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 1문1답

공짜 PD 스쿨 2014. 12. 12. 06:01


간만에 질의응답 시간입니다. 방명록에 시트콤 관련 질문을 올려주신 분이 계시네요. 자, 하나 하나 짚어봅니다.

 

1. MBC는 논스톱시리즈, 하이킥 시리즈 등 시트콤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이를 그리워하는 시청자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MBC에서 더 이상 시트콤을 제작할 계획이 없나요? 없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답: 청춘 시트콤의 주시청자인10대 중고등학생들이 저녁 7시 TV 앞에 앉아있기 힘들어요. 교육 여건상. 공중파 방송사는 실시간 시청률을 높여서 앞뒤로 광고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제작비를 충당하는데 시트콤의 주시청층은 본방 사수하기 힘든 어린 학생들이죠. 주로 다시보기나 파일 다운로드, 혹은 모바일이나 피씨로 보는데 더 익숙한 세대라... 그럼에도 젊은 세대의 시청률 유입을 위해서라도 시트콤 제작은 꼭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전형적인 시트콤은 아니어도 밝은 분위기의 시추에이션 드라마라도 해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2. 만약 지상파 방송에서 시트콤을 다시 방송한다면 주 몇 회 어떤 편성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답: 연출가로서 꿈꾸는 포맷은 주1회 방송으로 미국처럼 주간 시트콤을 시즌제로 만드는 것입니다. 주5회 편성은 체력적으로나 아이디어 측면에서 고갈이 심하거든요.



3.시트콤의 제작환경이 열악하다고 들었습니다. PD님께서도 시트콤 논스톱을 제작하셨는데, 시트콤이 다시 제작된다면 어떤 점들이 개선되어야 할까요?

 

답: 강철은 불로 단련됩니다. 지금 드라마를 주름잡는 '피노키오'의 박혜련 작가나 '별에서 온 그대'의 박지은 작가, 모두 시트콤 출신 작가들이죠. 조인성, 현빈, 송승헌, 고수 같은 배우도 다 MBC 청춘 시트콤이 배출한 배우고요. 열악한 환경이어서 재능을 키우기 더 좋은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방송 시간을 줄이거나 편성 횟수를 줄이면 제작환경은 쉽게 개선될 듯 합니다. 



4. 응답하라 시리즈, 꽃할배 수사대 등과 같이 드라마국에서 예능피디, 작가들이 만드는 예능형 드라마가 케이블에 등장하여 주목받고 있는데요. 이러한 흐름으로 인해 시트콤의 필요성이 점차 줄어드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예능형 드라마가 시트콤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요?

 

답: 공중파에서 놓치는 10대 20대 시청자의 파이를 케이블에서 공략하는 거죠. 새로운 미디어는 기존 매체와의 차별화를 위해 참신한 시도를 많이 하게 되거든요. 저는 예능형 드라마가 새로운 형태의, 진일보한 방식의 시트콤이라 생각합니다. 시트콤이란 것 자체가 코미디와 드라마간 장르의 혼합물이었으므로 예능 출신 작가 연출들이 드라마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끄는 것도 반가운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5.지상파 드라마의 경우 딱 예능형 드라마라고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이미 많은 드라마에서 예능적 요소를 더해서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MBC에서도 예능형 드라마를 제작할 계획이 있나요?

 

답: 어떤 장르의 구분이 별로 의미없는 시대라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재미나면 무조건 보겠지요. 그게 예능에서 만든건지, 드라마에서 만든건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장르의 혼합이 콘텐츠의 다양성을 가져와서 한국 드라마의 경쟁력을 더 키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MBC에서도 예능형 드라마가 나와야겠지요. 


6. 예능형 드라마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방송 장르 간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이로 인해 예능 PD, 드라마PD, 교양PD 등 구분되어 있던 역할 역시 허물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방송 인력들이 각 분야의 전문성을 잃는 것은 아닐까요?

 

답: '공짜로 즐기는 세상'이라는 책에서도 썼고, 블로그를 통해서도 하는 이야기지만, 저는 방송 인력이 전문성을 잃는 것을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블로그, 유튜브, 팟캐스트 등을 통해서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모두가 미디어 창작자가 되는 시대를 반기는 편입니다. 앞으로 미디어 시장의 세분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기존의 대분류로는 개인화되어가는 소비자의 취향을 맞추기 힘들지 몰라요. 전문성을 잃는다기보다 융합형 콘텐츠가 탄생하는 계기가 만들어진다고 보고 싶네요.

 

급변하는 세상, 저도 정답은 모릅니다. 세상살이에 정답은 없고 좋은 질문만 있다고 생각합니다. 님의 질문을 통해, 저 스스로도 창작자로서 가야할 방향에 대해 고민해보는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연출자의 블로그를 찾아내어 방명록에 질문을 올리는 님의 모습에서 창작자의 열정을 봅니다. 님이 재미난 무언가를 만들어 오는 날을 기대합니다. 화이팅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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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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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승원 2014.12.16 01: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김민식 pd님 때문에 시트콤 연출가의 꿈을 키우고 있잖습니까 ㅎㅎ

  2. 이은지 2015.01.25 03: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게시글 잘 보았습니다 피디님 ~~~
    드라마 피디 지망생인데
    저도 시트콤을 참 좋아합니다 ^^ 그러나 개인적으로 '극'을 사랑하는 입장에서는.. 점점 드라마들이 시트콤화 되어가는 것 같아 그것이 슬프기도 합니다. 물론 제미와 감동이 없는 정통극을 만드는 것 보다야 시트콤같은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 훨씬 더 가치롭겠지만요...! 사람의 본질에대해 깊게 탐구하고 정통 극의 방식을 따르기보단, 젊은이의 입맛에 맞춰 예능적인 흐름으로 이야기를 짜서 만드는 드라마들이 정도 이상으로 많아지는 것이 아쉽습니다..

    • 김민식pd 2015.02.17 06: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지요. 하지만 또 그만큼 그런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사람이 보지 않는 드라마를 일부러 만드는 작가나 피디는 없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