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짜로 즐기는 세상/2017 MBC 파업일지

가슴이 울었기 때문에 파업에 나선다

by 김민식pd 2017. 9. 18.

(출판사로부터 청소년들에게 '정치와 언론'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청탁을 받았습니다. 고민을 하다, 방송사 파업과 무한도전 불방 사이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 그 고민에서 나온 글을 썼습니다. 출판을 앞두고 먼저 블로그 게재를 허락해주신 '우리학교' 측에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무한도전이 몇주째 결방되고 있는 지금, 이 이야기를 드리고 싶었거든요. 며칠에 걸쳐 연재할 계획입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하세요. MBC 드라마 피디 김민식입니다. 201794, MBCKBS 양대 방송사의 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시작했습니다. 2달 전, 7월에 MBC ‘PD 수첩제작진이 노동문제를 다룬 방송 기획안을 내자 윗선에서 막았어요. 이에 PD들이 제작 거부에 나서면서 몇 주째 PD 수첩이 불방 되는 일이 벌어졌지요. 지난 몇 년간 간부들이 ‘PD 수첩을 어떻게 검열하고 망쳤는지 증언이 잇따르자 시사매거진 2580’ 기자들이 나섰어요. 자신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제작 자율성을 침해당했다며, 함께 제작 거부에 들어갔습니다. 회사에서는 해당 피디와 기자들에게 대기발령을 내며 중징계를 예고했어요. 그러자 보도국 기자들이 우리도 징계하라며 제작 거부에 동참했고요. 지역 MBC 기자들도 본사 기사 송고를 보이콧합니다. 뉴스와 라디오를 진행하던 아나운서들도 제작 거부에 들어갔습니다. 라디오에서는 DJ 멘트 없이 노래만 나왔어요. 언론노조 MBC 본부는 총파업 돌입 여부를 투표에 붙였고, 투표율 95%, 찬성률 93%라는 사상 최고의 찬성률을 기록하며 총파업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청소년 여러분에게 방송사 파업에 있어 최대 관심사는 무한도전의 방송여부가 아닐까 싶네요. 방송사 노조가 보도의 공정성을 문제 삼아 파업을 하는데 왜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 불방 되는 걸까요? MBC 뉴스는 안 해도, ‘무한도전은 방송 했으면 좋겠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2012MBC 노동조합이 170일간 파업했을 때는 6개월간 무한도전이 불방 되기도 했는데요, 그때도 많은 시청자들이 아쉬움을 토로했었죠. 당시 김태호 피디는 한겨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알아야 할 사실이 시민들에게 전달되지 않거나, 전달되더라도 왜곡되거나 누락되어 전달되면 시민이 세상일에 대하여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습니다. 잘못된 언론의 최대 피해자는 시민이기에, 언론사 파업은 시민의 알 권리를 위한 것입니다.”

사회 통념상 예능이라고 하면 정치나 사회 참여에 관심 없이 노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예능 피디가 파업에 참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태호 피디는 이렇게 말합니다.

예능 피디들은 논리적으로 이게 이렇고, 저게 저렇고 하나하나 따지고 계산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저도 그렇고요. 이성이나 논리에서는 상당히 약하죠. 대신 감성이나 가슴이 발달한 사람들이 많아요. 프로그램을 만들 때도 치밀한 계산이나 구성으로 시청자들을 유혹하여 보게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포인트 하나가 시청자들과 소통이 되면 그걸로 끌고 간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능 피디의 파업 참여도 가슴이 울었기 때문입니다.”

피디의 입장에서는 방송을 죽이는 것만큼 힘든 일이 또 없습니다. 그럼에도 파업에 참여하는 이유, 가슴이 울었기 때문입니다.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 *이 원고는 <소년소녀, 정치하라!>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우리학교 출판사에서 출간될 예정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