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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세계여행

사이판 여행 2일차

by 김민식pd 2018. 1. 29.

지난 추석, 아버지를 모시고 다녀온 사이판 2일차 여행기입니다.


둘째날에는 마나가하 섬에 갑니다. 마이크로 비치에서 배를 타고 가서 해변에서 스노클링을 합니다. 열대 바다에서 물고기랑 헤엄치면서 노는 걸 좋아해요. 얕은 바다라 그런지 산호초가 화려한 편은 아니네요. 그냥 아이들과 물놀이 하기엔 좋을 듯.



사람이 좀 붐비는 해변이군요. 


 

아버지는 해변에서 쉬고, 저는 물놀이를 합니다. 




래시 가드를 항상 챙겨다닙니다. 예전에 하와이에서 스노클링 할 때, 등이 홀랑 타서 밤에 고생을 좀 했거든요. 


아버지랑 둘이서 여행을 다니다보면 집에 두고 온 아이들이 눈에 밟혀요. 그래도 참습니다. 아이들이랑 여행을 다닐 때도 있고, 아버지를 모시고 다닐 때도 있는 거지요. 온 가족이 함께 여행을 가면, 아이들 위주로 여행 일정을 짜고, 식당을 고르게 되거든요. 어른을 모시는 게 뒷전이 될 수도 있어요.



아버지는 해변에서 낮잠을 즐기고, 저는 크레마 카르타로 전자책을 읽어요. 옛날에는 여행 갈 때마다 책을 여러권 챙기는게 큰 짐이었는데, 요즘은 전자책 리더기 덕분에 짐이 팍 줄었어요.



다시 사이판 본섬으로 돌아갑니다. 

가라판 시내를 걷다가 희안한 건물을 봤어요. 곳곳에 금박으로 둘린. '뭐지? 저건?'




무슨 태국 궁궐처럼 생겼는데, 카지노랍니다. 외관이 하도 멋져서 한번 들어가서 구경해볼까 싶었어요. 아버지는 이런 곳, 잘 안들어가려 하십니다. 입장료를 낼까봐요. 카지노라는 얘기에 손을 절레절레 흔듭니다. 78세인 아버지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시는 얘기가 있어요. 


"절대 도박에 손대지 마라." 

"아들이 돈 잃을까봐서요?"

"니가 돈 딸까 봐서다."

"예?"

"주식이니, 뭐니, 니가 돈을 딸까봐 겁난다. 그런 걸로 돈을 벌면, 매일매일 일해서 월급 받는 삶이 한심해 보인다. 성실하게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걸 한심하게 여기는 순간, 인생은 끝난다. 행운이 끝없이 이어질 정도로 세상이 만만하지는 않거든."


아버지 주위에 퇴직금으로 주식에 손을 댄 사람이 많아요. 개중에는 돈을 번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증권회사 매장 전광판 앞에 앉아 마치 무슨 중독자처럼 시세판만 들여다보며 산대요.




사이판 시내를 다니다보면, 이런 멋진 오픈카가 자주 보여요. 젊은 커플들이 해변에 차를 세우고 온갖 포즈로 사진을 찍습니다. 중국 관광객들을 위한 렌터카 서비스가 그렇게 잘 된답니다. 중국에서는 문화혁명 이후 자기검열이 심했어요. 문화 혁명 때, 지주나 자본가들은 민중의 고혈을 빠는 반동분자 취급을 당했지요. 그래서 수십년 동안 부자들은 돈이 있어도 있는 티를 내지 않고 살았어요. 상인 기질이 강한 중국인들인지라 사회주의의 외피를 두르고 자본주의의 첨단을 달리고 있어요.


중국인들이 사이판에 와서 미국식 자본주의를 만끽하는 덕에 이곳 물가는 꽤 비쌉니다. ㅠㅠ 아버지를 모시고 다닐 때 가장 만만한게 찾는 게, 세계 어디나 있는 중국집입니다. 그런데 이곳은 중국집도 비싸요. 기본형 계란 볶음밥이 10달러에요. 그나마 카드도  받습니다. 작은 요리하나 시켜서 밥을 먹고 나오는데 아버지가 가격을 물어보고는 기함을 하시지요. "왜 그런 데를 갔냐?"

(ㅠㅠ 저라고 알고 갔겠어요.)


아버지랑 여행 다닐 때 고충은, 돈을 쓸 수가 없다는 거예요. 여행 나와서 돈을 쓰지 않고는 밥한끼 못 먹고, 제대로 구경을 할 수도 없는데 말이지요. 결국 저는 돈 한푼 안드는 구경거리를 찾아나섭니다. 그쪽으로는 제가 또 나름 도가 통했거든요. 

 


아침 산책길에 봐둔 마을 축제가 있어요. 해변 공유지에 차들이 와서 무대를 세팅하고, 음향기기를 설치하더군요. 오홀, 무언가 행사가 있는 모양이군!



사이판에는 원주민과 다양한 이민자들이 어울려 살아요. 이민자들이 선보이는 전통 문화의 밤이에요. 자신들의 전통복장을 입고와 전통 공연을 합니다. 



폴리네시안 댄스, 일본 마쓰리 북춤, 중국 우산춤까지 총출동하네요. 교포 사회에서 나름의 색깔을 살린 공연을 준비했어요.



한국 교민 사회에서는 케이팝 공연을 준비했더군요. 사이판에서도 '강남스타일'은 인기네요. 


공짜 구경으로는 역시 마을 축제만한 게 없어요. 


여행을 다닐 때, 저는 호기심이 많아요. 주차장에 차들이 꽉 차 있으면, 일단 가봅니다. 매장에서 행사를 하거나, 무료 공연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별 거 아니라 허탕치는 것도 수두룩 하지만 일단 매번 그렇게 다니다보면 가끔 얻어 걸리기도 합니다. 호기심을 발동하지 않으면, 새로운 발견은 없어요. 


공짜를 좋아하는 두 부자의 하루는 또 이렇게 저물어갑니다. 다음엔 3일차 여행기로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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