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짜 PD 스쿨/날라리 영화 감상문

스타워즈 로그원, 반란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by 김민식pd 2017. 1. 2.

'스타워즈 로그원'을 보았어요. '스타 워즈' 시리즈는 미국 시장에서 항상 흥행 돌풍을 일으키지만 한국에서는 그만한 힘을 못 받아요. 1980년대 나온 오리지널 3부작 (에피소드 4~6)을 어려서 본 제게 스타워즈는 헐리웃 영화의 최고봉이었어요. 지금도 저는 극장에서 메인 타이틀 음악만 흘러나와도 가슴이 쿵쾅거립니다. 지금 2,30대가 어린 시절에 보고 자란 '스타 워즈' 프리퀄(에피소드 1~3)은 그만한 감동을 주지 못했어요. CG로 도배한 또 하나의 헐리웃 액션 블록버스터에 불과하지요. 역시 사람은 어린 시절의 추억에 영향을 많이 받아요.

개인에게 추억이 있다면, 국민에게는 역사라는 집단의 과거가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이나 신라 고구려 백제의 삼국지 등, 역사 속 풍부한 인물과 사건을 공유하고 있기에, 한국의 사극은 몰입이 가능합니다. 역사적 인물은 딱 보면 알거든요. 하지만 미국은 역사가 짧아서 그런 역사적 서사가 없습니다. 서사의 부족을 메워준 게 조지 루카스가 만든 '스타 워즈'에요.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연합군. 마치 영국 제국주의를 끝내려고 식민지에서 독립 혁명을 시작한 선조들의 이야기 같지 않나요? 에피소드 4의 제목도 'The New Hope'였어요. 식민지에서 꿈꾼 새로운 희망. 결국 '스타워즈'는 미국의 SF판 건국 신화입니다.

그 건국신화에도 이야기 상의 허점이 하나 있습니다. 77년에 나온 스타워즈 1탄 (에피소드 4)을 보면 엔딩이 좀 허술해요. 우주를 지배하는 제국군이 반란군을 일거에 격퇴할 궁극의 무기 (데스 스타)를 만드는데 하필 그 무기에 약점이 있다? 전투기가 쏜 미사일 한 방에 그 위성병기가 어이없도록 박살이 난다? 아무리 헐리웃 엔딩이라지만 너무 쉽게 끝나잖아? 그 영화를 보고 자란 덕후들이 이제 영화계에 입성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더합니다. '그게요, 실은 그 뒤에 이런 스토리가 있는 거거든요?' 이정도라면, 역대급 쉴드군요. 역시 덕 중에 덕은 양덕이라고...

 

영화 초반은 좀 지루해요. 저는 약간 졸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후반부의 액션이 죽이네요. 제가 좋아하는 견자단의 액션도 좋구요. 엔딩에 나오는 오리지널 시리즈의 인물들, 특히 다스 베이더의 등장은..... 음... 끝장입니다.  

 

'로그 원'. rogue는 악당, 불량을 뜻합니다. 시스템을 따르지 않고 반란을 일으키는 세력. rogue one은 반란의 시작, 그 첫번째를 뜻합니다.

반란은 어떻게 시작될까요? 희망에서 시작됩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있다는 희망. 희망이 없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팬보이즈'라는 영화가 있어요. 1980년대 고교 시절을 스타워즈 4,5,6편과 함께 보낸 세 남자, 나이들어서도 철없는 스타워즈 덕후로 삽니다. 어느날 조지 루카스가 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를 만든다는 소식을 내놓는데요. 한 친구가 시한부 판정을 받습니다. 에피소드 1 개봉때까지 살기 힘들 수도 있다는 진단에 친구들을 찾아갑니다. '나, 에피소드 1은 꼭 보고 죽고 싶다.' 3명의 덕후는 조지 루카스가 촬영본을 편집하고 있다는 스카이워커 랜치로 길을 떠납니다. 어떻게든 편집본을 훔쳐보겠다는 일념으로...  

 

 

팬으로 살면서 좋은 건 이런 겁니다.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의 새로운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것. 앞으로도 새로운 시리즈의 외전이 계속 만들어진답니다. 질기게 버티며 살아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겼네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