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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세계여행

짠돌이 세계여행 10. 스위스, 프랑스

by 김민식pd 2012. 6. 14.

Year 11. 2002년 스위스 + 프랑스 
테마 : 골든 로즈 TV 페스티벌
경비 : 전액 회사 지원

 

한동안 잊고 지내던 여행 이야기, 이어간다.

 

많은 이들이 파업 5개월째, 생활이 힘들지 않냐고 물어본다. 비자금으로 버티고 있다. 장기간 파업으로 MBC 직원들 중 대다수가 아내 몰래 모아온 비자금이 싹 털렸다. 나도 이번에 거지됐다. ㅠㅠ 

 

나에게는 꿈이 있다.

MBC에는 안식년 제도가 있다. 전직원에게 재충전의 기회, 재교육의 기회를 위해 자기주도적인 방식으로 1년을 안식년으로 쓰게 해준다. 나는 안식년에 1년간 세계일주 가는 게 꿈이다. 이 블로그는 지금은 파업일지이지만 언젠가는 세계일주 여행기가 될 거다. 그런데... 세계일주 자금으로 모아온 적금을 이번에 깼다. 월급 대신 적금으로 버티고 있다. 적금은 깼지만, 세계일주의 꿈은 깨지 않았다. 언젠가는...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믿으니까.

 

1992년 첫 배낭여행을 떠난 후, 20년 째 매년 해외여행을 다닌다. 이유는 하나다. 그렇게 살기로 마음 먹었으니까. 마음 먹은대로 사는 것, 인생에 그 외에 무엇이 있나?

 

돌아보면, '매년 해외 여행을!' 이라는 목표가 깨질 뻔한 적도 많다. 이를테면 2002년, 청춘 시트콤 뉴논스톱을 만들고, 논스톱3까지 이어서 연출하던 시기다. 일일 시트콤을 만드느라 단 하루도 쉬는 날 이 없었다. 일일 시트콤 피디의 일주일?

 

월요일, 대본 리딩 + 촬영 스케줄 준비

화요일, 세트 촬영 콘티 작업

수요일, 야외 녹화 (보통 새벽4시까지 한다.)

목요일, 스튜디오 녹화 (오전 10시 시작해서 다음날 새벽 2시까지 하고, 편집을 마치면 새벽 5시에 퇴근한다.)

금요일, 더빙 및 완제 편집

토요일, 대본 각색 회의 (오전에 대본 읽고, 오후 2시에 회의 시작하면 일요일 새벽에 끝난다.)

일요일, 늦잠자고 일어나 오후 반나절 쉰다. 밤이 되면 다시 다음주 대본이 나오니까.

 

이렇게 일해야 25분짜리 시트콤 다섯편을 일주일만에 만든다. 이런 생활을 2000년 8월부터 2003년초까지 2년 반을 했다. 말그대로 논스톱으로 계속 일했다. 그래서 2002년에는 해외여행을 포기하고 있었는데... 기적이 일어난다.

 

뉴논스톱이 스위스 골든 로즈 페스티벌이라는 국제 TV작품전에 본선 진출했다. 아시아 지역 시트콤 최초! 피디에게는 최고의 영예인지라 회사에서 출장을 허락해주었다. 휴가까지 보태어 2주간의 여행을 다녀왔다. (같이 일하던 선후배들이 내 자리를 메워준 덕이다. 조연출들은 2주간 고생했지만, 당시 MBC 조직문화로는 이게 가능했다.)

 

1992년, 대학 졸업반 때 유럽으로 첫 배낭 여행 갔을 때, 스위스 인터라켄까지 갔다가 산악열차 표를 살 돈이 없어 융프라우는 못 올랐다. 멀리 정상이 보이는 언덕까지 하이킹으로 걸어서 오른 게 끝이다. 눈 앞에 융프라우를 올려다보며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며 다짐했다. '기필코 10년 내 다시 오리라.' 

 

2002년, 꿈은 이루어진다. 융프라우 꼭대기까지 열차로 오르고 탠덤 패러글라이딩도 했다. 알프스 산 언덕배기에서 융프라우 전경을 바라보며 인터라켄 호수로 날아가는 패러글라이딩은, 내 인생 최고의 추억 중 하나다. 패러글라이딩, 평생에 딱 한번 해야한다면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하시라.    

 

 

가끔 사람들이 묻는다. '어떻게 20년째 매년 여행을 갈 수 있죠? 힘들 것 같은데...' 난 이렇게 반문한다. '그런 꿈을 꾼 적이 있나요?' '에이, 당연히 불가능하니까 포기하고 살죠.' '시도도 안하면 모든 일이 다 불가능하죠. 해보지 않고서 그게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어떻게 아나요?'

 

간만에 여행기를 올린 이유? 여름 방학이 온다. 대학생 여러분께는, 꼭 권하고 싶다. 배낭여행, 무조건 떠나시라. 돈이 없다고? 난 작년에 한달간 인도 네팔 배낭여행 하는데 백만원 들었다.

 

2011/03/15 - [짠돌이 여행일지/2011 인도 네팔 배낭여행] - 인도 네팔 배낭여행 일정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떠나는 게 배낭여행이다. 작년 인도 여행할 때, 한국에서 온 여대생 둘을 만났는데, 한 친구가 첫날 뉴델리에서 지갑을 소매치기 당해서 모든 경비를 잃었단다. 결국 한 명의 경비로 둘이서 한 달을 버티더라. 정말 감동적인 우정이었다. 없으면 없는대로 하는 게 배낭여행이다. 쫄지말고 일단 떠나시길. 배낭여행은 삶의 경험치를 순식간에 배가시켜주는 최고의 배움터니까.

 

배낭여행의 초보 입문 코스로는 유럽이 최고다. 그리고 유럽에서도 스위스, 스위스에서도 인터라켄을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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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7 - [짠돌이 여행일지/짠돌이 세계여행] - 짠돌이 세계여행 2. 유럽

 

2011/09/05 - [짠돌이 여행일지/짠돌이 세계여행] - 짠돌이 세계여행 1.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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