 2018.02.12 07: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한다는 말 백퍼 공감합니다...

    그래서 사람 절대 안변한다는 말도..
    어떻게 살든 개취에 해당하겠지만 남의 불행위에 나의 행복을 쌓지는 말라는 법륜스님의 말씀도...

    드라마 안보는 1인이지만 드라마 인기를 기원합니다~~(드라마광인 친구들이 대신 ㅋ)

  2. 보리보리 2018.02.12 08: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왜 일본이 전쟁을 일으키고 다녔어도
    본토는 괜찮았나 이제 알겠네요
    (제 페북에 공유했어요)

  3. 섭섭이짱 2018.02.12 08: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그 동안 사이판 여행기 잘 봤습니다. ^^
    이번 추석에는 PD님과 인연 많은 대만 어떠세요. 가깝고, 자유여행도 갔다오셔서 잘 아시는곳이니 좋을거 같은데요. 특히 대만에 책 출판도 하셨으니 아버님에게 알려드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고요.... 저의 개인적인 의견이에요.. ㅋㅋㅋ

    그럼, 앞으로도 오랫동안 아버님과 여행 다니시길 바라며~~~

  4. 아리아리짱 2018.02.12 08: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pd님 아리아리!
    여행에서 역사적 배경까지 함께 읽어 낼수 있는 pd님의 독서력에 찬사를 보내며 저도 한걸음씩 나아 가렵니다. 날마다의 꾸준함이 얼마나 힘든지 체감 중입니다. 그러니 그 꾸준함이 비범함이 되는것 인가봐요!

  5. 저녁노을함께 2018.02.12 09: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해변 숙소(월드리조트) 한 곳에 머물며 스노쿨링 하면서 푹쉬는 것으로는 사이판이 좋더군요. 어르신들과 어린아이 함께 동반일 경우 이 숙소가 편합니다. 워터파크와 바다를 함께 즐길 수 있거든요.

  6. 2018.02.12 16: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7. 97봄볕 2018.02.12 18: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타인이 내게 잔인할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은, 어쩌면 타인에게 늘 잔인한 사람이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일상에서 잠시 느끼고 지나갔던 생각을 다른 사람의 글에서 읽게 되면 반갑고 기쁩니다.

  8. 한얼맘 2018.02.12 23: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혼을 한다고 결정을 했을때 사람들이 내가 이혼녀라고 이렇게 생각하면 어떻하지? 저렇게 생각하면 어떻게 하지? 를 생각하다가 정말 놀랐던 건 아.. 내가 그들을 그렇게 생각했었구나 그래서 이제 내가 그들과 같은 처지가 되려고 하니 남들이 그렇게 생각을 할까봐 그게 두려운 거구나.. 문제는 나의 이혼녀에 대한 편견이었구나 하는 것을 깨닳았었는데... 그것과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보네요. 내가 가졌던 이혼녀에 대한 편견에 사과하고 내 편견을 내려놓고 나니 내가 이혼녀가 되는 것이 한결 쉬웠었어요. 새로운 무언가가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그래서 오는거 아닌가 싶습니다. 그것에 대한 나의 편견을 깨는 일 부터 그 편견에 대한 사과를 먼저 해야 하는 일 부터 해야 하는 거라서... 드라마 대박나시고 캐나다로 여행 오시길~^^

  9. littletree 2018.02.13 09: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풍경에서 역사와 철학을 읽어내시는 피디님 글에 또 감동합니다..

  10. 2018.02.13 22: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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