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돌이로 산 지는 오래 되었다. 어려서부터 돈 들어가는 취미는 싫어했다. 돈을 써야 생기는 재미는 진짜 재미가 아니라 생각했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기보다, 재미를 찾기 위해 일을 한다고 믿었다. 일을 하다 재미가 없으면 언제든 그만 두고 더 재미난 일을 찾는다. 삶에서 중요한 건 돈보다 재미니까. 젊어서 몇번 직업을 바꾸고도 겁이 나지 않았다. 삶의 연비가 최소화되어 있기에 장기간 돈없이 버티는 데는 자신 있다.

 

피디가 되고 나서 참 좋은 것이 돈을 쓰지 않고 취미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동네 도서관에서 소설을 빌려 읽으면 원작 검토요, 회사 자료실에서 영화를 빌려 보면 콘티 공부요, 북한산 둘레길을 걸으면 밤샘 촬영 대비 체력 강화 훈련이다. 돈 한 푼 안들이고도 재미있는 일이 참 많기에 '공짜로 즐기는 세상'이다.

 

몇년 전 대학 동기 모임에 갔더니 누가 묻더라. "드라마 피디면 방송사에 있는 것보다 외주 프로덕션에 나가야 돈 많이 버는 거 아니니?" 당시 한창 코스닥에서 엔터테인먼트 회사 주식들이 상한가를 칠 때라 스타 피디들의 이적이 화제가 되던 시절이었다. "난 계약금 많이 준다고 외주로 나갈 생각은 없어. 작지만 매달 꼬박꼬박 월급 받고 일하는 게 더 즐겁거든." 그랬더니 동기는 안타까운 눈길로 나를 쳐다보았다. '불쌍한 녀석, 못 나가는 피디라 바깥에서 부르는 사람이 없으니까 저런 식으로 자기 기만하며 사는구나...' ^^

 

믿거나 말거나, 드라마 피디의 월급은 시청률 연동제가 아니다. 시청률 30을 넘겨 대박 낸 피디나 5%도 안나와 쪽박 찬 피디나 입사 연도가 같다면, 월급은 똑같다. 난 이것이 창의력을 발현하기 위한 좋은 제도라고 믿는다. 30% 넘었다고 월급을 더 달라고 하는 건, 나중에 망했을 때 월급을 깎아도 좋다는 거다. 피디가 시청률에 연연하면 절대로 즐겁게 드라마를 기획할 수 없다. 막장이든 뭐든 오로지 시청률 잘 나오는 드라마만 생각할 테니까.

 

돈보다 재미를 쫓는 삶이 창의력을 발현해야 하는 직업에 더 잘 어울린다. 못 나가는 피디의 자기 방어가 아니다. 책에도 나와있다. 다니엘 핑크의 '드라이브'

 

 

경제적 인센티브가 창의성을 파괴한다. 창조적인 사람들을 움직이는 자발적 동기부여의 힘!

 

창의적인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책은 읽고 싶은데 돈은 쓰기 싫은 나같은 짠돌이들을 위해 공짜 동영상 강의를 올린다. 책의 내용을 작가가 직접 18분 동안 총정리해준다. 꼭 한번 시청하시길! (가장 인기있는 TED 영상 20위 안에도 드는 강연이다.)

http://www.ted.com/talks/view/lang/ko//id/618

(한글 자막 있어요, 겁내지 말아요.^^)

 

만약 위의 영어 강연이 부담스럽다면 다음주에 하는 공짜 특강에 오시라. 엑기스만 모아 소개할 예정이다. 요즘 다음주 강연 준비하느라 열공중이다. 강연 주제는 'PD들에게서 배우는 창의적인 삶'이다. 송창의, 주철환, 김태호 등 우리 시대 예능의 대가들의 예를 통해 피디가 되는 법을 알아본다. (기존 강의를 들은 분들을 위해 새로운 내용을 준비했다능~) 질문 남겨주시면 당일 성심성의껏 답변 드리도록 하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강연문의는 행간출판사 02-3452-2008로~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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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르티나(Martina) 2013.02.12 09: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제적 인센티브가 창의력을 파괴한다는 말이 참 와 닿네요. 더 많은 분들이 정말로 그렇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 테리우스원 2013.02.12 09: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향기에 머물다 갑니다
    즐거우시고 행복하세요!

  3.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02.12 21: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갈게요...^^

  4. 에듀파워 2013.02.13 00: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습관의힘 뒤를 잇는 마음을 사로잡는 책 드라이브! 바로 예스24 들어가 카트에 담았습니다 습관의 힘 후딱 읽고 드라이브로 고고씽!

  5. 똑바로 걷자 2013.02.13 20: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링크해 놓으신 테드 강의 봤습니다.

    꼭 책을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피디님 강연도 시간이 허락하면 갈 생각입니다.

    피디가 되려는 건 아니지만 창의적인 삶을 살고 싶은 1인이에요^^

  6. ㅁㄴㅁㄴ 2013.02.22 12: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기보다, 재미를 찾기 위해 일을 한다고 믿었다. 일을 하다 재미가 없으면 언제든 그만 두고 더 재미난 일을 찾는다. 삶에서 중요한 건 돈보다 재미니까. 삶의 연비가 최소화되어 있기에 장기간 돈없이 버티는 데는 자신 있다."

    이부분 정말 와닿네요

    김민식님 블로그의 글들을 읽으며 돈에 관한 이야기를 볼때마다 '저렇게까지 아끼며 살아갈 필요가 있을까?' '돈도 많이 버실텐데..'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검소함에 이처럼 깊은 철학이 담겨있을줄은 몰랐네요

    자꾸 돈만 쫒다보면 사람이 피폐해지고 속물처럼 변해버리는 것 같아요
    즐겁게 살기위해선 돈이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걸 알면서도 실천이 잘 안되는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