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여행 4일차
오늘은 기차를 타고 화롄으로 가는 날입니다. 대만 제1경이라는 타이루거 협곡을 가려고 하는데요. 화롄 가는 기차가 10시 30분에 출발합니다. 타이베이에서 당일치기로 가는 곳인데요. 이른 아침에 출발해야합니다. 저는 이번 타이베이 여행을 1주일 전 결정했어요. 예약하러 타이완 철도 홈페이지에 가니 이른 아침 표는 이미 매진이더군요.
다행히 일정에 여유가 있어 (총 8박9일) 1박2일을 화롄에서 보내기로 하고 오전 10시 반 기차를 끊었습니다. 기차 타기 전 아침에 3시간 정도 비는군요. 뭘 할까? 고민하다 위안산 역 옆에 있는 공묘(공자 사당-꽁먀요)와 보안궁(Baoan temple)으로 갔습니다.
선비의 자세를 가르쳐주시는 우리 공자님. 삶의 스승을 만나러 갔는데, 아니, 그런데 이게 무슨일이랍니까? 아침 7시 공묘에서 펼쳐진 광경은...
중년 아줌마들이 남녀로 역할을 나눠 커플댄스 하는 모습이었어요. 명륜당 앞에서 아침부터 뭔 해괴한 광경인가 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공자님도 예악을 즐기셨어요. 도덕을 백성들에게 퍼뜨리는 수단으로 춤과 노래를 높이 평가하기도 하셨지요. 태평성대란 백성들이 춤과 노래를 즐기고 문화를 즐기는 시대라고 하셨습니다. 이 분들은 그럼 공자님의 가르침을 몸으로 실천중이라는?
공자묘 옆에 있는 보안궁은 도교 사원입니다. 대만에서는 신들끼리 사이가 참 좋아요. 유불선 3교의 신들, 관우와 관세음보살과 공자가 이웃처럼 사이 좋게 지내요. 진정한 화합의 정신을 보여주시는...
아직 열차 시간이 남아 위안산 역 근처 엑스포 공원에서 책이나 읽을까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도...
오전 8시 반에 엑스포 건물 한쪽에서 커플 댄스를 연습중이었어요. 사교춤이라면 딴스홀이나 카바레에서 늦은 밤에 남 몰래 추는 거라 생각했는데, 타이페이에서 보니 선입견이 깨어집니다. 공원에서 오전 8시, 장년의 아저씨 아줌마가 운동 삼아 취미 삼아 즐기는군요.
다른 사람의 이목에 신경 쓰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진짜 취미지요.
화롄가는 기차 안입니다. 영어 사이트가 잘 되어 있어 대만 철도 온라인 예약이나 카드 결제가 다 쉽고 편했어요.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 풍경이 근사합니다. 마치 동해안 시골 마을 같아요. 언젠가 다시 온다면, 타이중이나 타이난까지 가는 기차를 타고 전국 곳곳을 누비고 싶어요.
여행 중에 다음 여행의 계획을 세우는 걸 보면 나도 참 중증 환자인가 봐요. 여행 중독이 너무 심해.... ^^
화롄역에 도착하니, 12시 40분. 점심은 기차 안에서 도시락으로 떼웠어요. 타이루거 가는 셔틀버스가 13시 20분에 있군요. 타이루거 셔틀 버스의 종점인 톈샹에 15시 도착 예정이라네요. 오후 5시에는 다시 나오는 버스를 타야합니다. 시간이 너무 부족하네요. 다음엔 무조건 아침 일찍 출발하는 기차를 끊어야겠어요.
타이루거 협곡, 대만의 장가계라고 불린다는데, 장가계는 아직 가보지 못해서 모르겠고요. 몇년 전에 간 금강산 생각이 납니다.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계곡을 보니 특히 그러네요. 금강산 여행에서는 사진 하나 남은게 없어요. 회사에서 단체로 간 여행이었고요. 저는 금강산에 또 올 줄 알았어요. 제주도처럼 몇 년에 한번씩 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시절이 올 줄이야. ㅠㅠ 역시 여행은 갈 수 있을 때 무조건 떠나야한다는 걸 다시 느꼈어요.
타이루거 셔틀 버스의 종점인 텐샹에 내려서 보니, 태풍 피해로 바이양 트레일이 폐쇄되었군요.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 꼴이라 바이양 트레일을 빼고는 볼 것도 별로 없는 텐샹에서 1시간을 허비했어요. 당일치기 여행이었으면 멘붕이었을듯 합니다. ㅠㅠ
그나마 버스를 타고 올라가며 차창 밖으로 타이루거 협곡의 장관을 구경한 걸로 마음의 위안을 삼으며 다시 하산합니다. 오늘은 한 게 없네요... 타이루거는 역시 택시 투어가 답인가 봐요. 짧은 일정에 타이루거를 보시려면 여럿이 모여 택시를 렌트하는 편을 권해드립니다. 기차 타고, 다시 셔틀 타고 다니려니 일정이 너무 촉박해요.
내일 다시 보자, 타이루거!
내려 오는 길에 타이루거 버스 노선도를 사진으로 찍어둡니다. 저녁에 연구해봐야겠어요. 내일 어떤 코스를 공략할 것인지... 이제 화롄역 수화물 보관소에 맡겨둔 배낭을 찾아 숙소를 찾아갑니다.
사진을 보고 캡슐텔인줄 알았더니 6인실 도미토리네요. 2층 침대 대신 최신식 캡슐을 뒀는데 오히려 깔끔하고 편안하고 독립적인 공간이어서 더 좋았어요. 손님이 없어 방 하나에 저 혼자였어요.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했어요. 기차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 안의 숙소 지도를 띄우고, 그 중 가격이 가장 저렴한 방을 고른 후, 외국인 배낭족들의 영어 리뷰로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숙소를 골랐는데, 대만족입니다. 1박에 13000원. 이렇게 좋은 숙소가 왜 이리 쌀까요?
무인텔이라서 그런가 봐요. 저녁 7시 넘어 숙소에 오니, 직원이 아무도 없었어요. 1층 휴게실 탁자위에 방열쇠가 있고, 현관문 비밀번호는 에어비앤비 메시지로 안내문자가 옵니다. 직원은 낮에 청소만 해두고 오후 4시에 퇴근한다고. 스마트폰으로 예약하고, 앱으로 사전에 결제를 하니, 밤새도록 직원이 프런트를 지키고 있을 필요가 없는거지요.
여행, 갈수록 싸고 편리해지고 있어요. 그걸 온 몸으로 느낍니다. 옛날엔 가이드북 들고, 지도 보면서, 숙소를 찾아갔다가 방이 없어 헤매곤 했는데. 이렇게 여행 다니기 좋은 시절이 올 줄이야! 앞으로 더 자주 여행을 다니려고요. 자전거 여행하는 대만 학생들도 만났어요. '그래, 언젠가는 자전거로 대만 일주에 도전해봐야겠구나!' 그때까지 중국어는 더 공부를 해야겠어요.
오늘 하루 경비 (대만돈 1원 = 우리돈 40원)
아침 대만식 오믈렛 30원
두유 20원
점심 스시 도시락 100원
과일 50원
밀크티 2개 40원
짐보관소 30원
우육탕면 80원
생수 20원
타이루거 셔틀버스 2일 패스 400원
총 770원= (한화) 3800원
왕복 기차표 35000원
캡슐텔 13000원
도합 86000원
하루 걸음수 20500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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