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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의 경제 공부

이제 저축 대신 주식을 합니다.

by 김민식pd 2026. 7. 3.

평생 뼈 빠지게 일을 했습니다. 남들이 궁상맞다고 흉볼 때, 나는 짠돌이로 사는 즐거움을 논하며 아끼는 삶에 최선을 다했어요. 벌면 무조건 저축부터 하면서 살았어요. 그렇게 평생 아끼고 모은 돈으로 52세의 나이에 경제적 자유를 얻었어요. 2020년 명퇴하고 나서 결심했어요. 이제 나는 몸으로 때우며 돈을 벌 게 아니라, 돈이 돈을 벌도록 좀 해보자. 그런 생각에 재테크 공부를 했습니다.

물론 투자의 세계는 쉽지 않아요.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말했듯 저의 재테크는 번번이 망했어요. 아끼고, 벌고, 모으는 건 뜻대로 되지만, 불리는 건 절대 내 뜻대로 되지 않더군요. 그래도 이제 내 나이 60을 앞두고 재테크에 진심입니다. 평생 모은 자산을 잘 지키고 싶고요. 기회가 된다면 더 불리고 싶거든요.

김성동 저자가 쓴 <절대 실패하지 않는 미국 주식 ETF 투자>를 읽었습니다. 오호라! 백전백승 필승 전략이 여기에 있구나! 책을 보니 주식 투자라는 건 원래 아주 단순한 일이랍니다.

내가 밤에 코를 골며 자는 동안에도, 미국 어디에선가 일론 머스크는 직원들을 들볶으며 전기차를 팔고 있고, 젠슨 황은 검은 가죽 재킷을 입고 AI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어요. 팀 쿡은 애플 신제품 발표를 준비하며 우리의 지갑을 털어 멀쩡한 아이폰을 신상으로 바꾸게 할 음모를 꾸미고 있지요.

생각해 보면 꽤 괜찮은 시스템이지요. 나는 자고 있는데 머스크는 야근을 합니다. 나는 산책을 하는데 젠슨 황은 전세계를 다니며 영업을 뜁니다. 나는 여행을 다니는데 엔비디아 엔지니어들은 코드를 짜요. 그리고 그들이 버는 돈의 수익은 나도 받습니다. 원래 투자는 그런 거죠. 위대한 기업을 찾고, 투자하고, 기다리는 것.

책을 보니 김성동 저자는 2020년부터 2023년 초까지 거의 전업 투자자처럼 살았답니다. 새벽에 일어나 미국 시장을 확인하고요, 자다가 깨서 선물지수를 봤어요. FOMC를 챙겼고, CPI를 챙겼고, PPI를 챙겼고, PCE를 챙겼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보다 더 열심히 경제지표를 봤다고요. 유튜브 경제 채널은 챙겨 보고, 주식 책을 읽고, 차트를 분석했어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놀랍게도, 아무것도 안 했을 때 수익률이 더 좋았답니다.

주식시장은 개인투자자가 바쁘게 움직일수록 좋아합니다. 어떤 종목이 화제가 되면 개미들이 몰리지요. 주가가 오릅니다. 뉴스에 나와요. 유튜버들이 떠들지요. 코스피가 연일 대박이에요! 더 많은 사람이 몰립니다. 그때 기관들은 웃으며 팔고 나갑니다.

시장은 우리가 사고팔기를 원합니다. 그래야 수수료가 나오고 거래량이 늘어나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간단합니다. 그들이 원하는 행동을 안 하면 됩니다. 그들이 "움직여!"라고 외칠 때 움직이지 않으면 됩니다.

개인투자자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정보도 아니고, 분석도 아니에요. 바로 ‘무심함’입니다. 주가를 안 보는 능력. 뉴스를 무시하는 능력. 전문가의 예언을 흘려듣는 능력. FOMO(Fear of missing out 남보다 뒤처질까 하는 두려움)를 참는 능력.



