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 <데일리 어썸>에 나가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은 그 질문과 답을 공유합니다.
1. 자기소개
a. 구독자 여러분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후진국에서 태어나 선진국이 되어가는 과정을 온몸으로 경험한 세대입니다.
결핍 속에서 자랐고, 과잉 속에서 아이를 키워봤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더 주는 부모’가 아니라 ‘선을 지키는 부모’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2. 다 퍼주는 부모가 위험한 이유
a. 요즘 학부모들이 자식에게 회초리를 들기보단 모든 걸 다 품어준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피디님께서 보시기에도 요즘 부모들이 유독 ‘선을 못 긋는다/못 지킨다’ 생각되시는지?
과거의 부모는 줄 것이 많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부모는 줄 것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는 가난 속에서 자랐기에 결핍이 있습니다.
그래서 내 아이만큼은 그런 결핍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합니다.
돈도, 시간도, 관심도 아낌없이 줍니다.
하지만 문제는 불안입니다.
더 잘 사는 나라가 되었지만, 경쟁은 더 치열해졌습니다.
아이를 안전한 공간에 가두고, 더 앞서게 하려고 더 많이 투자합니다.
그런데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합니다.
부모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했는데도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이 옵니다.
그때 아이가 경험해야 할 것은 ‘적절한 좌절’입니다.
문제는 부모가 그 좌절까지 대신 막으려 한다는 점입니다.
부모와 아이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졌습니다.
적절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a-1. 초중고 부모들이 훈육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선을 분명하게 못 긋고 자꾸 품어주게 되는 이유가 있을까요?
결핍의 보상 심리입니다.
내가 못 가졌던 것, 못 누렸던 것을 아이에게는 주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이 과잉이 되면 선을 잃게 됩니다.
b. 부모가 예를 들어 자녀의 숙제 혹은 시간관리 등 혼자 경험해 볼 수 있는 것을 계속 대신해준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은 어떤 습관과 태도를 갖게 되는지?
어떤 능력이 나중에 부족하게 되는지?
시간관리는 ‘내 시간’이라는 감각에서 시작됩니다.
퇴직 후 저는 시간관리의 달인이 되었습니다.
24시간이 온전히 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시간관리를 가르치려면
먼저 아이에게 허비할 자유를 줘야 합니다.
이 시간을 망쳐도 내 것이고,
잘 써도 내 것이라는 감각을 경험해야 합니다.
b-1. 이런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요?
과잉 보호 속에 자란 아이는 나르시시스트가 될 수 있어요.
“세상이 다 내 뜻대로 되어야 해.”
이들은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의 이익을 챙기느라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더라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니 미안해하지도 않습니다.
3. 부모가 자식에게 지켜야 할 선(Line)
a. 요즘 한 두 자녀만 낳다보니 부족하지 않게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더욱 돈과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계속 퍼주다보면 부모-자녀관계는 어떻게 달라지게 될까요?
아이에게 다 퍼주다보면 아이가 부모를 만만하게 여깁니다. 부모를 만만하게 여기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선생님도 만만하게 여깁니다. 버릇없이 굴다가 학교에서 연락이 올 겁니다. 선생님은 아이가 한번 잘못할 때 집에 전화하지 않아요. 열 번을 잘못하고 다른 아이들/교사의 문제 제기를 듣고, 고민 고민하다 전화를 겁니다. 그때 선생님을 공격하지 마십시오. “우리 아이, 집에서는 안 그러는데요?” “수업 시간에 아이를 혼내셨다고요? 아이가 집에 와서 속 상해서 울었어요. 이거 아동 학대 아닌가요? 애 아빠가 화가 나서 당장 학교로 달려가겠다는 걸 말리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이런 말 절대 하지 마세요.
부모는 아이의 가장 나쁜 면을 보기 어렵습니다.
선생님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알려주는 사람입니다.

초중고 시기는 인생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실패를 경험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공부를 조금 못할 수도 있고, 숙제를 깜빡할 수도 있고, 친구와 다툴 수도 있습니다. 그 순간에는 아이에게 큰 사건처럼 느껴지지만, 인생 전체로 보면 매우 작은 시행착오에 불과합니다. 바로 이 시기에 아이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감정을 다루는 방법, 관계를 회복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문제는 부모가 그 어려움을 대신 해결해주기 시작할 때 생깁니다. 숙제를 대신 챙겨주고, 친구 문제에 대신 개입하고, 아이가 겪어야 할 좌절을 미리 막아버리면 아이는 편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자란 아이는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 해결하는 힘을 기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부모의 역할은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아이가 넘어질 때 바로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기보다는,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잠시 기다려주는 것입니다. 물론 완전히 방치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아이가 너무 크게 다치지 않도록 안전한 범위를 지켜보는 것, 그것이 부모의 역할입니다.
결국 아이가 성장하면서 갖추어야 할 힘은 지능이나 성적보다도 회복력입니다. 작은 실패를 통해 다시 일어나는 경험을 많이 한 아이일수록, 나중에 더 큰 문제를 만났을 때도 스스로 길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초중고 시기에 아이가 겪는 어려움을 막아주는 것보다 견딜 수 있도록 곁에 있어주는 것이 더 중요한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양육은
이미 비만이 된 아이에게 무엇을 더 먹일까 고민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더 보충하는 게 아니라
덜어내는 게 필요합니다.
“이만하면 충분하다.”
이 주문을 외우지 않으면
우리는 미디어와 비교 속에서 불안에 잠식됩니다.
지금은 ‘무엇을 더 해줄까?’보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까?’를 고민해야 할 시대입니다.
부모가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내가 바뀌어야 합니다.
‘이만하면 충분하다.’ 이게 제가 매일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입니다.
쉰 둘의 나이에 구조조정을 당한 후,
사회적 관계망에 올라오는 동료 피디들의 새로운 드라마 소식,
승진 소식, 직장 내 소식을 접하며 항상 고민했어요.
무엇이 부족했을까? 무엇을 했으면 더 오래 일할 수 있었을까?
이걸 없애야 합니다.
미디어의 시대, 정보 과잉의 시대,
우리는 불필요한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게 됩니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축하합니다’, 와 ‘고맙습니다’를 반복했습니다.
도서관에 가고, 탁구장에 가고, 서울 둘레길을 걸을 수 있어
축하합니다, 고맙습니다.
지금의 시대에는 ‘무엇을 더 해야 할까?’보다는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까?’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나 스스로 줄이고 덜어야 합니다.
아이를 보며 속으로 주문을 외우세요.
‘이렇게 멋진 아이를 가졌으니, 축하합니다.’
‘이런 멋진 아이로 자랐으니, 고맙습니다.’
월요일에 올린 <가짜 결핍>의 리뷰에도 썼지만, 좋은 부모가 되는 길은 간단합니다.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믿고 아이의 성장을 기다려주는 것입니다.
https://youtu.be/4eUcq82LMXk?si=hMRu4E7vGmJfhbZ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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