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짜로 즐기는 세상

만원으로 나홀로 가을 축제

by 김민식pd 2012. 9. 3.

정직중인 기러기 아빠는 주말을 어떻게 보내는가. 네, 혼자 잘 놀면서 보냅니다. 감기로 앓아 누워있기에는 가을 하늘이 너무 이쁘니까요. 아침에 일찍 집에서 나왔어요. 8시 조조 영화를 보기 위해섭니다. 영화광이라 1년에 100편 정도 영화를 보는데, 거의 조조로 봅니다.

 

어제는 스텝업4 레볼루션을 봤어요. MBC 후배가 추천해준 영화였거든요. 전형적인 댄스 청춘영화입니다. 가난한 웨이터지만 댄서의 꿈을 꾸는 남자가 발레를 하는 부잣집 딸을 만나 사랑을 하는 이야기, 네, 딱 그림 나오죠. 어찌보면 내용도 없고 오로지 음악에 춤만 추는 영화인데 후배가 추천한 이유는 플래쉬몹을 다루었기 때문입니다. 6개월간 파업을 하면서 우리도 'MBC 프리덤'을 가지고 서울역에서, 잠실 롯데월드 앞에서, 광화문에서, 홍대 정문 앞에서 플래쉬몹을 벌였거든요.

 

 

http://youtu.be/Bl3JhUmOSc4  서울역 플래쉬몹

 

스텝업에서는 플래쉬몹을 레볼루션이라고 부릅니다. 감히 혁명이라니요. 하긴, 우리도 봄에 춤을 추며 세상을 바꾸려고 했었죠. 괴로운 6개월의 장기 파업 춤추고 노래하며 이겨보려 했죠. 하지만 여야합의를 믿고 올라간 조합원들, 8월 한 달이 다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고, 그동안 김재철 일당은 피디수첩 작가 전원 해고에 불만제로 불방에 아이템 검열에 외려 보복의 칼춤만 추었죠. 

 

영화를 보고 나와 서울 대공원으로 갔어요. 동물원에 가 홍학과 기린에게 인사한 후, 산림욕장으로 향합니다. 저는 서울대공원에 있는 산책코스를 좋아합니다. 3시간 동안 혼자 걸으며 이런 저런 생각에 잠깁니다. 아침에 본 영화의 내용을 복기해봅니다. 우리도 그들처럼 세상을 바꾸겠다고 즐겁게 춤을 출 수 있을까? 그러다보니, 또다시 즐거운 기획 아이템이 떠올랐습니다. (곧 블로그를 통해 공개할 겁니다~)

 

 

사색의 숲에서 이런 저런 생각~ '그래, 사장을 바꾸겠다고 춤을 췄는데, 사장이 바뀌지 않았다면, 다시 춤을 춰야지. 나갈 때까지 춤을 추는 거야. 인디언 레인메이커처럼.'

 

 

 

선선한 가을의 초입에 계곡 바위에 앉아 집에서 싸온 점심 도시락을 먹습니다. '가을을 즐기러 왔으니 진짜 가을을 즐겨야지.' 내일부터는 다시 바빠질테니까~ 그래요, 다시 이 순간을 즐기기로 합니다. 아내가 싱가폴에서 해외 파견 근무중이라 가끔 아이들을 보러 싱가폴에 갑니다. 갈 때마다 그래요. '한국에서 태어난 건 정말 감사한 일이야.' 싱가폴은 적도 바로 위에 있어 사계절이 따로 없어요. 백화점 안에 들어가면 가을이고 나오면 뜨거운 여름이고 그렇죠, 사시사철. 계절의 변화가 있다는 건 큰 복이에요. 계절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빨리 빨리 옷도 새 옷 갈아입고 이불도 새로 내고 그렇게 움직이다보니 한국 국민이 이렇게 부지런한가봐요. 자, 나는 다시 가을축제를 즐기러 갑니다.

 

 

 

어제 동물원 축제무대에서는 대한민국 국제관악제 동호인의 날 행사가 열렸어요. 관악으로만 구성된 오케스트라 연주회였죠. 아바의 히트곡 메들리를 관악으로 연주한 군포 윈드 오케스트라의 공연도 흥겨웠지만, 캐리비안의 해적 주제곡을 편곡한 베누스토 윈드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즐거웠어요. 지휘자가 해적 모자를 쓰고 칼을 휘두르는 모습, 동호인들로 이루어진 멤버들이 웃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기 좋더군요. 무료 공연이 있어 즐거운 세상, 바로 '공짜로 즐기는 세상'입니다.

 

국제관악제는 대부분 무료공연이니 가을 하늘 아래 흥겨운 브라스밴드의 연주를 즐기실 분들은 아래 싸이트를 참고하세요~  http://w2012.windband.or.kr/  아마 다음주 일요일의 가을 축제는 혼자 소래포구로 자전거 여행을 다녀와서 여의도 너른들판에서 펼쳐지는 마칭밴드 연주회 관람으로 마무리할 것 같네요.

 

 

 

어제 하루 영화 5000원, 동물원 3000원, 교통비 2000원, 토탈 만원으로 나홀로 가을 축제를 즐겼습니다. 항상 짠돌이로 사는 즐거움을 노래합니다. 이유는? 돈을 들여 즐기는 향락만 누리다보면 돈을 많이 벌어야한다는 강박에서 헤어나올 수 없거든요. 저는 '공짜로 즐기는 세상'의 주인이 되고 싶지, 돈의 노예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이번 한 주, 즐거운 축제를 준비할 생각입니다. 삶은 하루하루가 축제의 연속이니까요.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기원하는 흥겨운 굿판을 벌이러 나갑니다. 재처리 몰러 나간다~ 훠어이, 훠어이!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