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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세계여행

라오스 여행 1. 비엔티엔

by 김민식pd 2013. 4. 17.

12살난 딸아이와 라오스로 2주간 배낭여행을 가겠다고 했더니 의아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이 많았다. "위험하지 않을까요?" 내가 다녀 본 중 가장 안전한 나라 중 하나가 라오스다. 별로 걱정 안하셔도 된다. 겨울 방학 여행지로는 선선한 날씨의 라오스를 강추!

 

비엔티엔은 라오스의 수도인데, 이곳에서 오래 머무는 배낭족은 별로 못 봤다.

1일차, 저녁 비행기 도착

2일차, 하루 시내 관광

3일차에 방비엥으로 이동

나 역시 이런 일정인 지라, 툭툭(오토바이를 개조한 택시)을 10불에 빌려서 반나절 정도 시내를 돌아보는 걸로 구경을 마무리했다. 첫 날은 도착이 저녁 7시 반이라 '철수네 민박'이라는 한인 숙소를 예약했다. 1박에 15불인데 한식 조식 포함 가격이라 좋았다. 배낭족답게 나는 해외 여행 갈 때 항상 현장 박치기로 숙소를 해결한다. 시드니에 가면 킹스크로스, 카트만두라면 타멜 거리, 방콕에선 카오산 로드 등, 어느 도시든 배낭족의 거리에 가면 언제든 방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딸과 함께 가는 배낭여행인지라 혹시나해서 첫 날엔 픽업이 되는 숙소를 미리 예약했다. 요즘은 한인 민박을 인터넷 검색으로 쉽게 찾을 수 있어 좋다. 다른 도시의 경우, 숙소 사정이 여유로워 예약을 하지 않고도 방을 구하는데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라오스는 시차가 두 시간 밖에 안 나 아이랑 여행하기 참 좋다. 만약 유럽이나 미국을 간다면 시차 때문에 고생할 수 있는데, 시차 극복을 위한 나만의 비방이 있다. 비행기 안에서 주는 기내식을 다 먹으면 안된다. 장시간 앉아가는데 소화가 되지 않아 내려서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다. 약간 허기진 상태로 현지에 도착해서 저녁 시간에 맞춰 맛있는 식당에서 제대로 만찬을 즐긴다. 맛난 걸 찾아먹고 낮 동안에는 절대 자지 않는다. 밤까지 버티고, 그러다보면 머리가 살짝 아프다. 이때 타이레놀 PM을 먹고 자면 된다. 수면제 성분이 있는 두통약이라 시차 회복에 편리하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 아픈 것도 사라지고 바로 시차에 적응한다.

 

 

라오스는 불교 사원이 많아 구경할 곳이 많다. 물론 좀 다니다보면 다 비슷비슷해보이긴 하지만. 절대 하루에 많은 일정을 잡지 않는다. 아침 먹고 툭툭 투어, 2000원짜리 쌀국수로 (맛이 예술! 철수네 사장님께 문의 바람.^^) 점심 해결하고 숙소로 와서 아이랑 낮잠을 청한 뒤, 4시쯤 여유있게 나가서 메콩 강변의 일몰을 보고 강변 벼룩 시장을 구경하는 걸로 마무리했다. '우노'라는 카드게임을 가져가서 짬짬이 놀기도 했는데, 보드 게임에서는 아이나 어른이나 동등한 기량을 가지고 겨룰 수 있고, 종종 아빠를 이겨먹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민지가 아주 좋아했다. 처음엔 좀 봐주려고 했는데, 나중에 전적이 10대 5로 판판이 내가 졌다. (지고도 기분좋은 보드게임 상대는 딸이 처음이다. '우리 민지, 많이 컸네! 보드게임도 잘하고~' 이런 기분? ^^)

 

 

라오스의 절들은 남방 불교답게 황금빛 화려한 색채감이 인상적이다. 라오스하면, 공산주의 국가라 무서울 것 같은데 막상 가보면 별로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독실한 불교 국가라 그런지 욕심 없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 좋다. 관광객으로서 만나는 상인이나 툭툭 기사 중에는 닳아빠진 사람도 있는데, 태국이나 인도에서 넘어온 여행객들은 하나같이 '라오스에서는 상인이 소매를 잡아당기지 않아 좋다.'라고 말한다. 한국의 1970년대 시골 인심 같다.

 

 

수도 비엔티엔 한복판에는 파리의 개선문같은 승전기념탑이 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유적이다. 그래서인지 프랑스 관광객이 유독 많고 프랑스 어로 적힌 표지판도 많은데 우리처럼 제국주의 국가에 대한 반감이 큰 것 같지는 않았다. 현지 교민에게 물어봤다.

"우리는 일본 잔재라면 치를 떠는데, 여기 사람들은 마치 선진 문물인양 보존하고 있네요, 왜 그렇죠?"

"프랑스 사람들은 일본 애들처럼 지독하게 굴지는 않았나보죠."

이걸 오해하면 프랑스 제국주의가 일본 제국주의보다 덜 야만적인가 보다 하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내가 보기에 이는 국민성의 차이라기보다 지정학적 요인이 아닐까 싶다. 일본은 조선을 대륙침략의 본거지로 삼기 위해 내선일체니 민족성 말살 정책을 썼지만, 프랑스에게 라오스는 그냥 먼 식민지 중 하나였을뿐이니까 신경이 덜 쓰였을 듯.  

 

라오스는 도로 사정이 나빠 도시간 이동에 8시간씩 걸린다. 그럴때 내가 즐기는 길거리 메뉴가 샌드위치다. 이곳의 샌드위치는 식빵 대신 바게트 빵을 쓰는데, 정말 맛있다. 물어보니 프랑스 식민지 영향으로 이곳의 빵은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1500원짜리 참치 샌드위치 하나면 한끼 식사로 딱이다.

 

다음번에는 본격 라오스 여행의 시작, 방비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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