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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짠돌이 육아 일기

도덕적 용기를 위해서

by 김민식pd 2017. 11. 14.

지난 주, 서천석 선생님이 진행하시는 라디오에 출연하여 '아이들에게 정의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평소 페이스북을 통해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위로받던 저로서는, 무척이나 신기하고 감사한 경험이었습니다. 오늘은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선생님의 글을 소개합니다. 창비라디오 <서천석의 아이와 나> 특집 방송 오프닝입니다. 글을 소개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서천석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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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정의에 대해 가르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부모라면 누구나 인성이 바른 아이로 자녀를 키우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인성이란 무엇일까요? 어른들에게 예의 바르고, 책임감 있고 자기 일을 성실하게 하는 것이 인성의 전부일까요? 아이가 도덕적 규범을 지키고 주위를 배려하며 살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는 없습니다. 하지만 도덕적 규범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안에는 많은 딜레마가 있습니다. 주변 사람에 대한 배려도 실제 상황에서는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몇 명의 반 친구들이 약한 아이를 따돌리는 것을 발견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친한 친구가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는 것을 보았을 때 그 친구를 배려하는 행동은 무엇일까요? 아이가 나이를 먹어갈수록 판단을 필요로 하는 도덕적 결정은 복잡해집니다. 부모인 우리는 이미 어른이 되었지만 스스로를 생각해보면 과연 우리가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도덕적인지 확신이 가지 않습니다. 인성이란 결국 윤리입니다. 그리고 정의는 윤리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 중 하나입니다. 정의라는 기둥이 없다면 윤리가 똑바로 서기 어렵습니다. 기껏해야 기울어진, 형식적인 윤리에 불과하지요.


이처럼 정의가 중요하지만 정의를 가르치기란 참 어렵습니다. 무엇이 정의인지 혼란스러운 것도 하나의 이유입니다. 하지만 무엇이 정의인지 안다고 해도 정의를 가르치기란 여전히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부모 스스로 자신이 없습니다. 자기 삶의 자세를 돌아보면 부끄러운 게 많습니다. 아이에게 떳떳하게 정의에 대해 말하기 부끄러운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게다가 두렵습니다. 과연 아이에게 정의로운 삶을 가르치는 것이 좋을까 싶습니다. 공연히 정의를 가르쳤다가 아이의 세상살이가 팍팍해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게다가 아이들에게 정의에 대해 어떻게 이해시킬지도 막막합니다. 혹시 지루해 하지는 않을까 싶습니다.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 부모가 아는 것과 아이에게 올바른 것이 무엇이고 왜 그 행동이 올바른지 설명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세계윤리연구소의 창립자인 러시워스 키더 박사는 우리가 도덕적인 용기를 내기 위해서는 세 가지 두려움을 넘어서야 한다고 했습니다. 첫째는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을 모두 알지 못한 채 행동해도 될 것인가 하는 두려움입니다. 둘째는 개인적 손실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도덕적 행동을 함으로써 직업이나 경력, 명성과 재산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요. 세 번째는 공개적 노출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앞에 나서거나 공격의 표적이 되는 일은 무척이나 두려운 일입니다. 자기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욕을 먹을 수 있고, 두고두고 복수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용기를 지닌 사람은 이런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일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영화배우 존 웨인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용기란 죽을 만큼 두려워도 무언가 해보는 것이다." 사실 두려움이 있기에 용기가 필요합니다. 위험하지 않다면 용기를 낼 필요도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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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내용은 팟캐스트 프로그램을 통해 들어보세요. 파업중인 노동자를 따듯하게 위로해주시는 서천석 선생님의 말씀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http://www.podbbang.com/ch/9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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