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 투쟁중인 MBC 노조 집행부는 어제 국회 환노위 회의장으로 출동했습니다. 김재철 사장이 증인으로 채택되어 출두하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죠. 물론 김재철 사장은 또 베트남으로 달아나 국회에는 나타나지도 않았고 새누리당 국회의원들 역시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삭발한 다섯명의 집행부가 회의장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직원분이 앞을 막더군요. 

"스님들께서 여기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저도 모르게 폭소가 터져나왔습니다. 

"방청 신청한 MBC 직원들입니다."

'소승은 재철법사의 악행을 고하러 왔소이다.'라고 할 걸 그랬나요?

 

MBC 로비에 앉아 철야농성하는 우리를 보고 지나가는 선배들이 놀립니다. 

"스님들이 법란 일으키러 온 거 같다, 야."

"와, 눈이 부셔서 앞을 못 지나가겠네."

어떤 분은 사진을 카톡으로 찍어 보내주기도 합니다. 

 

'해양동물원 문어조련사'

 

우리 앞에 서 있는 분이 꼭 문어 조련사 같다는군요.

사진 설명에 또 빵 터졌습니다. 아, 회사 로비에서 텐트치고 밤에 시린 머리를 쓰다듬으며 잠드는 우울한 와중에도 웃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누구는 국회에서 불러도 해외로 도망다니기 바쁘지만 우리는 단식에 철야에 삭발까지 하면서 MBC를 지킵니다. 

 

그 와중에 저는 블로그 계정에 해킹까지 당했지요. 네, 납치 태그를 심어놓는 바람에 각종 사이트 검색창에서 사라져버렸습니다. 새벽에 춥고 배고픈 와중에 열심히 글을 써서 올렸더니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무슨 경마장이나 도박 사이트 주소가 나가더군요. 배고프고 힘없는 사람을 이렇게 괴롭히나요? 아, 그래도 웃습니다. "책이 출판되면서 블로그가 뜨고 있나보다." 스타의 인기의 증명은 안티에 있다더니, 해커께서 블로그의 인기를 이렇게 증명해주시나요?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는 말이 있는데, 삭발한 김에 단기 출가라도 할까 싶지만, MBC 로비를 지켜야하는 관계로 포기합니다. 오래전부터 저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는 단기 출가거든요. 특히 요즘처럼 힘든 시절에는 더더욱 부처님의 가르침이 그립습니다. 저는 성경이나 불경, 논어를 즐겨 읽습니다. 종교는 제게 있어 고전 강독 공부입니다. 종교란 수천년의 세월을 살아남으며 인류에게 꾸준한 가르침을 준 스승님의 말씀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불교의 가르침을 우리 현대 사회에 가장 잘 맞게 전해주시는 스님의 말씀을 접할 기회를 추천해드립니다. 바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입니다. 저는 월요일 저녁 7시 여의도 전철역 바로 옆 사학연금회관에서 하는 스님의 즉문즉설 토크 콘서트에 가려합니다. 단기출가는 못해도 스님의 말씀을 바로 옆에서 들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힐링캠프에서 만나본 스님의 즐거운 수다, 여러분도 함께 하시죠.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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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ane 2012.11.03 15: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맙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해양생물 문어조련사에서 저도 조금이나마 웃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블로그해킹당하셨던거였군요. 어제 블로그를 접속하면 이상한 사이트가 있어서 어디서 피디님을 해꼬지(?) 하는 건가 했는데...암튼 힘내시고 머리 따뜻하게 잘 보호하세요. 이럴때 감기걸리시면 더 서러운생각 드니까요. 마봉춘홧팅!

  2. 후르츠칵테일 2012.11.05 03: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로비 지하가 식당이라 단식투쟁하기엔 아주 적당(!)한 장소이지요..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을 유쾌통쾌화끈하게 견디시는 분들껜 그 어느 곳이 중요할까요...곧 좋은 소식, 우리가 바라던 그 소식이 들릴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