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서천석 선생님이 진행하시는 라디오에 출연하여 '아이들에게 정의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평소 페이스북을 통해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위로받던 저로서는, 무척이나 신기하고 감사한 경험이었습니다. 오늘은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선생님의 글을 소개합니다. 창비라디오 <서천석의 아이와 나> 특집 방송 오프닝입니다. 글을 소개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서천석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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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정의에 대해 가르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부모라면 누구나 인성이 바른 아이로 자녀를 키우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인성이란 무엇일까요? 어른들에게 예의 바르고, 책임감 있고 자기 일을 성실하게 하는 것이 인성의 전부일까요? 아이가 도덕적 규범을 지키고 주위를 배려하며 살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는 없습니다. 하지만 도덕적 규범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안에는 많은 딜레마가 있습니다. 주변 사람에 대한 배려도 실제 상황에서는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몇 명의 반 친구들이 약한 아이를 따돌리는 것을 발견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친한 친구가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는 것을 보았을 때 그 친구를 배려하는 행동은 무엇일까요? 아이가 나이를 먹어갈수록 판단을 필요로 하는 도덕적 결정은 복잡해집니다. 부모인 우리는 이미 어른이 되었지만 스스로를 생각해보면 과연 우리가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도덕적인지 확신이 가지 않습니다. 인성이란 결국 윤리입니다. 그리고 정의는 윤리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 중 하나입니다. 정의라는 기둥이 없다면 윤리가 똑바로 서기 어렵습니다. 기껏해야 기울어진, 형식적인 윤리에 불과하지요.


이처럼 정의가 중요하지만 정의를 가르치기란 참 어렵습니다. 무엇이 정의인지 혼란스러운 것도 하나의 이유입니다. 하지만 무엇이 정의인지 안다고 해도 정의를 가르치기란 여전히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부모 스스로 자신이 없습니다. 자기 삶의 자세를 돌아보면 부끄러운 게 많습니다. 아이에게 떳떳하게 정의에 대해 말하기 부끄러운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게다가 두렵습니다. 과연 아이에게 정의로운 삶을 가르치는 것이 좋을까 싶습니다. 공연히 정의를 가르쳤다가 아이의 세상살이가 팍팍해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게다가 아이들에게 정의에 대해 어떻게 이해시킬지도 막막합니다. 혹시 지루해 하지는 않을까 싶습니다.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 부모가 아는 것과 아이에게 올바른 것이 무엇이고 왜 그 행동이 올바른지 설명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세계윤리연구소의 창립자인 러시워스 키더 박사는 우리가 도덕적인 용기를 내기 위해서는 세 가지 두려움을 넘어서야 한다고 했습니다. 첫째는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을 모두 알지 못한 채 행동해도 될 것인가 하는 두려움입니다. 둘째는 개인적 손실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도덕적 행동을 함으로써 직업이나 경력, 명성과 재산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요. 세 번째는 공개적 노출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앞에 나서거나 공격의 표적이 되는 일은 무척이나 두려운 일입니다. 자기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욕을 먹을 수 있고, 두고두고 복수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용기를 지닌 사람은 이런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일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영화배우 존 웨인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용기란 죽을 만큼 두려워도 무언가 해보는 것이다." 사실 두려움이 있기에 용기가 필요합니다. 위험하지 않다면 용기를 낼 필요도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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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내용은 팟캐스트 프로그램을 통해 들어보세요. 파업중인 노동자를 따듯하게 위로해주시는 서천석 선생님의 말씀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http://www.podbbang.com/ch/9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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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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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rystal 2017.11.14 06: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아하시는 마음이 얼굴에 묻어나네요 ㅎㅎ
    드디어 김장겸이 물러났습니다!!!!!
    참 긴 시간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젠 피디님의 작품을 통해서 만나뵙길 기다릴께요!!!!*^^*

  2. 아리아리 2017.11.14 07: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pd님, 아리 아리!
    '용기란 죽을 만큼 두려 워도 무엇인가를 해보는것이다.' Pd님의 화장실에서의 용기있는 외침 으로부터 공영방송 정상화는 재점화 되었어요.
    고생하셨습니다. MBC 해직자와 노조원들도 모두 고생하셨어요. 이제 언론을 통한 정의사회가 실현되도록 하는것과 옛mbc의 명성을 되찾는 더어려운 숙제가 남은듯해요. 끝까지 지켜보고 응원 하겠습니다. 국민의 방송으로 부활하는날까지!
    '만나면 좋은 친구, mbc 문화방송'

  3. 저녁노을함께 2017.11.14 08: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d님 이날이 왔네요.
    pd님의 눈물 흘리는 외침을 tv로 봤습니다.
    "김장겸이 물러났다."
    저도 울컥했습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4. 김수정 2017.11.14 09: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기사 보고 정말 기쁘더라구요.
    이제 마음고생 덜 하시기를..

  5. 섭섭이 2017.11.14 09: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기분 좋은 아침입니다. 저도 아직 정의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는데. 방송 한번 들어봐야겠네요. ^^

    김장겸은_물러났다
    김장겸은_물러났다
    김장겸은_물러났다

    이게 정말 얼마만에 듣는 소리인지... 6월2일 오전 11시30분 상암동 사옥에 울려퍼졌던 외침이 165일만에 제대로 응답 했네요. 정말 축하드려요. 흐흐흐흐흑 ㅠ.ㅠ PD님의 용기있는 행동이 아니었으면 이번 싸움 시작도 못했을거에요. 일등공신이세요. 2012년 파업이후 정말 마음고생 많으셨는데요. 이제 죄책감이나 마음의 빚 내려놓으시고 앞으로 좋은 프로그램 많이 만들어주세요. ^^

    아직 해결할 과제가 많지만, 하나씩 하나씩 잘 해결되리라 봅니다. MBC가 완전히 마봉춘으로 되돌아올 때까지 응원할께요.

    #이제는_KBS도_하루빨리
    #고대영을_몰아내고
    #KBS를_되살리자

  6. 쿨한 인생 2017.11.14 10: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뎌!!!
    해임되었네요.

    김PD님을 포함한 MBC구성원 모든분께
    찐~~~~한 박수를 보냅니다.
    '연출 김민식'
    이라는 자막을 빨리 볼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7. 아리아리님딸 2017.11.14 13: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pd 님 저희 어머니께서 왕팬이세요^^ 업무 복귀 바로 하시는건가요ㅜㅜ? 부산에 강연이나 팬미팅(?) 번개(?) 계획 혹시 있으신가요^^ 어머니 모시고 가고싶습니다 ㅎ

  8. pkj1220 2017.11.14 15: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쁘네요~ ^^
    애쓰셨어요.... 와우~

  9. 축하♡ 2017.11.14 18: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pd님!!

    김장겸은 물러났다! 고 외치시는 모습보고
    같이 눈물흘렸네요ㅠ
    긴 시간 정말 마음고생 많으셨습니다.

    방금 부사장도 사임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제 '상남자' 그분이 남으셨군요.
    남은 김재철, 김장겸 체제의 인사들도
    빠른시일내에 줄줄이 무너지기를 기대합니다.

    pd님이 제작하신 감각적이고 재미있는 방송을
    하루빨리 볼수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10. 류영희 2018.01.17 11: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용기있는 삶을 살아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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