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짜 PD 스쿨/날라리 영화 감상문

영화 '겟 아웃'을 봤습니다.

by 김민식pd 2017. 6. 30.

<겟 아웃>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피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감이 좋은 분은 눈치를 챌 수도 있어요.)

 

흑인 청년이 새로 사귄 백인 여자 친구네 집에 인사를 가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여자 친구 부모님들은 딸의 남자가 흑인이라는 걸 아직 모르고 있대요. 친구가 계속 말립니다. “, 백인들만 사는 부자 동네에 흑인이 놀러갔다가 총 맞아 죽은 이야기 몰라?”

 

여자 친구의 집에 가보니 가정부와 정원사가 흑인인데요, 분위기가 으스스합니다. 집에서 파티가 열려 동네 사람들이 다 모이는데 흑인은 아무도 없어요. 자신을 바라보는 백인들의 분위기가 이상해요. “아우, 몸 좋네.” “이야, 이 울끈불끈 근육 좀 봐.” 흑인의 육체를 탐하는 부자 백인들의 분위기가 묘해요. 파티 석상에 흑인이 딱 한 명 있는데, 억지로 백인 말투를 흉내 내는 것도 너무 어색합니다. 문득 그 친구가 주인공을 붙잡고 소리를 지릅니다. “겟 아웃! 겟 아웃!” 여기서 겟 아웃은 꺼지라는 협박일까요, 도망가라는 경고일까요?

 

영화는 후반부에서 반전을 준비합니다. 단순한 인종차별 정서에 기댄 호러영화가 아닙니다. 자신의 주체성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에 대한 우화입니다. 흑인의 육체를 백인의 정신으로 조종하려는 시도가 섬뜩하게 그려집니다.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의 공포에 깊이 감정이입해버렸습니다. 다른 사람이 내 몸을 조종하는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어요. 학창 시절, 저는 이과생의 몸 안에 갇힌 문과생이었어요. 아버지는 저를 의사로 만들려고 무던 애를 쓰셨어요. '넌 의사가 되어야 해.' '넌 의사가 되어야 해.' '넌 의사가 되어야 해!' 부모의 사랑이라는 이름의 세뇌가 정말 무섭습니다. 결국 의대를 피해 공대를 갔지만, 20대 시절 내내 불행했어요. 지난 30년간 저의 삶은, 아버지가 덧씌운 공대생이라는 틀에서 벗어나려는 필사의 탈출이었어요. 지독하게 영어를 공부한 것도 그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지요.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의 입장에 얼마나 크게 공감되던지, 심지어 외모까지.... 쿨럭.)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몸을 통제하려는 외부 세력에 강하게 반발하기 마련입니다. 촛불 혁명이란, 21세기를 살아가는 시민들이, 1970년대 군부 독재 시대로 회귀하려는 세력에게 저항한 일입니다. 블랙리스트로 재갈을 물리려는 이들에게 당신들에게 내 사상을 검열 당하지는 않겠다!” 국정교과서로 아이들의 역사관을 획일화하려는 시도에 대해 당신들에게 나의 역사관을 검열 당하지 않겠다!”고 일어난 것입니다. 자신의 주체성을 빼앗으려는 시도에 대해 저항하는 것이 인류 역사의 흐름입니다. 노예제와 봉건제가 사라진 게 바로 그 이유 때문이지요.

박근혜 정부 말기인 올해 초, 고영주 이사장이 이끄는 방송문화진흥회가 MBC의 새 사장을 뽑았습니다. 고영주 씨는 부림 사건의 공안 검사였습니다. 영화 <변호인>에 소재가 된 그 사건이요. 전두환 노태우 신군부 정권 초기인 19819, 공안 당국이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하고 고문해 기소했는데요. 당시 수사 검사가 고영주였고요. 당시 변호사가 훗날 대통령이 된 노무현 변호사였지요. 고영주 이사장은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하기도 했지요. 김장겸 사장은 지난 수년간 MBC 보도국 정치부장,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을 거치면서 MBC 뉴스의 몰락을 주도한 사람입니다.

 

지난 5MBC 뉴스가 망가진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군부 독재 시절에 활약했을 법한 공안 검사와 정치 기자가 만나 유신 시대의 망령을 21세기 미디어에 주입하고 있으니까요. 21세기 민주화 시대를 살아가는 언론인의 머릿속에 군부 독재의 망령을 심는 것, 이것이 김장겸 체제의 목적입니다. <겟 아웃>의 주인공이 겪은 공포 영화 속 장면은 MBC 직원들에게는 매일 매일의 일상입니다.

 

MBC 정상화를 위한 유일한 해법은, 김장겸 사장의 퇴진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외칩니다.

 

김장겸은 물러나라!’

 

겟 아웃!’

 

 

 

(독자님, 영화 리뷰인 줄 알았다가, 당황하셨어요?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요즘 제게는 MBC 정상화가 최고의 과제입니다. 다시 현업으로 돌아가서 로맨틱 코미디를 연출하고 싶습니다. 더 늙기 전에.....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