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짜로 즐기는 세상/2017 MBC 파업일지117

어느 겁쟁이의 고백 저는 겁이 참 많습니다. 눈 큰 사람이 겁이 많다는 말이 있는데, 제가 딱 그래요. 보이는 게 너무 많아서 그런가봐요. 눈에 뵈는 게 없으면 무서울 것도 없는데 말이지요.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이라는 영화가 개봉합니다. MBC와 YTN의 해직언론인 사태를 다룬 영화예요. 전주영화제에서 영화를 먼저 본 후배가 그러더군요. "선배님 모습이 영화에 자주 나와요." 스크린에 내가 나온다니, 궁금했어요. 어떤 모습일까? 2012년 MBC 170일 파업 당시, 노조에서 기자회견을 하는데 회사에서 정문을 봉쇄한 일이 있습니다. 기자들 못 들어오게 막으려고요. 명색이 언론사가 기자들의 출입을 봉쇄한 겁니다. 진실을 알리기위해 성역없는 보도를 추구해야할 언론사가 정작 자신의 회사는 문을 걸어 잠그다니, 그때 정말 화.. 2017. 1. 10.
죽지 않아, 마봉춘 1년 전 겨울, 아이를 재우고 책을 읽다가 갑자기 눈물이 주룩 흘렀습니다. 글을 읽을수록 울음은 그치지 않고 오히려 흐느낌으로 바뀌었어요. 잠든 아이가 깰까봐 혼자 숨죽여 울었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쓴 ‘체르노빌의 목소리’를 읽는 것은 참 힘든 일이었습니다. 2016-239 체르노빌의 목소리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 김은혜 / 새잎) 1986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했습니다. 불타는 원자로에 가장 먼저 달려간 것은 소방관들입니다. 원전에 난 불은 껐지만 그 불이 몸속으로 옮겨 붙은 듯 그들은 장기가 녹아내려 죽습니다. 군인들도 소집되었습니다.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르고 이동명령을 받았습니다. 방사능 누출 사고 수습에 나선 이들에게 영웅의 칭호가 주어졌으.. 2016. 12. 9.
공포영화에서 살아남는 법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쓸까, 책을 볼까, 절을 할까, 이도저도 못하고 한동안 번민만 했습니다. 글을 쓰면 날선 울분이 터져나올 것 같아 차마 쓰지 못했고, 책을 보면 현실을 두고 도피하는 것 같아 비겁하게 느껴졌고, 108배 절을 하자니 수행도 수양도 안 될 것 같더군요. 요며칠 페이스북을 들여다보기가 참 힘듭니다. MBC에서 같이 일하던 피디나 기자들이, 농군 학교로, 사업 부서로 쫓겨났어요. 이제 그들은 또 한동안 자문하면서, 자책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낼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내가 누구한테 잘못했을까?' 이 두가지 질문을 품고 사는 삶은 지옥입니다. 우리는 공포 영화에서 이 두가지 질문을 만납니다. 일본 영화 '링'에서 주인공은 묻지요. '무엇을 했기에 죽었을까? 살려면 무엇을 해.. 2014. 11. 4.
보고싶다, 정영하 내 이름은 김민식이지만, 별명은 김민종이다. 잠깐, 거기 짱돌 집어드시는 분, 동작 그만! 내 외모가 원조 꽃미남 배우 ‘김민종’과 닮았다는 의미에서 붙은 별명이 아니니, 절대 오해마시길. 2012년 내가 MBC 노조 부위원장으로 일할 때, 당시 위원장이던 정영하 선배의 충실한 ‘종’이란 뜻인지, 위원장이 무슨 말만 하면 딸랑 딸랑 맞장구를 친 덕분인지 분명치는 않지만 하여튼 집행부 내에서 내 별명이 김민‘종’이었다. ‘위원장님, 만세! 딸랑 딸랑~’ ^^ 하지만 아무리 딸랑거려도 나는 정영하 선배에게 진 빚을 다 갚을 수 없다. 내가 청춘 시트콤 ‘뉴논스톱’으로 연출 입봉했던 2000년 당시, 정영하 선배는 더빙실에서 음향 효과 믹싱과 웃음 더빙을 담당하고 있었다. 신참 피디가 연출하는 프로그램에는 각.. 2014. 10.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