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다이어리를 뒤지다 발견한 영화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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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자료실에 있는 LD (레이저 디스크, DVD 이전의 영화 저장 포맷, 상용화는 실패)를 대출해서 본 기록이다. 하루에 영화 3편씩 보던 시절이었다. 생각해보면 미친 거지. 어떻게 매일 매일 영화 3편씩을 보나? MBC 입사해서 자료실에 갔을 때, 난 좋아서 미치는 줄 알았다. 빼곡이 쌓인 수천장의 영화 자료들! 그래서 매일 영화를 3편씩 보기 시작했다. (조연출 시작하기 전 수습 사원 시절의 일이다. 오해없기를... 조연출 시작하면, 영화를 3편씩 보는 게 아니라 잠을 3시간씩만 잔다.^^)

난 언제나 늘 무엇에 미쳐서 산다. 그러다보니 난 어디서나 아웃사이더였다. 소설에 미친 공대생, 영화에 미친 영업사원, 시트콤에 미친 통역사... 어느 조직에서든 난 정상이 아니었다. 

그런 내가 나처럼 살짝 미친 애들이 모이는 곳에 왔다. 바로 MBC 입사 동료들과의 만남이다. 신입 사원 연수 시절, 인사동의 한 찻집에서 영화 얘기를 했다. 누구 하나 밀리지않고 영화 토론을 벌이는데  누군가 제안을 했다. 끝말잇기를 하자. 단, 영화에 관련된 고유명사로만! 우리는 영화 배우나 감독 이름, 영화 제목으로 1시간 반 동안 끝말잇기를 했다. 그때 그 영화에 미친 아이들 속에서 느낀 짜릿한 전율! '아, 이제야 나의 준거 집단을 찾았구나!'

난 나만 미친 줄 알았는데, 입사동기들을 보니 다들 무언가에 미친 인간들이었다. 임태우 형은 소설에 미쳐 문학평론가로 등단까지 한 사람인데, 어느날 소설보다 드라마가 더 재밌어져 드라마 PD로 지원했다. (얼마전 '짝패'를 연출했다.) 동기 김도훈은 록에 미쳐 음악 잡지에 음악 칼럼을 쓰던 친구였고, (얼마전 '로열 패밀리'를 연출했다.) 김재환은 라틴 댄스에 미쳐 매일 춤추러 살사바를 찾아다니던 친구였다. (얼마전 '트루맛 쇼'를 만들었다. 신문 인터뷰마다 자신은 언론 투사가 아니라 춤추러 다니는 딴따라라고 밝힌다.)

어느 경지에 미치려면, 미쳐야 한다. 不狂不及!  정상의 범주속에 안주하려 하지 말고, 살짝 미쳐보라. 인생이 무척 즐거워진다. 

테드 강연 두 편 추천한다. 
살짝 미치는 것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http://www.ted.com/talks/lang/eng/joshua_walters_on_being_just_crazy_enough.html

자신이 미치고 싶은 대상이 무엇인지 모르는 이들을 위한 30일간의 테스트,
http://www.ted.com/talks/matt_cutts_try_something_new_for_30_days.html

한글 자막이 있으니, 겁먹지 마시고 보시길... 짧다. 3~4분짜리 강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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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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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rdragonfly1234 2012.05.31 11: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 이런 사람들 영미권에는 수없이 많습니다. 저는 UFC가 좋아서 미국 격투기 포럼싸이트를 늘 읽는데, 거기는 전부다 격투기에 미친 사람들이예요.. 모든 선수들 몇년전 기록,어느시합에서 어떤 동작을 했는지까지 다 기억하더라고요.. 그리고 24 시간 그걸 가지고 토론까지 합니다,, 마치 본 경기를 또씹고 뒤로 씹고 앞으로 씹고 하는것처럼 되사김질을 한다음 상상 시합까지 열어요.. 누구하고 누구하고 붙으면 누가 이기겠나... 끝없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