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PD들 보면서, '우와, 저 친구는 진짜 못당하겠다!'라고 느끼는 경우는? 일을 하는 건지, 노는 건지 구분이 안되는 애들이다. 무한도전 연출하는 김태호 PD가 대표적인 예이다. 매주 새로운 아이템을 선보이는 무한도전은, 출연자가 아니라 연출자의 익스트림 챌린지 Extreme Challenge다. 그런데 태호는 마치 매주 출연자들이랑 새로운 게임을 개발해 노는 게 너무나 재밌다는 듯이 몇년째 그 고된 작업을 혼자 해내고 있다. 정말 무서운 후배다.

예전에 통역대학원 다닐 때도 그런 애들이 무서웠다. 미드 카페에다 직접 번역한 자막 올리는 아이들. 난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아무런 금전적 보상없이 오로지 재밌어서 하는 아이들. 자막 맨 앞에다 '깜찍아, 사랑해', 요딴 헌정사 올리려고 밤새 번역 노가다하는 아이들. 그런 애들 때문에 밥줄 잘릴까봐 얼른 직업 전환했다. 통역사에서 PD로...

그럼, 요즘 날 두렵게 하는 아이들은? 팟캐스트를 만드는 아이들이다. 누가 돈 주는 것도 아닌데 혼자 집에서 낄낄대며 방송 만드는 아이들. 난 학교 고시원에 틀어박혀, 신문 사설 읽고, 논술 스터디만 들입다 한 친구들 보다 오히려 이런 친구들을 PD로 뽑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라. 돈도 못 벌고, 누가 얼마나 들을지도 모르는 팟캐스트를, 오로지 재미로 만드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에게 공중파 채널을 주고, 안정적인 월급을 준다면 얼마나 미친듯이 만들어내겠는가. 이런 친구들은 굳이 공중파 입사 안해도 앞으로 다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분명히 틈새 시장을 찾아낼 것이다.  

MBC 라디오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를 들으며 그 재치만점의 진행솜씨에 탄복할 때가 많다. 이는 김어준씨가 딴지일보하면서, 딴지 라디오 만들면서, 오랜세월 자신만의 공력을 갈고 닦은 덕이다. 김어준같은 재야의 고수들에게 공중파는 갈수록 문호를 개방할 것이다. 왜? 돈 안받고도 미친듯이 웃기는 방송을 만드는 사람인데, 출연료 주면 얼마나 재미난 걸 만들어 내겠는가. 

놀면서 만든 유쾌한 팟캐스트 몇 개, 소개해본다.  

1. 일본어 전도사 리키 앤 쇼의 예측불허 버라이어티 토크쇼


http://cafe.naver.com/rikishow/
정말 유쾌하고 즐겁게 일본어 토크쇼를 진행한다. 컬투 라디오의 일본어 버전?^^
BES는 초급 일본어, KES는 중급 일본어 토크다.

 


2.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

소설가가 추천도서의 일부분을 발췌해 직접 읽어준다. 개인이 공중파 라디오 뺨치는 수준급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역시 능력자는 달라.

 


3. 내가 니 앱이다

워낙 유명한 팟캐스트니 직접 찾아보시길. 앱 소개 프로그램이다. 덕후 형 둘이 나와 신나게 논다. 이분들, 이제는 케이블 방송까지 진출하셨다.  


방송인을 꿈꾸는가?
공부하지 마라. 놀아라. 노는 애들이 더 무섭다.

논어에도 나오지 않는가.
아는 것이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이 즐기는 것만 못하다.

PD 준비, 너무 어렵게들 생각하지 마시라.
세상을 공부하는 게, 당신 목적 아니다.
PD는 세상을 상대로 놀아주는 사람이다.
'무엇으로 세상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줄 것인가?' 
이 고민에서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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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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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rdragonfly1234 2012.05.31 11: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