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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

아임 유어 넘버 원 팬

by 김민식pd 2014. 12. 17.

I'm your number one fan.

 

모두들 듣고 싶어 하는 말이죠. 누군가 매일 이렇게 내게 말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 꿈은 모시고 사는 아내가 내게 이런 말을 해주는 겁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아내는 제 안티 팬 클럽 회장님이시죠. 마님이 얼마전 대학 친구들 송년회 모임에 갔는데, 그 자리에서 누가 제 칭찬을 하더랍니다. 가끔 제 블로그에 놀러오시는 분인가봐요. 그 얘기를 듣고 아내가 그랬답니다.

"하루만 데리고 살아봐. 홀라당 깰거야."   ㅠㅠ

 

마님은 칭찬이 참 박하신 편입니다. 얼마전 한 달을 끙끙거리며 쓴 소설 1화를 뉴스타파에 올렸는데, 마님이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거예요. 슬쩍 물어왔죠. 어땠냐고.

 

네, 후회했어요. 물어보지 말걸.....

 

ㅠㅠ

 

생각해보면 아내는 제가 연출한 작품에 대해서도 칭찬해준 적이 별로 없어요. 블로그 글에 대한 반응도 없구요. 지난 한 해 제 원고가 실린 책이 다섯 권이나 나왔는데, 한 권도 읽은 적이 없어요. 억지로 읽으라고 쥐어주면 '뭐, 생각보다는 잘 썼네.' 하고 말지요. 마님에게 인정받으려면 죽을 때까지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아임 유어 넘버 원 팬.'

 

이 얘기를 듣는게 모든 창작자의 꿈인데 말이지요.

 

그런데, 뭐 그렇다고 제가 기가 꺾이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제게는 아내 말고도 최고의 팬이 한 사람 있거든요.

 

바로 제 자신입니다. ㅋㅋㅋ

 

전 제가 쓰는 것, 제가 만드는 것, 제가 말하는 것을, 완전 좋아합니다. 글을 쓰고는 혼자 막 기특해서 스스로의 머리를 막 쓰다듬어주고 그래요. 아이구, 글도 잘 써요. 아이구, 참 잘 만들었네. 막 이렇게. 

 

남들은 보고 어설픈 SF 라고 흉볼지 몰라도 난 쓰면서 완전 신나요.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자원 외교가 망한 이유?

안보를 부르짖는 이들이 방산 비리를 저지른 이유?

모든 건 다 UFO의 음모라구.

 

이런 생각을 하면서 혼자 막 웃겨 죽어요.

 

알아요. 완전 한심하지요. 하지만 남들이 보기에 어설퍼도 난 스스로에게 계속 '재밌어! 재밌어! 계속 써봐!' 라고 팬질을 합니다. 연재 글을 한 편 올리면, 맛있는 걸 먹으러 가요. 성취감을 즐기는거죠. 글쓰나라 고생했으니까 비싼 거 한번 먹어도 돼! 드라마 연출하다 망하면 배낭여행을 떠나요. 그래, 얼마나 힘들었어. 그러니까 셀프 힐링 캠프를 떠나는 거야!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혼자 영화를 보러가요. 인생, 뭐 있어. 하루하루 즐기는 거야! 절대 나 자신이 기죽지 않도록 배려해줘요.

 

모든 창작자에게 필요한 넘버 원 팬은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어린 시절, 왕따를 오랜 세월 겪었어요. 그 시절 많이 힘들었지요. 따돌림을 당하면 자존감이 무너집니다. 자기 자신이 막 못난 놈 같고 그래요. 그렇게 주눅들고 기죽어 지내면 아이들이 더 놀려요. 그러다 문득 확 죽어버릴까? 그런 생각도 들지요. 그러다 깨달았어요. 내가 아니면 누가 나를 사랑하라고 나마저 나를 버렸을까? 

 

남이 나를 좋아하고 말고는 신경쓰지 않아요.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일단 내가 나 자신을 아끼는 데서 시작합니다. 

괜찮아! 나쁘지않아! 일단 한번 해봐! 좀 쪽팔리면 어때? 쪽팔려도 죽지는 않아! 그동안 한두번 망해봤니? 한번 더 망한다고 어떻게 되겠어? 과정을 즐기면 되는거야? 네가 블로그에서 청춘들에게 잔소리하듯, 너 자신이 그런 삶을 살아야지! 넌 멋진 놈이잖아?

 

스스로를 향한 (미친) 팬질, 멈추지 않을 겁니다. ^^

 

전 뉴스타파의 팬입니다.

멋지잖아요. MB에 의해 쫓겨난 해직언론인들이 독립 언론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그리고 이 힘든 세상에서 꿋꿋이 버텨주고 있다는 게 참 고맙잖아요.

전 이 멋진 이들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팬이고 싶습니다.

그래서 씁니다.

 

UFO 추격자들 제 3 화 올라왔습니다.

http://blog.newstapa.org/seinfeld6839/707

(꼭 위의 링크를 눌러 뉴스타파에 올린 SF도 읽어주세요.

간 김에 뉴스타파가 새로이 시도하고 있는 포럼도 한번 둘러봐주세요. 

오늘 글은 낚시거든요. 제발 한번씩만 낚여주세요.  굽실굽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래도 열심히 한번 써보렵니다.

미친듯이 무언가를 좋아한다면, 미친 척하고 들이대볼 줄도 알아야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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