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배우 황효은씨의 결혼식에서 했던 주례사. 결혼의 계절, 가을을 앞두고 다시 올린다.) 


진정한 ‘내조의 여왕’이 되는 법 
 
몇 달 동안 ‘내조의 여왕’을 만들어온 연출가로서
오늘 신부에게 ‘내조의 여왕’이 되는 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사회에서 ‘내조의 여왕’이란,
남편 출세시키고, 아이를 공부를 잘 시킨 주부를 뜻합니다.
결혼했으니 나를 위해 살기보다 배우자를 위해, 가족을 위해 살아야겠다,
이런 결심을 할 수도 있는데요, 그런 결심 하지 마세요.

남편 출세에 목메는 여자, 참 인생 허망해집니다.
그런 여자는, 남편이 아무리 아내를 사랑하고 아껴줘도
남편이 성공하고 출세하지 못하는 한, 자신은 불행하다고 느낍니다.

그러다보면 멀쩡한 남편이 모자라 보이고,
저래서 출세를 못하나? 왜 출세를 못하지? 고민하다보면
남편의 허물만 눈에 띄고, 나아가 그 점을 고쳐야겠다, 마음먹게 됩니다.

이거 참 위험한 생각입니다.
절대로, 너를 사랑하니까 네가 더 나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이런 얘기 하지 마세요. 이건 사랑이란 이름으로 휘두르는 폭력입니다.

나중에 아이가 커서 학교에 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작 자신은 어릴 때 공부하기 싫어 미칠것 같았으면서
아이한테는 그래도 넌 공부해서 꼭 일등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내 인생 내 마음 먹은 대로 바꾸며 살기도 어려운데
남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겠다고 참견합니까?

가족은 나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나에게 온 손님들입니다.
그냥 나하고 와서 같이 지내는 동안 마음 편하고 즐겁게 지내다가면
그게 서로를 위한 최고의 행복입니다.

남편의 출세에 기대지 않고, 아이의 성공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세상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 자아실현을 하고
삶의 보람을 찾아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을 하세요.

행복한 아내를 둔 남편, 행복한 엄마를 둔 아이가
결국에는 출세하고, 성공할 확률도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적어도 남편의 출세나 아이의 성공 없이도
그 가족은 이미 행복한 가정일 것입니다.

결혼했다고 새삼 새로운 결심 하실 필요 없습니다.
상대를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도 없습니다.
두 분 이제껏 살아온 대로 사세요.

전 두 분이 이제껏 참 잘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제껏 인생 멋지게 잘 살아온 대가로
이쁜 신부를 만나고, 이렇게 잘생긴 신랑을 만나 사랑하게 되고
이렇게 결혼식까지 올리게 되지 않았겠습니까?

이제까지 사시던 대로만 하면 두 분 인생은 행복할 겁니다.

오늘 우리 신부님은
내조의 여왕을 꿈꾸지 마시고, 스스로 행복한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진정한 내조의 여왕이 되는 길입니다.


(2분 내에 끝낸 주례사에, '역시 주례가 젊으니, 주례사가 짧아서 좋군.'이란 평을 들었다.
이 사진을 찍은 게 엊그제 같은데, 배우 황효은씨가 벌써 아기 엄마가 되었으니, 세월 참 빠르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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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조이 2014.01.18 19: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는 여왕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