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PD로 살다보면 자주 받는 상담 의뢰, '연기자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은 사실 복받은 사람이다. 그만큼 타고난 재능이나 외모가 있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이런 타고난 복을 제 발로 차는 일이 난 연예계 입문이라고 생각한다. 왜냐고? 만약 당신이 지금 대학생이라면 전공을 살려 일반 회사에 취업해보시라. 그대가 일반 기업에 입사하는 순간, 회사내 최고 얼짱으로 모든 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다. 얼짱 회계사, 얼짱 선생님, 얼짱 상담사, 얼짱 사원... 정말 부러운 별명을 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연예계에 진출하는 순간, 그대는 숱한 배우 지망생 중 하나가 된다. 그리고 매일 거울 속 그대의 예쁜 얼굴을 보며, '난 왜 이리 평범하게 생겼을까?'를 되뇌며 수술할 곳만 찾게 될 것이다. 

어떤 삶이 더 행복하겠는가? 연예계에 입문하여 스타가 되는 것을 흔히 로또 당첨에 비유한다. 로또 당첨, 까짓거 한번 도전해봐? 이거 위험한 생각이다. 로또는 한번에 만원 갖고 지르는 도박이다. 꽝 나도, 만원 갖고 게임했다손치면 그만이다. 하지만 연예계에 뛰어드는건, 인생 자체를 걸고 하는 도박이다. 꽝난 후의 삶은 너무나 불행하다. 

사람들은 로또 당첨된 톱스타의 삶만 보고, 그 뒤에 가려진 실패한 지망생들의 삶을 못 본다. 너무 안타깝다. '아, 저 친구가 다른 직업을 가졌다면,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 속에 얼짱으로 정말 행복하게 살았을텐데... 왜 하필 이 바닥에 와서 저렇게 괴로워하며 살까?'  

이렇게 말리는데도 연기자가 되고 싶다면, 딱 한가지만 충고드린다. 요즘 엔터 산업이 뜨면서 길거리 영업들 많이 하신다. 길가는 데 누가 딱 잡더니, '오홀! 학생, 연예인 생각없어?' 물어온다. 당근 설렌다. 하지만 기억하시라. 누구든 계약하자고 하면서, 돈을 달라고 하면 가짜고, 돈을 준다고 하면 진짜다.

프로필 사진 촬영비로 300만원을 요구하거나, 연기 레슨비나 의상 협찬비로 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 대부분 가짜다. 왜냐고? 제대로 된 매니지먼트 회사라면, 그리고 그대가 진짜 뜰 가능성이 있는 신인이라면 무조건 돈을 주고 키운다. 돈을 줘야 그 계약이 실효가 있고, 나중에 키운 다음에 도망도 못간다. 회사에서 돈들여 연기 공부시키고 스타일 만들어 준 케이스라면, 투자 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라도 부지런히 출연 기회를 찾을 것이요, 돈을 받고 계약한 케이스면, 밀어줘서 떠 봤자 도망가도 잡을 방법이 없으니 대충 돌리기만 한다.

아~ 정말이지 다행이다. 난 잘나지 못한 외모 덕에 이런 사기에 넘어갈 염려도 없으니까. 역시 난 연기자보다 PD가 팔자인가보다. 심지어 MBC PD 공채는 볼 때 돈도 안든다. 외모도 안 본다. (나도 들어온 곳 아닌가.) 그대가 외모가 좀 된다면... 그래서, 연예인을 꿈꾼다면... 괜히 고교시절 오디션 본 다고 공부 팽개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나중에 후회하지 마시고, 착실히 공부해두시길 권한다. 연예인보다 PD를 준비하시라. 뜨기는 이 곳이 외려 쉬울 것이다. 얼짱 PD는 여태껏 별로 없었으니 말이다.  (이러다 동료 피디들한테 돌 맞는거 아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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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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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6.24 16: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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