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막장 드라마만 만드니까, 할 수 없이 막장 드라마만 볼까? 막장 드라마를 많이 보니까, 할 수 없이 막장 드라마를 만들까? 답은 나도 아직 모르겠다.

요즘 극장에 가도 비슷한 고민이다. 트랜스포머 3와 해리 포터, 두 영화가 전체 8개 스크린 중 5개를 휩쓴다. 두 영화는 3D버전이며, 디지털 버전이며, 다양한 상영 포맷이 있어 아무때나 가도 볼 수 있다. 내가 보고싶은 독립 영화는? 서울시내 단관 상영에 그마저도 저녁 9시 30분 1회 상영이다. 사람들이 블록버스터만 보니까, 블록버스터만 트는걸까. 블록버스터만 트니까 블록버스터만 보는 걸까?

난 2~3개의 영화가 다수의 스크린을 점령하는 사태는 궁극적으로 영화팬들의 선택권을 침해하여 영화 시장 전체를 죽이는 행위라고 본다. 특히나 트랜스포머 3같은 막장 블록버스터가 물량공세로 흥행에 성공하고, 잘 만든 저예산 영화들이 상영관이 없어 내리게 되는 현실은 영화광의 입장에서 보기에 너무나 안타깝다.

작금의 사태에 대해, 배급과 제작을 겸하는 일부 대기업의 횡포라고 손가락질하고 물러서지는 말자. 오히려 영화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영화를 사랑해주자. 멀티플렉스 극장을 찾아 수동적 행태로 영화에 매몰되지 말고, 다양한 영화 관람의 기회를 찾기 위해 적극 노력하자.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다양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채널이 남아있다. 물론 하나 둘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문을 닫고 있는게 안타깝지만, 그건 다 우리 영화광들이 지켜주지 못한 탓이다. '하이퍼텍 나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관련기사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9983.html)

아직 우리 곁에 남아있는 소중한 영화공간들을 찾아나설 때이다. 
아트하우스 모모에 가서 '소중한 날의 꿈'을 보자. '마당을 나온 암탉'과 함께 올해 국산 애니메이션 최고 기대작이다.
시너스 이수의 '인 어 베러 월드'를 보시라. 내가 본 요즘 영화 중 최고 강추작이다. '타인의 삶'도 그렇고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은 그냥 주는 게 아니다. 2011년도 수상작이다.
그리고, 판타스틱 영화 축제의 도시, 부천으로 달려가자. 영화적 다양성을 추구한다면 이보다 즐거운 축제의 공간은 없으리라. 

너 자신에게 문화적 다양성을 허하라! 대기업 자본이 알아서 그대에게 다양성의 채널을 열어주는 일은 결코 없다. 우리 스스로가 찾아 나서기전에는... 만국의 영화광들이여, 단결하라! 우리에게도 다양한 영화를 볼 권리가 있지 않은가!


  (지난 주말 부천 환타스틱 영화제에서, 영화 캐릭터들과 풍선껌 불기 이벤트에 도전 중. 단편영화 모음과 배틀로얄 3D를 보고, 저녁엔 '무비악당-마담X, 이상은 밴드, 윈디 시티 공연'을 보러갔다. 다양한 영화의 품 속에서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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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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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rdragonfly1234 2012.05.31 11: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내가 어느쪽 부터 손에 쥐는냐가 바로 시작점이지요. 막장 드라마를 보는 "나". 블럭 버스터 싸구려 CG 영화를 보는 "나". 특히 한국에서는 뭐가 유행한다고 하면 너도나도 다 그걸 해야 같이 대화를 할수 있으니, 누가 뭘 봤다고 하면 꼭 그걸 봐야 뒤쳐지지 않지요.... 아뭏튼, 헐리우드의 봉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