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에 블로그에 예능 피디 합격 수기라고, 후배의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2013/02/08 - [공짜 PD 스쿨] - 예능 피디 합격 수기

글에서 소개한 후배가 예능국 권성민 피디인데, 자신의 MBC 공채 합격 후기에서 이렇게 썼다.

 

'내 꿈은, 'PD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몸과 마음이 가난하지 않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꿈이란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PD가 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할까?'가 아니라, '그런 세상을 이루어가려면 무엇을 해야할까?'를 고민해왔다.
그 꿈은, 반드시 PD가 되어야만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권성민 블로그에서

 

'몸과 마음이 가난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이 청년은 작년에 슬프고도 아름다운 글 한편을 썼는데, 그 결과 우스꽝스럽고도 아름답지 못한 대응으로 '해고'되었다. 한창 일할 나이에, 어이없이 잘려버린 녀석이 어떻게 사나 가끔 그의 블로그에 놀러가는데, 오늘은 녀석의 블로그를 훔쳐보다 이마를 탁 쳤다.

'세상에 이런 멋진 녀석이 다 있나!'

 

많은 이들이 피디를 재미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그 직업을 선망하는데, 실은 피디는 무언가 하나를 만들기 위해 재미난 무언가를 수백개를 보고 즐기는 사람이다. 재미난 무언가를 수백개를 보려면, 재미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무언가를 수천개를 보아야 한다. 재미없는 무언가도 끝까지 재미나게 보는데 그 이유는, 끝까지 보기 전에는 재미있을지 없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덕질과 예술이 서로 통하는건, 둘다 몰입의 즐거움을 주는 한편, 단순 작업의 반복 노가다이기 때문이다. 피디는 무언가를 창작하는 그 순간, 번쩍이는 영감을 떠올리고 창의성을 발휘하기에 멋진 직업이 아니라, 매일매일 무언가를 미친듯이 보고 즐길 수 있기에 멋진 직업이다.

 

공중파 피디로 살다 어느날 해고되었다고 우울하게 살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그냥 늘 하던대로 자신이 보고 즐기던 것은 관객의 입장에서 즐기면 된다. 내가 꿈꾸는 '몸과 마음이 가난하지 않은 세상'은 덕력으로 충만한 삶이다. 손에는 책이 있고, 발은 영화관을 향하며, 마음 속에는 재미난 무언가를 향한 열정이 솟아나는 삶, 그게 내가 꿈꾸는 덕후의 삶이다.

 

내게 덕후질의 충동을 새삼 불러일으킨 그의 글을 소개한다.

'블로그에 이런 글 꼭 있더라: 좀 덜 유명한, 매력적인 영화들 34선:

 

 

 

 

추신:

글을 읽고 이런 멋진 사람이 해직 후에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가 궁금하다면 그가 뉴스타파에서 만드는 재기발랄한 뉴스 프로그램 '타파스'를 보면 된다.

뉴스타파 '타파스' 홈피 http://newstapa.org/tap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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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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