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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영어 스쿨

지속하는 힘

by 김민식pd 2016. 3. 17.

2016-52 지속하는 힘 (고바야시 다다아키 지음 / 정은지 옮김 / 아날로그)


통역사 출신 PD라고 해봤자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영어를 쓰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가끔 선배들이 놀려요. "영어 공부 한 거 후회하지 않냐?" 네, 후회하지 않아요. 인생에서 버려지는 노력은 없거든요.


미국 시트콤을 보며 놀다가 문득 한국판 청춘 시트콤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96년에 MBC 공채로 예능국 PD가 되었지만, 입사 후 '남자 셋 여자 셋'에 지원했다가 조연출 배정에서 탈락했어요. 당시 저는 서른 살 늦깍이 신입사원이었는데, 담당 연출인 선배랑 나이가 동갑이었거든요. 조직으로서는 껄끄러운 인사죠. 결국 저는 시트콤은 못하고, 연예 정보 프로나 가요 프로그램을 전전했습니다.

러던 어느 날, 쇼 프로그램 연출의 대가이신 신종인 부장님이 저를 찾으셨어요. 

"너, 동시통역대학원 나왔다 그랬지? 저거 통역 좀 해봐라."

TV에서는 98년도 아카데미 시상식이 나왔어요. 당시엔 국내 채널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을 생중계하는 곳이 없어 부장님은 AFKN으로 시상식 생중계를 보고 계셨지요. 답답하니까 인간 통역기를 동원하신 거죠. 예능 조연출은 시키면 뭐든 합니다. '마리텔' 보면 나오잖아요. 인간 마루타 전용 조연출.^^ 저는 뻘쭘하게 TV 옆에 서서 동시 통역을 했어요. 놓치는 부분도 많았지만, 워낙 영화를 좋아해서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잘 하네? 넌 통역사로 살지, MBC는 왜 들어왔냐?"

그래서 말씀드렸죠. '지금은 연예 정보 프로그램에서 파파라치를 뛰고 있지만, 언젠가는 미국의 '프렌즈' 같은 청춘 시트콤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하고. 


그 다음해에 그 신종인 부장님이 예능국장으로 승진하셨어요. 그때 저를 국장실로 부르셨죠.

"청춘 시트콤을 새로 시작하는데, 거기 가서 조연출 할래?"


그때 저는 처음으로 시트콤을 맡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논스톱' 시리즈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로맨틱 코미디 전문 연출가라는 경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요.


(드라마 '내조의 여왕' 촬영장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이걸 보고 마님이 놀렸지요.

"그 사이에 서서 사진 찍고 싶냐?"

ㅎㅎㅎ 네, 저는 이런 자학 개그 좋아해요.)



최근 읽은 책 '지속하는 힘'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매일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해도 훗날 영어를 사용하는 일을 하게 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어 혹독한 훈련을 견뎌내고 있지만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고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세상은 그런 것이다.

(중략)

영어 공부를 그만두면 영어를 쓰는 일에 종사하게 될 가능성은 제로다. 훈련을 그만두면 올림픽 대표 선수로 선발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면 된다.'

(위의 책 125~126쪽)


스티브 잡스가 그랬죠. 인생에서 '점과 점은 이어진다'고.


인생에서 버려지는 노력은 없어요. 그걸 믿으면 힘이 생깁니다. 힘들어도 지속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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