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것은 가르침을 구하고 스승을 찾아다니는 삶이다. 내가 요즘 사부님으로 모시고 그분의 저작을 완독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사숙하는 분은 고전평론가 고미숙 선생님이시다.

 

싸부는 어떤 분이 싸부인가. 명쾌하게 한마디로 삶의 진리를 설파하시는 분이다. 고미숙 선생님을 몇해전 숨도 아카데미에서 강연으로 만났을 때, 존재감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존재감이란 몸과 마음의 교집합이다. 고로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는 방법은 간단하다.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을 붙들어매든가, 마음이 가는 곳으로 몸을 보내면 된다.'

결국 삶이 행복하려면 길은 이 둘 밖에 없다. 이게 되지 않으면 존재감이 미약한 사람, 나는 누구인가를 몰라 헤매거나,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으로 살 수 밖에 없다.

 

고미숙 선생님이 쓰신 달인 삼종세트,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를 어제 부로 다 읽었다. 이중 세번째 책은 돈에 대한 이야기인데, 돈을 버는 재테크나 돈을 멀리하는 금욕을 다루기보다 어떻게 하면 돈을 현명하게 쓸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지난주 신문에는 로또에 당첨된 어떤 이가 몇년 사이에 16억을 탕진하고도 모자라 결국 절도범으로 전락한 사연이 실렸다. 일확천금으로 커진 씀씀이를 감당하지 못한 탓일게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저자의 말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글이 하나 있었다. 자신을 통제하는 능력이 없는 사람은 돈부터 벌지 말고 해병대나 명상센터에 가서 마음수련을 먼저 하라는 대목이 그것이다. 딱 맞는 소리다. 해병대나 명상센터는 좀 '머시기'하지만, 돈을 벌기 전에 마음과 몸을 컨트롤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말은 백번 지당하다.'

-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중에서

 

로또 못지않게 사람을 망치는 것이 과다한 유산이란다.

'자식의 입장에서 본다면, 유산을 상속받는 것처럼 부담스러운 일도 없다. 일단 부모의 유산을 상속받게 되면 부모와의 예속적 관계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중략- 유산은 어디까지나 '불로소득'이다. 따라서 절대 배짱대로 쓸 수가 없다. 집에서 아주 내놓은 '탕아'가 되기로 작정하면 모를까 대개는 재산을 더 불려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오히려 더 쪼들리게 마련이다.'

-같은 책에서

 

선생님께서는 교환과 계약이라는 자본주의 틀에서 벗어나 증여와 순환이라는 공동체의 삶을 실천하라고 하신다. 책에는 선생님이 꾸려가시는 인문의역학 연구소 '감이당'이나 인문학 공동체 '문탁 네트워크'등의 예가 나오는데, 직장인으로서 밥과 공부와 삶이 하나되는 공동체의 삶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책을 읽고 고민해봤다. 내가 호모 코뮤니타스가 되어 돈의 증여와 순환을 경험할 수 있는 더 쉬운 길은 없을까?

 

2년 전, MBC 동료들과 함께 170일간 파업을 했다. '질기고 독하고 당당하게'라는 구호를 걸고 정말 질기게 싸웠다고 생각하는데... 요즘 MBC 뉴스를 보면 허탈한 마음 뿐이다. 과연 무엇을 위해 그렇게 싸웠던가? 많은 분들께 죄송한 마음 뿐이다. 내게 마음의 빚을 더욱 지우는 건 그 싸움 때문에 해직된 분들이다. 같이 어깨 걸고 싸웠는데, 나는 아직 회사의 녹을 먹고 있고 그들은 해고 상태이다. 이젠 어디가서 자랑스럽게 MBC 피디라는 말도 꺼내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는데, 나는 아직 이곳에 남아있다. 내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을 붙들어맬 수도,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몸을 보낼 수도 없는 이로서... 어설프게 살아남은 자로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요즘 급여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면 꼬박 꼬박 빠져나가는 곳이 몇군데 있다. 그중 하나가 참여연대 회비고, 또 하나가 뉴스타파 후원금이다. 참여연대 가입하고 반가운 것 중 하나가 매달 한번씩 집으로 날아오는 월간지 '참여사회'에서 MBC 해직기자 이용마가 쓰는 칼럼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비록 이용마의 삶을 챙겨주지는 못하지만, 그의 글을 통해 아직도 강단이 살아있는 그의 결을 느끼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요즘 뉴스타파의 국정원 보도를 보면, 해직 피디인 최승호 선배님 훨훨 날아다니신다. 뉴스타파 후원자로서 일기당천의 기세로 국정원을 상대하시는 선배님의 모습은 정말이지 아름답기 그지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공동체의 삶은 이런 것 같다. 한달에 단돈 만원이라도 내어, 언론 독립을 꿈꾸는 공동체 '뉴스타파'나 국민 TV를 후원하고 (한겨레나 경향같은 신문을 구독하는건 물론이다. 집 거실에서 TV 치운지 오래 되었다.) 참여연대 회비를 내고 회원으로 활동한다. 아이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사교육비로 100만원 넘게 지출하면서, 정작 아이를 위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만원을 아낄 이유는 없지 않은가.

 

계몽군주 MB가 남긴 교훈이 무엇인가? (참여연대 어떤 분의 말이다. 자신을 사회현실에 눈뜨게 해주었다는 이유로 계몽군주란다. 아, 진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 ㅠㅠ) 돈을 더 잘 벌게 해달라고 어떤 이를 대통령으로 뽑았더니 돈을 더 벌기는 커녕 더 빈부의 격차가 더욱 극심해지는 세상이 오고 말았다. 지금은 돈 한푼 더 버는 게 문제가 아니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올라가면 뭐하나, 누군가 절벽 자체를 기울여버리면 모두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 것을.

 

제 정신으로 버티기 힘든 시절이다. 그럴수록 즐겁게 돈쓰며 살련다. 공부에 아낌없이 투자하면서!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 하는 강의도 듣고! 남산강 학원에서 하는 고전 수업도 듣고!

 

돈을 내어 공부를 하고,

그 돈이 공동체를 살찌우고,

다시 나의 삶을 살찌우는 것,

그게 사부님께 배운 돈의 참된 용법이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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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llbebe 2014.03.13 10: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도 좋은 말씀 잘 보고 갑니다~ 어쩜 그리 필력이 좋으신지요? 아니 필력은 생각의 일부밖에는 안되겠지요 ^^

  2. 2014.03.14 08: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