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한 편 만드는 데 PD는 나 혼자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내가 제작 현장에서 만나는 PD는 참 많다. 웹 PD, 마케팅 PD, 기획 PD, 콘텐츠 PD, 음반 PD, 등등.

웹 PD는 인터넷 상의 드라마 홍보를 위한 각종 온라인 활동을 총괄한다. 마케팅 PD는 드라마의 간접 광고를 담당하여 마케팅을 통한 수익을 창출하는 사람이다. 기획 PD는 외주 제작사에서 근무하며 작가들과 함께 드라마를 기획하여 방송사에 기획안을 납품한다. 콘텐츠 PD는 드라마라는 1차 저작물을 가지고 예고편이나 메이킹 필름 등의 다양한 인터넷 상의 2차 콘텐츠를 만든다. 음반 PD는 드라마 OST를 제작하면서 극의 전개와 어울리는 주제가나 삽입곡을 만드는 음반 프로듀서를 말한다.

촬영장에서 배우를 상대로 큐를 외치는 사람만 PD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PD라는 직업은 프로듀서producer, 말 그대로 무언가를 만드는 모든 사람을 칭한다. 다양한 미디어의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도 복잡해지고 공동작업으로 바뀌고 있다. 공중파 피디만이 연출이라는 생각은 버리시길.

연출이 되는 길 또한 공채 합격만 있는 건 아니다. 공채합격은 바늘구멍이지만, 케이블 방송이나 지역방송사, 그리고 외주제작사에도 기회는 있다. 그리고 계약직으로 입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뽑지도 않는 공채 소식만 기다리고 있는 것보다 우선 당장 일을 시작해서 제작 경험을 쌓는 게 낫지 않을까? 


내가 함께 일해 본 MBC 계약직 PD들은 대부분 MBC 아카데미 연출과정 출신들이다. 이렇게 계약직 조연출로 3년 일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으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예도 있다. MBC 월화 사극 '계백'을 연출하는 이근홍 감독도 계약직이었으나, 이병훈 국장의 조연출로 사극을 오랜 세월 만들며 이름을 날리게 된 연출이다. 그러다 몇년전 '주몽'을 연출할 당시 그 능력을 인정받아 정사원으로 MBC에 입사하게 되었다.  

물론 이근홍 감독의 경우는 몇몇 탁월한 소수의 예이긴 하다. 하지만 올해같은 경우, MBC 계약직 조연출들 대다수는 새로 출범하는 종편 채널로 옮기며 정사원이 되었다. 공중파 드라마에서 갈고 닦은 그들의 제작 경험이 빛을 발한 경우다. 

외주 제작사에서 일하다 MBC의 정사원으로 특채되는 경우도 있다. '내조의 여왕'의 김승모 프로듀서가 그 예인데, 그는 김종학 프로덕션에서 10년간 작가들과 함께 작업해 온 베테랑 프로듀서다. MBC 예능국에서는 2011년 상반기 케이블 채널이나 지방 방송사에서 일한 PD들을 대상으로 경력직 공채를 진행했다. 결국 5명이 MBC 정직원이 되었다. 나도 예능에서 버라이어티 쇼랑 시트콤만 10년동안 만들다가, 나이 마흔살에 드라마 PD로 직업 전환한 케이스 아닌가? PD가 되기를 마냥 기다리며 시험 준비만 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일을 찾아나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요즘 즐겨듣는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에 만화가 강풀이 나와서 한 이야기. '내가 웹툰 만화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출판 만화 시장에서 퇴짜맞았기 때문이다. 만화책을 내려고 출판사마다 원고를 돌렸는데 300번이나 출판불가 판정을 받았다. 할 수 없이 택한 방법이 인터넷 무료 만화로 독자들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출판 만화에서 퇴짜맞은 것이 강풀을 최고 웹툰 작가로 만든 비결이었다니!

공채에 낙방해서 낙심했다면, 생각을 바꿔 볼 일이다. 올드미디어인 공중파 말고 뉴미디어에서 길을 찾으라는 운명의 계시일수도 있으니까. 방송사 공채 합격만이 유일한 길은 아니다. 무엇을 만드는 게 당신의 목표라면, 공중파에 입사하지 않고도 만들 길은 많다. 물론 정규직에 MBC라는 안정된 조직에 입사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겠지만, 요즘같은 다매체, 뉴미디어의 시대에 꼭 한 가지 길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당신이 어디서든,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면, 최고의 기회가 당신을 찾아 갈 것이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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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업빛 2013.06.26 23: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많은 것을 얻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2. 2013.09.26 10: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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