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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내 삶은 수단인가, 목적인가?

by 김민식pd 2025. 5. 1.

트레바리 모임 시간에는 초반에 짧은 미니 특강을 하는데요. 오늘은 그 원고를 공유합니다.

<신경끄기의 기술> 재미나게 잘 읽으셨나요? 자, 이제 관건은 무엇에 대해 신경을 끄고,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 구분하는 일인데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드릴까 합니다.

저는 4년째 저널리즘대학원에서 수업을 하고 있고요, 올해 처음으로 트레바리 클럽장을 맡았습니다. 지난 번 모임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곰곰히 생각해봤어요. '교수로 일하며 수업을 하는 것보다 트레바리에서 독서 모임을 진행하는 게 훨씬 더 즐겁네? 왜 그럴까?' 학교에서 제 수업을 즐겨 듣는 친구들도 있고, 또 피디로서 수십년동안 일하며 익힌 노하우를 다음 세대에 전하는 일이기에 분명 보람도 있고 즐겁거든요? 그런데 트레바리를 하면서 책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에는 못 미치는 거예요. 궁금했어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 순간 깨달았어요.

'대학원 수업은 수단이고, 독서 모임은 목적이구나!' 

방송제작론 수업을 듣는 친구들에게는 목적이 따로 있습니다. 방송사 피디 공채 합격이지요. 그들에게 제 수업은 수단입니다. 수업을 듣고 피디 공채에 합격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건데요. 저로서는 이게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제가 열심히 가르치기는 하지만, 학생이 언론고시에서 합격하고 말고는 제 소관 밖의 일이거든요. 한 학기 동안 아무리 열심히 수강을 해도, 만약 피디가 되지 못한다면, 제 수업은 무용지물이 되는 셈입니다. 

트레바리 독서 모임은 다릅니다. 일요일 오전 10시에 모여 3시반 반 넘게 책 이야기를 합니다. 이 모임에 오기 위해서는 우선 회비를 내야하고요. 과제로 드린 책을 읽어야 하고요. 독후감을 제출 기한에 맞춰 써내야 모임에 나올 수 있습니다. 회사 생활로 바쁜 30대 직장인이 이런 과제를 완수하기는 쉽지 않은데요. 와서 모임은 늘 즐겁습니다. 왜냐, 이들에게 모임은 수단이 아니거든요. 이들은 그냥 모임에 나온 것만으로 보람과 성취감을 느낍니다. 살면서 일만 하면 나를 소모하는 느낌인데, 그래도 한 달에 한번 책을 읽고 작가와 함께 책 토론을 하는 것으로 뿌듯해지거든요. 

피디로 일하며 인간관계에서 제가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좀 있어요. '꼭 피디님을 만나고 싶습니다.'라고 연락을 해와 나가보면 캐스팅 청탁을 하거나 드라마 대본 피드백을 부탁하는 경우에요. 드라마는 한 편 제작에 수십억의 예산이 동원되는 일이기에 저는 제작비를 쓸 때 절대 사적인 관계에 연연하지 않고 가장 재미난 대본을 고르고 가장 연기를 잘 하는 배우를 발탁해 최고의 스탭과 일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런 제게 개인적 인연을 빌미로 청탁을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럴 때 기분이 씁쓸합니다. '아, 이 분은 나를 자신의 꿈을 이루는 수단으로 보는구나.' 

그걸 깨닫고 사람을 만날 때 저의 기준은 딱 하나입니다. 절대 그를 수단으로 여기지 않는겁니다. 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 사람을 만나지 않습니다. 그냥 사람을 만날 때는 그 사람을 만나는 게 순수하게 즐거워서, 즉 그 사람 자체가 목적일 때만 만납니다. 휴대폰에 사람의 이름이 뜰 때, 설레지 않을 때가 있어요. 부담스러울 때입니다. '무슨 부탁을 하려고 연락한 거지?' 이름만 봐도 반가운 사람이 있어요. 그는 나를 온전히 목적으로 대접해주는 사람입니다. 사람을 도구로 여기지 않는. 

나를 도구나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은 신경을 끄고요, 만남 그 자체가 목적인 사람에게 집중합니다. 나의 시간은 제한된 자원이거든요. 이건 나 자신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의 시간을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싫은데 억지로 하는 일들이 그런 일이지요. 그냥 그 일 자체가 목적인 일이 있어요. 독서가 그렇고요, 여행이 그렇고요, 운동이 그렇습니다. 그냥 과정이 즐거워서 했더니, 좋은 결과까지 주어지지요. 깨달음을 얻거나, 추억을 만들거나, 건강을 챙기게 됩니다. 절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책을 읽는 게 아닙니다. 독서는 그 자체로 목적입니다. 

신경끄기의 기술을 삶에서 활용하는 법. 일상의 시간에서 나 자신을 수단으로 갈아넣는 일에는 조금씩 신경을 끄고요,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일을 늘려가는 겁니다. 그게 행복이라 생각합니다. 직장인으로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나의 근무 시간을 수단으로 써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적어도, 필요 이상으로 신경을 쓰느라 나를 소진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모쪼록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나 자신을 대접해주세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책을 이야기하는 트레바리 모임 시간이 여러분에게 순수한 즐거움과 기쁨의 시간이기를 소망합니다. 적어도 제게는 그렇습니다. 고맙습니다!

트레바리 시즌2를 시작했는데요. 이미 신청 마감이 되었네요. 

혹 관심 있으신 분들 위해, <2025 책 읽는 대한민국> 행사 안내합니다.

저랑 창업 & 도전 관련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요. 강연회에 초대합니다. 

<2025년 책 읽는 대한민국>북클럽 가입! 아직 늦지 않았다! 우리 같이 북클럽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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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대한민국 북클럽'이란?
잠재 독자가 애독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동료들과 함께하는 독서 챌린지입니다.
🌱 ‘책 한장 할래요?’라는 슬로건에 맞춰, 책을 읽으며 독서의 즐거움을 발견하고
🤝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독서 습관을 만들어가는 활동 모임입니다

'책 읽는 대한민국 북클럽'은  어떤 활동을 하나요?
  🔹 월별&상시 독서 챌린지 참여(참여에 따른 보상 증정)
  🔹 관심 분야별 전문가 멘토단 매칭(온.오프라인 북토크, 뉴스레터, 북큐레이션 등)
  🔹 취향저격 그룹 활동(커뮤니티 형성)
  🔹 가을 독서 축제 참여(북토크, 전시, 시상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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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대한민국 '북클럽' 가입하러가기!
https://forms.gle/qyrFCN6h2Tw9T8mS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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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집기간 ㅣ'25년 ~5월 11일(일)까지
- 모집대상 ㅣ올 한 해 독서에 도전하고 싶은 20~50대 잠재독자 / 독서의 중요성을 알지만 선뜻 시도하지 못했던 잠재독자
- 추첨발표 ㅣ추첨된 분들에게 한해 개별문자 안내
- 활동기간 ㅣ가입일~9월 30일
- 가입혜택 ㅣ온라인 가입시 - (선착순 100명) 윌라 오디오북 1개월 이용권 증정 / 커피 기프티콘(20명 추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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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의 ㅣ 넥스트컬처랩  reading-korea@naver.com  / 070-4848-3619
- 주최주관 ㅣ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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