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3일차 여행기입니다.
어제 하루 시내 관광은 마쳤고, 이제 외곽으로 놀러갈 차례입니다. 타이베이의 이름난 명산, 양명산 트레킹! 먼저 MRT 찌안탄역으로 가서 빨간색 5번 버스를 탑니다. 문화대학을 경유하는 버스라 아침에는 학생들로 만원이에요. 40분을 달려 종점에 내리면 양명산 공원 입구. 여기서 108번 공원순환버스로 갈아탑니다.
노선도가 중국어 표기라 한자를 모르는 서양인들에게는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오늘의 첫 목적지는 얼찌핑 Erziping 二子坪 트레일입니다. 공원 순환버스를 타고 얼찌핑으로 갑니다. 버스에서는 정거장 안내가 영어와 중국어로 나와서 편합니다. 한자도 우리가 쓰는 한자와 같구요.
대만 최초의 야외 무장애 보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쉽게 산을 오를 수 있는 길입니다. 가벼운 운동화 차림으로도 걸을 수 있어요. 외국인들이 남긴 영어 리뷰를 보니, 타이베이 숨겨진 절경으로 이곳을 추천하더군요. 저도 등산을 좋아해서 양명산을 꼭 한번 와보고 싶었어요.
숲길을 한참 걷다보면 얼찌핑이 나타납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1.8킬로미터, 왕복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코스입니다. 무장애 보도는 여기까지 나 있지만, 저는 욕심이 나서 산을 좀 더 오르기로 했어요.
면천산 정상으로 가는 길을 알리는 표지. 길 안내가 잘 되어 있어 처음 온 외국인 산행객도 별 무리없이 산을 탈 수 있습니다.
정상에 오르니 발 아래 구름이 쫙 깔렸어요. 운무가 아니라면 바다가 보였을 듯! 대만에 이렇게 높은 산들이 많은 줄 몰랐어요. 구름 위의 산책! 이제 다시 얼찌핑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갑니다.
무장애 보도 덕에 이렇게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산행을 오기도 하고요. 몸이 불편한 아이를 휠체어에 태우고 나들이 온 가족도 있더군요. 서울 안산이나 관악산에도 이런 무장애 보도가 늘어나고 있어요. 고령화 시대에 꼭 필요한 복지 시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다시 108번 버스를 타고 다음 목적지로 갑니다. 교통 카드로 다니니 편해서 좋네요. 버스 요금은 15원 (우리돈 600원)입니다.
다음 목적지는 샤오유켕 Xiaoyoukeng (小油坑)입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땅속에서 증기가 올라오는 장관을 보고, 우와! 저기는 또 어디야! 하고 찾아간 곳입니다. 화산 활동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장관이네요. 버스에서 내리자 바로 볼 수 있어요. 잠깐 구경한 후, 버스 타고 다시 이동~
이번에 내릴 곳은 칭티엔갱입니다. 영어 발음과 한자를 보면서 정류장을 찾습니다. 다음에 오면 양명산 등산만 하루종일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순환버스를 타고 여기저기 구경다니면서요.
이곳은 너른 들판이 펼쳐져 있습니다. 신혼부부 웨딩 촬영을 많이 하는 걸 보니 출사 포인트로 딱인듯. 아쉬운 건 그늘이 없어 한낮에는 좀 덥습니다. 11월 중순에 와도 이렇게 더운데 여름에 오면 많이 힘들 것 같아요. 추운 겨울에 따듯한 나라로 여행하실 분들은 대만으로 오세요~
자, 이제 다시 버스를 타고 2호선 찌엔탄 역으로 갑니다. 어제 탄 2호선의 반대편 종점은 담수이 역입니다. 2호선을 타고 베이터우 Beitou에서 일단 내려서 신베이터우로 전철을 갈아탑니다.
옛날엔 타이베이가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불편한 도시로 악명이 높았어요. 영어도 거의 안 통하고, 길 안내는 온통 한자로만 되어있어 서양인들은 길찾기가 불가능했지요. 1996년부터 단계적으로 개통된 MRT 덕에 배낭여행도 한결 수월해졌어요. 비교적 새로 개통했기에 전철역이나 설비가 다 깔끔하고 좋아요.
신베이터우 온천 지대. 지열곡을 찾아가는 길입니다. 더운 열기가 노천으로부터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도심 한 가운데 전철로 갈 수 있는 노천온천이라 온천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수영복을 챙겨오지 않아 저는 그냥 길만 걷다 옵니다.
이곳의 명소가 바로 베이터우 공공도서관인데요. 건물이 운치가 있고 아주 멋있습니다. 나중에 타이베이에서 장기 체류를 한다면 이곳에 와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내부도 멋있는데 촬영 금지 구역이라 외부만 찍었어요. 도서관 근처에 사람들이 많아요.
이분들 도서관에 와서 다들 휴대폰만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기에 뭘하나 봤더니... ㅋㅋㅋ 다들 포켓몬고 게임을 하시는 중... 여기도 포켓몬고가 난리네요. 저도 구글 미국 계정까지 하나 만들어서 다운받아 플레이해봤는데요. 잠깐 해보고 그냥 지웠어요. 여행와서 게임만 하다가 갈 것 같아서요. ^^
다시 2호선을 타고 담수이로 갑니다. 유안샨역부터 전철이 지상으로 달리기에 창밖을 구경하며 갑니다. 오른쪽으로 양명산이 보이고 왼쪽으로 키룽강이 바다로 향해 흐릅니다.
이제 담수이 강변에 앉아 해가 지기를 기다립니다. 어제는 타이베이 101 너머 석양을 보고 오늘은 강가에서 일몰을 기다립니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은 매일 있는 일이지만 여행은 일출과 일몰마저 특별한 추억으로 만들어줍니다. 하루 하루, 순간 순간에 다 의미를 만들어주기에 여행이 즐거워요.
해가 지고, 저녁을 먹기 위해 찌안탄 역 옆에 있는 시린 야시장을 찾아갑니다. 시린 역도 있지만 야시장은 찌안탄 역에서 가면 더 가깝습니다. 타이베이 3대 야시장 중 하나예요. 가오슝에 있을 때도 야시장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먹거리도 많고 볼거리도 많고 사람도 많은 시린 야시장. 대만은 왜 이렇게 야시장이 발달했을까요? 더운 날씨 탓에 해진 다음에야 사람들이 나와서 놀기 때문 아닐까요? 11월에도 이리 더운데 여름에는 낮에 놀러나오기도 힘들고, 노점상들도 일하기 힘들 것 같아요. 그래서 대만의 시장은 주로 야시장 위주로 발달한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런 점에서 1년 사시사철 놀기 좋은 나라는 역시 우리나라라니까요!
오늘 하루 일정을 정리해보니, 아침에는 산, 낮에는 온천, 해질 무렵엔 바닷가, 밤에는 야시장.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 저리가라군요. 오늘 하루도 즐거웠습니다!
오늘 하루 경비는요. (대만돈 1원=한화 40원)
아침 어묵탕 70원
밀크티 30원
점심 70원
물 30원
우유 10원
홍차 30원
야시장 후추빵 50원
고기만두 50원
동과차 30원
총 370=15000원
숙소 25000원
1일 총경비 (우리 돈) 40000원 (정말 싸군요!)
헬스앱에 기록된 걸음수는 35400보. 와우! 양명산 돌계단 산행을 포함해서 이 정도라니, 흐뭇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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