사실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건 종목 고르기가 아닙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입니다. 요즘 저자는 투자 뉴스를 거의 보지 않는답니다. 경제 유튜브도 몇 개만 보고요. 대신 매달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금액을 정해진 종목에 넣습니다. 그걸로 끝이라고요. 놀랍게도 수익률은 더 좋아졌어요. 더 놀라운 건 마음이 편해졌다는 것이지요. 예전에는 주식이 저자의 삶을 지배했어요. 지금은 삶이 주식을 지배합니다.

<월급의 절반을 재테크하라>라는 책에서 말했듯 저의 자산 관리 비결은 아주 단순합니다. 매달 적금을 붓고, 묵묵히 기다리고, 오랫동안 버텼습니다. 그러는 동안 꾸준히 자산이 불어났어요. 이제 저는 방식을 바꾸었습니다. 적금 대신 좋은 주식을 삽니다. 그럼 어떤 주식을 사서 모아야 할까요?

김성동 저자는 미국 주식 ETF, 즉 S&P500 ETF에 투자하라고 합니다. 그것도 DCA, 적립식 투자로요. DCA(Dollar-Cost Averaging) 투자는 우리말로 '달러 비용 평균법' 또는 '정액 적립식 투자'라고 부르며, 한 번에 모든 자금을 투자하는 대신 일정한 주기(예: 매월, 매주)마다 동일한 금액으로 자산을 꾸준히 매수하는 투자 기법입니다.

매달 같은 날. 같은 금액. 시장이 올라도 사고, 내려도 사고, 폭락해도 사고, 뉴스에서 세상이 끝난다고 해도 삽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사요. 보통 인생에서는 생각 없이 살면 문제가 되는데, 투자에서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망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저는 몇 년째 퇴직연금 계좌에서 KODEX S&P 500을 꾸준히 사서 모으고 있습니다. 미국 개별 주식 직접 투자는 별로 권하지 않아요. 미국 주식 하다보면 뱀파이어가 됩니다. 밤 11시 반에 시장이 열리고, 새벽 2시에 CPI가 나오고, 새벽 4시에 FOMC가 있고, 아침 6시에 장이 끝나요. 그러다 출근하지요. 주가는 올랐는데 다크서클도 함께 오릅니다.

S&P500이 연평균 10% 올라도 투자하느라 잠을 못 자서 건강이 망가졌다면, 그 수익률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주식 계좌는 플러스인데 혈압도 플러스입니다. 은퇴자의 재테크는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삶의 질이 더 중요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잃고 싶지는 않아요.

김성동 저자는 책에서 S&P 500 ETF라면 TIGER냐, KODEX냐, RISE냐, ACE냐. 이런 고민은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런 고민은 마치 짜장면집에서 단무지 브랜드를 고민하는 것과 비슷하다고요. 정작 중요한 건 짜장면을 먹는 것인데 단무지만 연구하고 있는 거죠. 같은 S&P500 ETF라면 사실상 큰 차이가 없습니다. 운용사가 다를 뿐이지요.

투자 성과의 대부분은 시간에서 나옵니다. 종목 선정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아요. 매매 기술도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짜 중요한 건 버티는 능력입니다. 그런데 버티는 능력은 차트에서 나오지 않아요. 생활 습관에서 나옵니다. 잠을 잘 자고, 운동을 하고, 주식 앱을 안 보고, 뉴스를 멀리하고, 일상을 충실히 사는 사람. 오히려 그런 사람이 장기 투자에 유리하다고 하시네요.

최고의 투자 전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첫째, 주식 뉴스를 멀리한다.
둘째, 휴대폰 즐겨찾기에서 주식 앱을 지운다.
셋째, 운동하러 나간다.
넷째, 일찍 잔다.
다섯째, 다음 달 월급날 ETF를 산다.
그리고 다시 잊어버린다.

정말 이게 끝입니다.
너무 단순해서 실망스러운가요? 대부분의 투자자는 너무 단순해서 못 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효과가 있지요. 투자의 고수는 특별한 사람이라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특별한 행동을 안 해서 돈을 버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저는 돈이 생기면, S&P 500을 삽니다. 저축 대신 주식을 하려고요. 은퇴자의 경제 공부는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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